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신 꿈꾼 '타다'… 내일부터 역사 속으로

조선비즈
  • 박현익 기자
    입력 2020.04.10 15:13 | 수정 2020.04.10 16:46

    ‘타다’ 출범부터 종료까지 1년 6개월
    서비스 돌풍 일으켰지만… 택시업계 반발 부닥쳐
    정부⋅국회까지 나서 금지법 통과로 ‘사망선고’
    타다는 멈추고 모빌리티 업계 진통은 계속

    타다의 주력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10일을 끝으로 서비스 종료한다. 2018년 10월 8일 출범 이후 550일만이다. 법원은 타다를 합법이라고 판단했지만 국회가 불법으로 규정지으며 더 이상 운행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170만 고객이 찾고 드라이버 1만2000명이 서비스한 타다의 빈 자리는 다시 택시가 메우게 됐다.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타다 승합차가 주차돼있다./연합뉴스
    타다는 출시 당시부터 인터넷 포털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의 경영 복귀작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끈 건 쾌적하고 넓은 차량과 승차 거부 없는 시스템이었다. 기존에 택시기사가 승객을 태울지 정하던 방식과 달리 타다는 회사가 배차를 정해 직접 승객과 기사를 매칭시켰다. 택시보다 비용이 20~30% 더 비쌌지만 승객들은 차 안에서 울리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포근하고 냄새 없는 카니발, 잡담을 늘어놓지 않는 기사가 좋았다. 타다는 출범 3개월 만인 2018년 말 차량 400여대와 회원수 16만여명을 확보했다.

    ‘타다 베이직’ 홍보 이미지./쏘카
    타다의 이같은 ‘돌풍’은 택시 업계의 눈엣가시였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들은 이듬해 2월 타다 경영진인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당시 VCNC(브이씨엔씨) 대표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승차공유 서비스 카카오카풀을 향해 겨누던 칼날을 타다로 돌린 것이다. 카카오카풀은 택시 업계의 거센 반발에 2019년 1월부터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시장 진출에 반발한 택시기사가 서울시내에서 차량에 플래카드를 걸고 운행하고 있다./연합뉴스
    택시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타다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주말마다 잇달아 열렸다. 또 일부 택시 기사들이 타다의 불법행위를 유인하는 방법을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승객인 척하며 타다 차량을 부른 뒤 운행 또는 결제 방식에 허점이 있으면 이를 불법 영업으로 신고하자는 내용이었다. 또 일부 기사들은 타다가 렌터카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승객을 태운 뒤 차고지에 복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 경우를 감시하자고 나서 ‘타파라치(타다 파파라치)’라는 용어도 생겼다.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5월 9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타다 서비스 중단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타다 측에서 택시 업계에 손을 내미는 제스처도 취하기도 했다. 택시 기반의 준고급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출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타다 프리미엄은 일반 택시보다는 비싸지만 기존 카카오블랙이나 우버블랙보다는 싼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택시 기사 수익도 늘리면서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택시 측 분위기는 냉랭했다. 다 같은 회사 서비스이기 때문에 타다 프리미엄 역시 ‘공공의 적’이었다. 일부 기사들이 타다 프리미엄에 가입했다가 개인택시 조합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이에 불이익을 당한 기사 14명은 조합 측을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이 진행중이다.

    지난해 2월 21일 이재웅(오른쪽) 당시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 출시 간담회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쏘카
    지난해 5월엔 택시 기사 안모씨가 타다 등 차량공유서비스에 반대해 분신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며 양상은 악화일로를 보였다. 2018년 12월 카카오카풀에 대한 반발로 분신해 숨진 최모씨 이후 4번째 택시 기사 분신이었다. 안씨 차량에는 기름통과 함께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택시기사 김모씨가 분신을 시도한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10월엔 타다가 2020년 말까지 운행 차량을 1만대로 늘리고 드라이버를 5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며 정부와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앞서 국토부는 매년 택시 감차 규모인 900여대 범위 안에서만 차량을 늘리면서 차량 한 대당 40만원 안팎의 택시면허 임대 비용을 내는 택시와의 ‘상생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타다는 이같은 규제안을 따르기 어렵다고 판단해 증차 발표를 했고, 국토부는 "멋대로 서비스를 확대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10월 7일 박재욱 당시 VCNC 대표는 패스트파이브(공유 오피스 기업) 서울 성수점에서 ‘타다’ 서비스 출시 1주년 간담회를 열고 “2020년 말까지 서비스 차량은 1만대로, 타다 운전기사는 5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이후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상정됐다.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렌터카 서비스와 함께 기사 알선을 해도 된다는 기존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예외 조항을 삭제하고 플랫폼 사업이라는 항목을 신설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타다는 기존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다간 불법이 될 신세에 처했다.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가 되면 괜찮다고 주장했지만 타다는 허가 요건인 기여금이 얼마까지 늘어날지 예측 불가능한 데다 앞서 정부가 택시 업계 상황에 따라 운행 대수를 허용해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사실상 타다 서비스를 접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맞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시스
    여기에 검찰까지 나서서 이재웅·박재욱 대표를 유사택시 영업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다만 올 2월 1심 법원은 이들 경영진에 무죄 선고를 했고, 타다는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법원은 타다가 택시와 다른 ‘초단기 렌터카 사업’ 서비스이고 또 국토부에서도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은 바 있기 때문에 불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법원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타다는 불법 콜택시가 아니라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라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조선DB
    문제는 이번 4·15 총선을 앞두고 일사천리로 진행된 ‘타다 금지법’ 처리였다.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강행 통과됐다. 국회는 지난달 6일 본회의를 열고 재석 185인 중 찬성 168표(반대 8표, 기권 9표)로 타다 금지법을 최종 통과시켰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연합뉴스
    타다는 멈췄지만 정부와 모빌리티 업계 간 줄다리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17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3개 모빌리티 업체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플랫폼 운송사업자로 들어오는 초기 스타트업에 기여금을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앞서 정부가 "타다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한 형태의 서비스다. 다만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기준은 아직 논의중인 상태다. 또 얼마나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할 지에 대해 최대한 덜 내주려는 정부와 최대한 많이 받으려는 업체 간 입장 차이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하순에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칭)를 출범시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모빌리티 플랫폼 간담회'에 참석한 김현미(앞줄 왼쪽 네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모빌리티 업계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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