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학개미운동 성공열쇠, ‘버핏식 투자’에 있다

조선비즈
  • 이경민 기자
    입력 2020.04.10 06:10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한 직원이 최근 20년간 워런 버핏의 투자 성과를 일·월간 단위로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일·월간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넘긴 빈도는 50%에 불과했다. 버핏에게 투자금을 맡기고 매월 수익률을 확인했다면 버핏을 당장 해고했을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10년 이상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초과한 빈도는 90%에 달했다. 투자 귀재의 투자비결은 우량주에 투자해 장기간 묵혀두는 ‘장기 투자’였던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래 20조원어치를 사들이며 주식 투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좋은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것도 바로 버핏의 투자법일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어떤 상품’에 ‘어떤 자금’으로 ‘얼마 동안’ 투자하는지가 중요한 투자 기준이지만 이번 ‘동학개미운동’의 성공을 위해선 ‘얼마 동안’ 투자할 것인가, 즉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처럼 주가가 하루 3~4%의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단타 매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개인 투자자 중에는 코로나19에 따른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를 한 뒤 단기간 내 주가가 오르면 차익 실현을 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 그러나 시장 움직임은 예측이 어려워 하락 직전 시기를 예상해 차익 실현을 할 수 있는 확률은 낮다. 전문가들은 2분기 기업 실적이 더 악화돼 증시가 2차, 3차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둘째, 장기 투자를 하는 개인이 많아지면 중간에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이후 반등할 때 더 빨리 오를 수 있다. 장기 투자 목적의 주식 물량은 한동안 거래가 되지 않는 ‘잠겨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에 따라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수량은 감소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후에 주가가 상승할 때 큰 물량을 사야하는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가격 상승 탄력이 커지게 된다. 즉, 버티는 개인이 늘면 후에 가져가는 수익도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장기 투자를 결심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상품과 자금 조달 방식으로 선택의 폭이 좁혀져 실패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 현재 개인 순매수는 ‘안전 자산’과 ‘고위험 자산’으로 양극화하고 있다. 전체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9개는 유가증권 우량주로 이런 종목은 주가 변동성이 큰 장에서 낙폭이 상대적으로 낮아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반면 레버리지 인버스 ETF와 같은 변동성이 큰 고위험 상품에도 개인 순매수가 집중되고 있다. 레버리지 인버스나 유가 연계 ETF·ETN은 변동성이 클 때 장기 투자를 하면 롤오버(선물 교체) 비용과 침식효과(잦은 등락으로 자산가치 하락)로 손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투자 대상에서 애초에 제외할 수 밖에 없다.

    투자 자금 조달 방식도 마찬가지다. 장기 투자를 선택하면 단기 대출 투자인 ‘미수 거래’와 만기가 있는 ‘신용 거래’를 통해 투자를 하지 않거나 줄이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의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버핏도 나무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1999년 나스닥의 IT 버블이 정점을 찍었을 때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수익률은 마이너스(-)19.9%를 기록, 시장수익률(21%)보다 41%포인트가 낮았다. 그러나 이후 IT 버블이 폭락하면서 우량주에 투자한 버크셔해서웨이의 수익률은 시장을 크게 앞섰다. ‘장기 투자’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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