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안정펀드 9일부터 본격 운용… 시장 '안전판' 역할할까

조선비즈
  • 이다비 기자
    입력 2020.04.07 06:10

    신종 코로나(코로나19) 여파로 급락한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가 이달 9일 본격적으로 운용된다. 계획한 10조7000억원 자금 중에 캐피탈 콜(투자 대상을 확정한 뒤 실제 투자를 집행할 때 필요한 자금을 납입하는 것) 방식으로 3조원이 우선 집행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증안펀드가 이름대로 증권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은 이 펀드가 주가 급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당국이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대규모 증시안정자금을 조성한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증권사와 상장사 등 627개사가 4조85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해 증시를 떠받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증권업권에서만 5000억원 규모 증안펀드를 조성하는 데 그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우한 코로나(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1차 캐피탈 콜 3조원… 하위 운용사가 구체적인 운용 담당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안펀드의 모(母)펀드 운용을 담당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3일까지 증안펀드 자금 운용을 나눠 자(子)펀드 운용을 맡을 하위 펀드 운용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한투운용은 연기금 투자풀 운용경험이 있어 배분을 맡았다. 민간 연기금투자풀이란 기금운용을 전문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중소형 연기금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돕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2015년 도입한 제도다.

    증안펀드는 산업은행, 5대 금융지주 등 23개 금융기관과 증권유관기관이 출자한 총 10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조성된다. 금융회사별로는 산업은행이 2조원으로 가장 많고 KB·우리·하나·신한금융그룹이 각각 1조원씩 출자했다.

    1차 투입분은 금융지주 등이 마련한 10조원 중 3조원,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한국금융투자협회 등 4개 증권유관기관 투자분 중 30%인 225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증권유관기관이 출자한 일부 자금은 이미 운용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증시가 최근 안정세를 보여 아직 실제로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증안펀드는 하위 펀드 운용사들이 실제 운용을 맡게 되며, 앞으로 있을 2·3차 캐피탈 콜을 비롯한 구체적인 운용 방향은 투자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펀드의 구체적인 운용방안은 곧 출범하는 투자관리위원회가 시장 상황에 맞게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관리위원회에서 어떻게 투자할지는 투명하게 공개되진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하위 운용사 운용 전략에 따라 다르지만 증안펀드는 개별 종목이 아닌 증시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상품에 투자할 방침이다. 전반적인 증시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다. 주로 코스피200, 코스닥150, KRX300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매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수대 이하로 떨어지면 자금을 분할해 매수하는 방식으로도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어느 정도 안정 역할 할 듯"

    일각에서는 증안펀드를 두고 "큰 효과가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증안펀드 규모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약 1213조원)의 0.9% 수준인 만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개미)의 매수세가 지난달에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1조원을 넘어서며 증안펀드보다 규모가 더 크기도 했다. 1990년에 조성된 증안펀드는 4조8500억원 규모로 당시 유가증권시장 시총(약 95조원)의 5%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증안펀드 자체로 주가가 오르는 건 어렵다"면서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증안펀드는 낙폭이 커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개인투자자 매수는 개별종목과 삼성전자에만 쏠려 있었고 연기금 외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못해 전반적인 수급 주체 역할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라면서 "이번 증안펀드는 지수 전체에 투자하는 ETF 위주이기 때문에 대형주 전반의 수급이 개선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매도할 때 수급 주체가 없다면 호가가 촘촘히 쌓이지 않아 증시가 무너지는데, 증시가 떨어지면 (증안펀드가) 들어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하방 경직을 확보하는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증안펀드가 주식을 사겠다는 것 자체는 시장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라면서 "과거에 증안펀드가 조성됐을 때 사후 성과가 좋았다는 학습효과도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2008년에 도입된 증안기금은 투입 1년 만에 40%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반면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센터장은 "증안펀드보다는 주식 매매와 관련한 세금을 낮추는 등 다른 증시 정책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증안펀드가 주식을 더 사준다고 근본적인 시장 안정책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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