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만명] 대만 329명...정부 머뭇거림이 확산 불렀다

조선비즈
  • 박진우 기자
    입력 2020.04.03 10:29 | 수정 2020.04.03 10:59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3일 1만명을 넘어서며 정부의 초기 대응이 어설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확산 초기 해외발(發) 입국금지, 마스크 유통규제, 지침 위반 벌금형 등 과감한 방역책을 내놨던 대만·홍콩 등과 여러모로 대조가 된다는 것이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1만 62명이다. 지난 1월 20일 중국 우한시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여·35)이 국내 첫 확진자로 확인된 이후 74일 만이다.

    최근 코로나 하루 확진자는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던 지난달 초와 비교해 100여 명 안팎으로 안정세에 접어 들었지만, 여전히 미흡해 보이는 정부 방역 대책에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내 첫 우한 코로나 환자가 입원해 있었던 인천 동구 인천의료원. 이 환자가 확인된지 73일만에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1만명을 넘었다./연합뉴스
    더욱이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대만·홍콩 등과 국내 상황은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대만은 우리와 같은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 중국발(發) 항공기를 모두 막았다. 또 마스크 수출 금지, 의료용 마스크의 배급, 제조업체에 대한 인센티브와 구매 보증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방역 지침을 어기면 4000만원의 벌금도 매겼다.

    이에 따른 대만 내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 2일 기준 329명에 불과하다. 사망자 역시 5명으로 매우 적다.

    홍콩 역시 마찬가지다. 1월 중순쯤부터 중국 본토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을 전면 거부하는 등 해외유입 전파 가능성을 차단했다. 홍콩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765명, 사망자는 4명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코로나 확산 초기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국내 코로나 확산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에서 시작된 감염병이 국내로 유입돼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내 지역사회 전파의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신천지 교인인 31번 환자(여·61)는 해외 여행력이 없는 환자였다. 그러나 이 환자의 감염 경로는 확진 뒤 한 달이 넘은 지금도 파악이 안됐다. 다만 당시 31번 환자가 속한 신천지가 중국 내 포교를 지속해서 펼쳐왔다는 언론 보도가 계속 됐다.

    정부는 지난 2월 4일에서야 우한시가 위치한 중국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 제한만을 시행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후베이성만 입국을 제한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이미 코로나가 중국 전역에 퍼진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입국 제한을 굳이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외유입 확진자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로 코로나가 퍼진 탓이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지금까지 파악된 해외유입 환자는 전체 6% 수준으로 비교적 적지만,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가운데 해외유입은 35%(1일 오전 0시 기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만·홍콩처럼 적극적인 입국 제한책을 시행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정부는 지난 1일부터 해외 입국자 전원에 대한 2주간의 자가 격리를 의무화했고, 이를 두고 "사실상의 입국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서도 두 달여 간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다.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 정부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달라"고 했다. 당시에는 마스크 착용 대상자를 중국 등 해외방문객이나 호흡기 증상자 정도로 한정했던 것이다.

    지난 설 연휴 이후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선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곧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급 대란’이 시작됐다.

    정부는 다시 말을 바꿔 "KF94, KF99 마스크는 의료진에 권장되는 것으로 일상생활에서는 보건·방한용 면마스크로 충분히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모두가 보건용 마스크를 구하려고 하는 현 상황이 마스크 수급을 어렵게 한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면 마스크는 얼굴을 가리는 정도로 감염 예방용이 아니다"라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상황에 따라 "KF94 착용을 권고한다" "조건에 따라 재사용도 가능하다" 등의 엇박자 신호를 계속해서 내보냈다.

    마스크 수급 대란은 정부가 ‘마스크 수출 금지’와 ‘마스크 5부제’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이후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방역 대응에 대한 국내 의료진들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의협이 전국 의사 1589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우한 코로나 대응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의사 39.1%가 "올바른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29.8%는 "대응이 다소 부족했다"고 했다. 의사 10명 중 7명이 정부 대응의 미흡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정부 대응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16.6%, "매우 잘했다"는 6.1%에 불과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