'시스템반도체 미래 1위' 선언 삼성, 버거운 추격
"코로나 위기, 기술 초격차로 추월 기회될 수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1위인 대만 TSMC가 올 1분기(1~3월) 호실적을 기록하며 2위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힌 삼성전자는 좀처럼 시스템 반도체 매출을 높이지 못하는 형편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 대만 TSMC의 공장 전경.

13일 TSMC는 올 1분기 총 3105억9700만 대만달러(약 12조5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어난 결과로, 당초 TSMC가 제시했던 3050억 대만달러(약 12조3300억원)를 소폭 상회한다. TSMC는 오는 1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영업이익을 비롯한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는 TSMC가 코로나19 영향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보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 성격상 주문을 미리 받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IT 제품 수요 감소 영향이 적었을 것"이라며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가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는 만큼 일부 주문이 취소되더라도 대기수요가 많다"고 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 내놨지만… 점유율 격차 더 벌어졌다

TSMC는 지난해 4분기에도 3172억3700만 대만달러(약 12조8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242억4400만 대만달러(약 5조200억원)였다. 2018년 4분기보다 각각 9.5%, 16%, 직전 분기인 2019년 3분기보다는 각각 8.3%, 15.9%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D램·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는 와중, 시스템 반도체가 주력인 TSMC는 호실적을 이어간 셈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매출·영업이익을 별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반도체 중 메모리 부문 실적을 역산해 시스템반도체 매출을 추정할 수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16조7900억원을 올렸다. 이 중 메모리 부문 매출이 13조1800억원으로, 비(非)메모리인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3조6100억원이 된다. 이는 2018년 4분기 3조2500억원에서 11% 늘어났지만, 2019년 3분기 4조3300억원에선 16.6% 줄어든 수치다. TSMC가 지난해 3분기에서 올해 1분기까지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인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시스템 반도체 매출이 도리어 줄어든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이민경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매출이 지지부진하자, TSMC와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54.1%, 삼성전자가 15.9%를 차지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1분기에서 TSMC 점유율은 6%포인트 늘고, 삼성전자 점유율은 3.2%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이 기간 양사 점유율 격차는 29%포인트에서 38.2%로 벌어졌다.

◇ 코로나에 비메모리 시장 전망 어두워… ‘초격차’로 위기 기회 삼아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2분기부터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매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4154억달러(약 502조원)로 지난해보다 0.9% 줄어든다는 관측을 내놨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3.9% 확대되지만, 비메모리 시장 규모가 6.1%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리처드 고든 가트너 부사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비메모리 시장은 스마트폰, 자동차, 소비자가전 단에서의 급격한 수요 위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삼성전자가 TSMC와 격차를 당장 좁힐 수는 없을지라도,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양사는 7나노 반도체 양산이 가능한 ‘유이’한 업체다. TSMC는 이달, 삼성전자는 하반기 5나노 반도체 양산에 나서며 본격적인 초미세공정 경쟁에 나설 예정이기도 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불안정한 거시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하반기 서버 투자 확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면서도 "압도적 기술력과 막대한 보유 현금을 감안할 때 위기는 삼성전자에게 있어 초격차 확대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