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소상공 업체들이 매출 급감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인식,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폐업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전국 소상공 업체 1392개사(社)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중 99.5%인 1385개사는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지속될 경우 경영 상황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73%인 997개 소상공 업체들은 6개월 뒤에도 지금의 사태가 지속되면 이미 폐업을 했거나, 폐업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소상공 업체들의 이 같은 반응은 코로나19가 최근 매출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한 소상공 업체 중 83%인 1125개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다. 휴업 등으로 매출이 제로(0)인 곳도 전체 중 15.8%인 217개사에 달했다.
경기도의 한 소규모 액세서리 제조사 A사는 코로나19 여파로 3월 매출이 작년 대비 60%나 줄었다. A사 사장은 "공장 임대료를 주고 나면 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는 상황"이라며 "공장도 낮에만 몇 시간 돌리고 있고, 이미 직원 절반은 무급휴직을 보냈다"고 했다.
대구의 한 섬유공장인 B사도 매출이 80%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수출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유럽과 미국 수출이 막히면서 기존 거래처들을 다 잃게 생겼다"며 "6개월 뒤에도 사태가 지속되면 폐업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매출이 급감했지만 소상공 업체들은 매달 들어가는 고정비는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소상공 업체 중 38.6%인 530개사는 임대료를 가장 부담이 되는 경영비용이라고 꼽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C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매달 임대료만 200만원이 나가는데, 최근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면서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서 D피트니스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4주간 영업을 중단했지만 3월 한달간 임대료는 그대로 나가야 했다"면서 "임대료 문제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소상공 업체들은 임대료 다음으로 인건비를 가장 큰 부담으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소상공 업체 중 25.9%인 355개사는 인건비가 가장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부산에서 E 자동차 부품판매업체를 운영하는 강모 사장은 "직원들 월급을 줄 돈이 부족해 직원 4명 중 절반은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 다시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해고를 시켰다"고 했다.
서울에서 F 급식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학교 개학이 연기돼 공장이 문을 닫은지 한달이 넘었다"면서 "매출은 제로(0)인데 직원 월급을 줄수 없어, 30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해고를 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기존 대출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소상공 업체들도 많았다. 전체 조사업체 중 17.9%인 246개사는 대출이자를 경영상 부담 원인으로 꼽았다. 대구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신모씨는 "매출이 80% 이상 줄어 대출 이자를 갚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대출 이자가 연체되면 정부 정책자금이나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빚을 내서 대출 이자를 내고 있다"고 했다.
소상공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총 12조원의 대출정책을 내놨지만 "빚을 내서 버티라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상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 사태 해결책으로 대출을 권장하고 있는데, 체력이 약한 소상공인 대부분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폐업 수순으로 갈수 밖에 없다"면서 "임대료 일부를 직접 지원해주거나, 최저임금을 일시적으로 낮춰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 방법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