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성 마취제, 당일배송"… 텔레그램에 등장한 제2의 프로포폴

입력 2020.04.10 14:53 | 수정 2020.04.10 15:17

휘성이 투약한 ‘에토미데이트’…SNS서 버젓이 판매
프로포폴 대체재로 인식… 호흡곤란 등 부작용 심각
중독성 없어 마약류 지정 안 돼, 식약처 "검토중"
전문가 "철저한 관리 위해 마약류 지정 검토 필요"

"오후 4시까지 입금하면 다음 날 ‘에토미’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가수 휘성(38·본명 최휘성)이 투약한 것으로 알려진 마취제 ‘에토미데이트(Etomidate)’가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거래되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보통 수면내시경이나 수술을 할 때 전신마취용으로 사용된다. 프로포폴과 비슷한 효과를 내며, 암거래 시장에서는 ‘에토미’라는 약어로 불린다.

하지만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달리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판매자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구매 후 직접 투약한 경우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대체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만큼 에토미데이트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10일 오후 트위터에 올라온 에토미데이트 판매 글. 에토미데이트뿐만이 아니라 액상대마 등의 마약류도 함께 판매 중이다. 대부분의 판매자들은 보안이 높은 텔레그램을 통해 거래를 한다. /트위터 캡처
◇"입금 다음 날 받을 수 있어… 2중 포장 후 문구용품으로 써서 배송"
10일 구글에서 ‘에토미 판매’ ‘에토미데이트 구입’ 등을 검색하자,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한다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트위터 글 수십건이 검색됐다. 대부분의 판매자는 신원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텔레그램 채널 주소 등을 적어놨다.

한 판매자는 홍보글에 "오후 4시까지 입금하면 다음날 택배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며 "2중 안전 비닐로 포장한다"고 썼다. "물품명도 적지 않고 요구하면 문구용품이나 기타용품으로 써서 배송해주겠다"고도 했다.

강남 전지역과 서울·경기 수도권을 담당한다는 한 판매자는 "전국 최저가를 보장하고 당일 배송, 직거래가 가능하다"며 "원한다면 후불 퀵배송으로도 보내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에토미데이트를 불법으로 거래하는 가격은 10ml 앰플 10개가 담긴 한 박스 기준 120만원대. 실제 판매 가격이 앰플 하나당 4260원인 것을 보면 30배 정도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다. SNS에는 "에토미데이트를 사려다가 입금하자, 상대가 잠적해 돈만 날렸다"는 글도 수건 올라왔다.

에토미데이트의 정식명칭은 ‘에토미데이트 리푸로주’로 전신마취 유도제다. 정맥 주사로 투약하고 흰색인 점 등이 프로포폴과 비슷해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불린다.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뒤 대체재로 알려지면서 음지에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약류의 경우 거래대장을 작성해야 하는 등 관리가 엄격한 반면, 전문의약품은 상대적으로 빈틈이 많은 점도 악용되고 있다. 법률사무소 진실의 박진실 마약전문 변호사는 "프로포폴 등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엄격히 관리되는 반면 전문의약품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했다.

◇투약시 통증 크고 부작용 강하지만… 중독성 떨어져 마약류 지정 안돼
전문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의 경우 약사법에 따라 판매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구매자는 처벌조항이 없다. 에토미데이트 투약 후 쓰러진 채 발견됐던 휘성도 입건되지 않았고, 판매자만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휘성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 30분쯤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선 에토미데이트 약병과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 이후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휘성은 지난 2일에도 광진구의 한 호텔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때도 휘성은 수면 마취제류 약물을 투약한 상태였다.

지난해 7월 에토미데이트를 불법으로 빼돌린 제약회사 직원과 병원 관계자, 중간책 등으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에토미데이트. /서울 강남경찰서
다만 식약처는 당장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로 지정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마약류로 분류된 프로포폴과 달리 에토미데이트의 중독성 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에토미데이트도 마약류로 분류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인석 대한약사회 학술이사는 "에토미데이트는 고용량으로 투약할 경우 근육 경련이나 구토, 어지럼증, 호흡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에토미데이트가 마치 프로포폴의 대체재인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사회적으로 오남용 사례가 드러난다면 약사회 차원에서 식약처에 건의해 마약류 지정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 역시 "이른바 ‘물뽕’이라고 불리는 GHB 역시 초기엔 중독성 등이 없어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마약류로 관리하는 것처럼 에토미데이트도 부작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마약류 지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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