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정부 지원 요건이 뭐냐” 국토부·금융위 충돌

입력 2020.04.10 10:12 | 수정 2020.04.10 15:19

항공산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금융위원회에 "대한항공 등 대기업 항공사가 어느 정도 수준의 자구 계획을 마련해야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 밝혀달라"고 질의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국토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난을 겪는 항공사를 빨리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사를 총괄하는 금융위는 "대기업 항공사는 자구 계획을 마련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의견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국토부 질의에 아직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에 서있는 대한항공 항공기./연합뉴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자구 노력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국토부는) 금융위가 대기업 항공사에 요구하는 자구 계획의 수준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토부 차원에서 금융위가 제시하는 요건을 파악해 대한항공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항공업계 지원방안을 놓고 국토부와 금융위는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7일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을 처음 내놓은 이후 국토부와 금융위는 두달 가까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당시 1차 대책은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의 자금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금융위 측은 3000억원이라는 수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를 통해 항공사를 선별한 후 정책 자금 지원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계열 LCC의 경우 소상공인·중소기업과 달리 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므로, 정부 지원 이전에 개별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국토부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는 1차 대책 발표 당시에도 LCC뿐 아니라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등 대형 항공사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경영난이 항공사의 패착이나 실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로 업계 전체가 다 같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항공 산업은 한 번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 산업이므로, 망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시에 지원하지 못해 회사가 망가진 후 뒤늦게 살리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면서 "대한항공은 여객 뿐 아니라 화물 수송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도록 도와주면 금세 회복할 수 있는 회사인데, (금융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기업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니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정책 자금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를 ‘구조조정 트라우마’ 탓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042660)사태와 한진해운 법정관리 및 현대상선 국유화 등의 사례를 보면 긴급하게 지원하라고 했다가 나중에 특혜시비에 휘말린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최선으로 여겨 내린 판단도 시간이 지난 후 책임을 묻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이번 항공업계 지원에도 소극적으로 나선다는 해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항공사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으며, 자구 계획이 필요하다고 국토부와 충돌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 지원 관련해서는 국토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들과 함께 매일 머리를 맞대고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LCC 지원의 경우 항공사들과 메신저로 단체 대화방까지 만들어 세심하게 소통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나름의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전직원을 대상으로 순환 유급휴직을 실시했다. 지난 1일부터 외국인 조종사 390명 전원이 3개월간 무급휴가에 돌입했다. 현금 확보를 위해 고객에게 항공권을 현금으로 환불하는 대신 바우처(상품권)로 변경해 주겠다는 정책도 내걸었다. 그 외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등 유휴 자산 매각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은 정부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신청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P-CBO는 비우량등급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모아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신용보증으로 신용등급을 높여 시장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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