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60% 폭락했는데 주유소 가격 8%만 내린 이유는?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4.04 07:00

    [비즈톡톡]

    올 들어 국제유가 60% 폭락할 동안 국내 기름값 ‘찔끔’
    소비자 "차이 너무 크다…내릴 땐 천천히, 오를 땐 빨리" 불만
    "한국은 기름값 60%가 세금이라 하락폭 제한" 해명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전국 주유소의 기름값도 일제히 떨어졌습니다. 자동차에 주기적으로 기름을 넣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쁜 소식입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판매 가격이 리터(L)당 1200원대, 경유는 L당 1000원대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국제유가는 반 토막 났는데 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찔끔 내렸냐"며 의문을 제기합니다. 정유사가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그만큼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인데요.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남성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국제유가는 올 들어 60% 이상 폭락했습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급감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원유 전쟁’에 돌입한 영향입니다. 브렌트유 기준 올해 1월 2일 배럴당 66.25달러였던 유가는 이달 2일 24.74달러로 주저앉았습니다.

    이에 미국에서는 원유 보관 비용이 판매가보다 높아 정유사가 돈 주고 원유를 팔아야하는 마이너스(-) 유가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미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도 갤런(1갤런=3.8리터)당 2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8.4% 하락했다고 CNBC는 전했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 주유소 기름값의 하락폭은 미미합니다.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월 첫째주 L당 1558.7원에서 3월 넷째주 1430.5원으로 약 8.2%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경유는 같은 기간 1391.7원에서 1237.4원으로 약 11% 떨어졌습니다.

    그래픽=이민경
    정유업계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 하락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기름값에 붙는 세금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름값의 약 60%를 세금이 차지합니다. 보통휘발유 1L 기준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529원),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관세(세율 3%), 석유수입 부과금(16원) 등 세금이 부과된다고 합니다. 유류세만 L당 약 745.9원입니다. 여기에 실제 판매할 때는 부가세 10%가 더해집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각종 세금이 고정으로 붙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국내 기름값은 그만큼 내릴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이민경
    환율과 시차도 국내 기름값의 하락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정유사들은 달러화로 원유를 사들이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유 수입가격이 올랐다고 합니다. 연초 110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일 기준 1228원입니다.

    또 수입한 원유는 석유제품으로 정제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제유가는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됩니다. 최근 2~3주간의 국제유가 하락폭이 아직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휘발유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개별 주유소의 사정도 휘발유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유소는 저장탱크에 약 보름분의 기름을 채울 수 있어 정유사로부터 한 달에 2번 정도 휘발유 등을 도매로 매입합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기름을 구매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면 손실이 나는 구조라 주유소들이 가격 인하를 미뤘다가 재고를 소진한 뒤 가격을 내리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름값 인하 효과를 곧바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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