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투입되는 '홍릉 의료·바이오산업지구', 강북의 테크노밸리 될까

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입력 2020.04.10 15:01

    서울시가 동대문구 청량리동, 회기동 일대에 바이오·의료산업에 특화된 산업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홍릉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마련됐다. 5000억원이 넘는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사업인데, 예상한만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발표한 ‘홍릉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의 6대 마중물 사업과 11개 지자체 사업의 예산안을 마련해 최근 고시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오는 2025년까지 국비와 시 예산 2100억원, 지자체 사업비 2500억원, 공공기관 투자 400억원 등 약 504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동대문구 홍릉로 118 일대 49만7154㎡ 구역을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하고, 4차 산업의 한 축인 의료·바이오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려대 서울캠퍼스와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경희대 등과 가깝다는 지리적인 이점을 살려 산학협력과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만들고, 관련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사업지구 안에 있는 오래된 주택 등을 철거해 청년층의 창업 공간과 임대주택으로 바꿀 계획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강북횡단선의 신설역도 예정돼 있다.

    서울 동대문구 홍릉 도시재생 사업지구 위치도 /서울시 제공
    국비가 투입되는 마중물 사업은 혁신 기반시설을 조성하는데 대부분 배정된다. 1400억원이 투입되는 ‘첨단의료기기개발센터 조성사업’과 385억원을 투자하는 ‘홍릉 바이오헬스센터 조성사업’ 등이다. 서울시의 의료기기 허브 겸 콘트롤타워를 만들어, 신제품 개발과 실험 공간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 중에는 1689억원이 투입되는 ‘서울바이오허브 조성사업’이 가장 크다. 공공기관이 이전한 부지에 바이오의료 산업의 앵커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의료 공용연구장비와 기술사업화 R&D 지원에도 각각 250억원과 27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관건은 실제로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을 만드는데 얼마나 큰 효과를 낼 것이냐다. 일자리 거점 육성형에 속하는 홍릉 도시재생사업은 주로 R&D센터와 창업공간 등을 마련하는데 집중돼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얼마나 입주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고시된 홍릉 도시재생사업 계획에는 이 같은 기업 유치 방안이나 지원책 등이 충분치 않은 편이다.

    성공적인 산업단지 조성 사례로 꼽히는 하남 판교테크노밸리는 다음카카오, 안랩,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들이 대거 본사를 이전하면서 성장했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조성하는 단계에서 경기도는 토지를 입찰제 대신 사업계획 평가와 감정가 분양 방식으로 공급해,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들의 지가 부담을 낮췄다. 판교테크노밸리 3개관 중 스타트업 전용인 스타트업캠퍼스는 입주 기업들의 임대료를 최소화하거나 무료로 제공하고, 기업 운영이나 해외 진출에 필요한 컨설팅서비스와 교육 세미나를 제공한다.

    정보기술(IT) 분야 중견기업과 벤처기업들이 8000여개 이상 밀집한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1960년대 국가산업지구로 조성된 구로공단의 역사가 이어진 경우다. 중소기업들이 모인 산업단지에서 시작된만큼 인력 공급이 수월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광명시 철산동·하안동 일대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배후지로 기능했다. 이후 구로공단은 2000년대를 전후로 자연스럽게 업종이 교체됐다. 넷마블·컴투스 등 게임소프트웨어업체들의 본사와 국내 전자기업의 R&D센터가 자리잡으면서 디지털단지로 성장했다.

    지구 부지 주변이 청량리6·7 재개발지구와 제기6 재개발지구 등 오래된 저층 주택과 상업시설로 둘러 싸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로나 주택 등 사회기반시설과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가 고시한 계획에 담긴 사업 중 생활환경 개선과 관련된 것은 △노후주택을 활용한 복합 임대공간 조성 △회기로변 스마트 문화거리 조성 △정릉천 생태문화공간 조성 △천장산 둘레길 조성 △스마트생활인프라 조성 △전기자전거 활용기반 구축 △친환경 홍릉순환버스 시범사업 등이다.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185억원 정도로, 전체 사업비의 5%가 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현재 계획만 놓고 봤을 때는 홍릉 도시재생 사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건설 기간 중 건설 인력 고용과 완공 이후에 임대료를 저렴하게 책정해 유치한 소규모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근로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극적인 기업 유인책을 내놔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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