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악화로 집중 치료를 받으면서 그가 한 때 지지했던 ‘집단 면역(herd immunity)’ 정책이 휴지통으로 직행할 운명에 처했다. 존슨 총리 스스로가 집단 면역 정책의 위험성을 알리는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집단 면역’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통제하는 대신 정상적인 생활을 통해 사회 구성원 전체가 서서히 면역력이 생기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7일(현지 시각) 미 경제전문매체 포천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는 당초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사회적 거리를 두기 정책을 훨씬 더디게 이행했다.
지난 3월 12일 프랑스 정부가 휴교령 및 재택 근무령을 선포하면서 존슨 총리는 "영국 방역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존슨 총리는 "영국 국민들에게 솔직히 말해야 한다"며 "더 많은 가족들이 예정된 시간보다 더 빨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것과 달리 집단 면역 정책에 가까운 조치를 내렸다. 감염 위험이 있는 고령 인구에게만 크루즈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증상자는 통상적인 격리 기간인 14일의 절반인 7일 동안 자가 격리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전염병학자들과 의학 전문가들은 보리스 존슨 총리의 계획이 "위험한 도박"이라며 비난했다. 실제로 정부의 고문 격 역할을 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전염병학자들은 이탈리아의 사례를 토대로 분석했을 때 7일간의 격리 기간은 곧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과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다른 바이러스 관련 선례를 보면, 집단 면역 전략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감염이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백신이 확보되어야 한다. 또 심각한 환자의 대부분이 노약자라는 전제조건도 붙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기저 질환이 없거나 젊은 층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으며 아직 공식적인 백신이 없다. 따라서 집단 면역 정책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을 대응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결국 존슨 총리는 집단 면역 노선을 표명한 지 나흘 만인 3월 16일 말을 바꿔 폐교령과 함께 "불필요한 접촉을 중단하고 모든 여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격리 기간도 7일에서 14일로 늘렸고, 고령 인구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 한해 최대 12주 동안의 자가 격리를 권고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뒤늦은 방역 정책 변화는 많은 아쉬움을 낳았다. 현재 영국 내 코로나19 진단 키트 및 의료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나흘이라도 앞서 현재와 같은 정책을 시작했다면 조금이라도 확진자와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에딘버러대의 공중보건 전문가인 데비 스리다르는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가 이 질병(코로나19)에 대비하는 귀중한 시간을 잃었다"고 아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