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에 가까운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유가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이 미국의 동참을 감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유가 폭락으로 자국 원유 생산업체들이 위기에 처한 미국의 여당 의원들이 직접 사우디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8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미국 하원 공화당 의원 48명은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 서한을 보내 사우디가 원유 감산을 통한 유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양국 간 경제적·군사적 협력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은 서한에서 "사우디가 스스로 초래한 에너지 위기를 되돌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합당한 보복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에너지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노력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함께 중동 지역에서 미군의 존재가 두 나라의 경제 번영과 안보를 굳건히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가 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중동지역에서 미군의 역할 축소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미 상원 공화당은 지난달 사우디가 감산하지 않으면 사우디에서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미군을 철수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서한에 서명한 의원 중에는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루이지애나)를 비롯해 원유를 생산하는 주(州)를 기반으로 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과 이에 따른 가격 폭락이 지속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를 중심으로 감산 논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나왔다.
사우디와 러시아를 포함한 OPEC+는 미국 등 비(非) OPEC 산유국도 감산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감산 합의를 요구하면서도 반독점 때문에 자국 기업의 원유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루 1천만배럴∼1천500만배럴을 감산을 중개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와 사우디는 OPEC+의 감산 수준이나 분배 방식에 대한 어떤 합의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OPEC+ 긴급 화상회의는 9일 예정돼 있다.
한편 미 에너지부는 이날 낮은 유가로 인해 미 원유생산 기업들이 거의 하루 200만배럴까지 점차 감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미 원유 생산 업체들이 이미 생산을 줄였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9일 OPEC+ 회의에서 감산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