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 3개월' 봄날 없는 명동... "매출 90% 뚝, 호객 행위는 사치"

입력 2020.04.13 13:46 | 수정 2020.04.13 14:42

'코로나 사태' 부활절 맞은 명동… 적막감 감돌아
"월세 3000에 하루 손님 10명"…매출·방문객 90%↓
상인들 "사드, 불매, 코로나까지 삼중고"

"매출과 방문객 90%가 사라졌어요. 호객 행위요? 이젠 사치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태와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일본인 관광객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 여파가 직격탄이 됐다. 13일 0시 기준 코로나 추가 확진자는 25명으로 5일째 50명대 아래를 유지했지만, 상인들은 "체감을 전혀 못하는 상황, 봄이 오기엔 아직도 멀었다"고 하소연했다.

12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산한 거리. 폐업한 매장들이 보인다. /김윤수 기자
조선비즈는 지난 12일 오후 부활절을 맞은 명동성당 인근 명동 거리를 찾았다. 부활절은 성당에서 성탄절 만큼 중요하게 꼽히는 행사로 미사를 보러온 신도 등 명동 곳곳이 사람들로 붐비는 시기다. 명동 상인들 사이에서는 ‘대목’으로 불리는 날 중 하루다. 하지만 이날 명동 거리는 적막감이 감돌만큼 한산했다. 날씨가 풀린 봄 날씨에 밖으로 나온 나들이객이 이따금 눈에 띄었지만, 이들도 상가로 들어가진 않았다

◇매출·방문객 90% 감소… 호객 행위는 ‘사치’

이날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앞에는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멈칫했다. 이를 본 매장내 직원이 관광객을 붙잡으려고 빠르게 밖으로 나왔지만, 이미 관광객은 자리를 떠났다. 평소 같으면 "냄새 좀 맡고 가세요" "사은품 드려요" "쿠폰 좀 받아가세요" 등 다양한 멘트와 사은품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매장 안으로 유도했을 상황이지만, 이날 관광객을 가게 안으로 유도할 타이밍이 이미 늦은 것이다.

화장품 매장 직원 A씨는 "귀한 외국인 손님을 놓쳤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길거리에 사람이 없어 광고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건비도 줄이자는 차원에서 판촉 행사를 아예 멈췄다"고 덧붙였다.

일부 화장품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입구 곳곳에 마스크를 부착하기도 했다. 한국 화장품, 이른바 'K-뷰티'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마스크라도 팔아보겠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한다. 매장 직원은 "전세계가 코로나에 시름하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에도 마스크는 최고의 기념품"이라며 "마스크로 손님을 유인하겠다는 마케팅 효과지, 마스크 판매는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12일 오후 명동 예술극장 앞 사거리. 노점상들이 가득하던 거리가 비어있다. /양범수 기자
또다른 화장품 매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근 한달간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98% 줄었다고 했다. 하루 수백만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지금은 10만원을 넘기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매장 종업원 안모(29)씨도 "손님의 70~80%가 외국인 관광객이지만, 지난달 20일쯤부터 지금까지 가게를 찾은 외국인이 총 5~6명이 전부"라며 "월세가 3000만원이 넘어 지난 3개월간 매달 적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이날 만난 의류·악세서리·음식 등을 취급하는 매장들도 코로나 사태 이후 지금까지 명동 상권의 매출이 90% 이상 줄어들었고, 두달째 회복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손님 수는 하루 수백명 수준에서 10명 내외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명동 거리의 상징이 된 노점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각종 길거리 음식을 파는 명동 노점상은 평소 200여곳 운영됐지만, 이날 거리에는 4~5곳만 보였다. 닭꼬치를 파는 B씨는 "놀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나오긴 했지만 외국인이 아예 없다보니 하루에 1만~2만원 팔기도 어렵다"며 "벌써 두달째 이러고 있다"고 했다.


12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의 본당 내부. 매년 부활절이면 800석의 수용인원이 가득 차는 곳이지만 이날은 한산한 모습이다. /김윤수 기자
◇중국·일본 관광객 ‘뚝’... 상인들 "코로나까지 삼중고"

명동 상인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 사드사태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지난해 반일감정에 따른 일본인 관광객 감소와 불매운동으로 이미 매출의 절반 이상이 꺾였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을 비롯해 한국인 나들이객마저 발길이 끊겼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한달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68만52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만1802명보다 43.0%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와 한·중 항공편 운항 중단 및 감편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77.0% 감소한 10만4086명까지 줄었다. 중국 관광객의 빈자리를 메워주던 홍콩과 대만 관광객도 각각 2만966명(-59.1%), 5만3042명(-43.9%) 줄었다.

무역갈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고 오히려 0.9% 줄어든 21만1199명에 그쳤다.

12일 오후 문을 닫은 한 매장의 문에 '임시 휴업' '코로나19로 인하여 임시 휴업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김윤수 기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자, 이미 몇몇 가게는 불황을 못 버티고 지난달부터 휴업에 들어가거나 폐업했다. 주말, 명절도 없이 영업하던 명동이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가라않기 시작했음에도 문을 닫는 곳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300여m 거리의 한 골목에만 세집 건너 한집 꼴로, 30여곳 이상이 문을 닫고 '임시 휴업' 또는 '임대'라 쓰인 문구를 문에 붙여놓았다.

한 신발 매장의 종업원 엄성걸(24)씨는 "봄을 맞아 명동을 찾는 한국인은 지난달에 비하면 확실히 늘었지만, 매출의 90% 이상 차지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며 "어려움은 여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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