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26.69%로 역대 최고
"사전투표에 대한 관심 자체가 높아졌다"
종로 사전투표율 34.56%로 서울 최고
"빅매치 때문" "정권 심판하려는 유권자 몰렸다"

11일 오후 6시 종료된 21대 총선 사전투표에 11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참여하며, 사전선거가 실시된 이후 가장 높은 26.69%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하기 위해 100m가 넘는 줄을 서서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던 투표소도 속출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투표율의 한 원인으로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꼽힌다. 선거 당일(15일)보다 사전투표일(10~11일)이 상대적으로 투표소가 덜 붐빌 것으로 예상돼 유권자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호남 투표율이 높고 대구 투표율이 낮은 점, 투표소에 20~30대 등 젊은 층이 많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득실 계산에 들어갔다.

21대 총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 일산 백석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 사전투표하러 나온 시민들로 긴 행렬이 생겼다.

◇코로나 피해 분산 투표 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제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26.69%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4년 지방선거에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이후 최고치다. 종전 최고 사전투표율은 2017년 대선 때의 26.06%다. 전날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사전투표에는 선거인 4399만4247명 중 1174만2677명이 참여했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원인 중 하나는 우한 코로나 사태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코로나19에 따라 선거일보다 덜 붐비는 사전투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고, 사전투표가 편리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투표에 대한 관심 자체가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선관위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유권자 150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유권자 81.2%는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고, 72.7%는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같은 조사보다 각각 10.4%포인트, 8.8%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총선보다 사전투표율 상승도 이 여론조사를 보면 예견할 수 있었다. 선관위 여론조사에서 사전투표일에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유권자 중 24.9%였다. 20대 총선 전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선 12.4%였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은 26.69%%였고, 20대 총선 때는 12.2%였다. 사전투표에 대한 관심 자체가 지난 총선보다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조사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선거일에 다른 용무를 보기 위해서"가 36.9%로 나타났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투표율이 추세적으로 늘고 있다"며 "2014년 첫 사전투표가 실시된 후 선거를 여러 차례 치르며 제도가 익숙해진 영향"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왼쪽)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지난 9일 각각 종로구 창신동과 교남동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종로, 서울서 가장 높아…결과에 영향 주나

하지만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정치권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 중에 20~30대가 많이 보여 민주당에 유리한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왔다. 특히 이번 총선 '빅매치'인 서울 종로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아,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현 정권에 대해 불만이 쌓여 있고, 실망감이 높을 경우 사람들이 투표장을 많이 찾는다"며 "그래서 사전 투표율이 높다고 봐야 한다"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3 재보궐선거를 예로 들었다. 일반적으로 보궐선거 투표율은 30%대이지만, 경남 창원성산에선 51.2%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선거 일주일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49.9%,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강기윤 후보는 25.8%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결과는 여 후보의 504표차 신승(辛勝)이었다. 신 교수는 "당시 선거도 심판 성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전투표에 참여했단 유권자들은 "20~30대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30대는 민주당에 유리하지만, 20대는 꼭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이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20~30대 유권자가 많았다고 최종적으로 2030 유권자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많이 해더라도 최종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코로나 사태로 대학교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도 많아 평일에도 여유가 있으니 투표하러 많이 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사전투표율은 27.29%다. 그런데 종로 사전투표율은 34.56%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30%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낙연·황교안 빅매치가 있는 지역이다. 관심을 많이 받는 지역구는 다른 곳보다 투표율이 높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신 교수는 "지난해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투표율이 높아지면 여론조사가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21대 국회의원 사전투표가 끝난 11일 오후 서울역 사전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