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암초 만난 韓 전기차 배터리…올해 신규 수주 '비상'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4.02 06:10

    코로나에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타격
    美·유럽 자동차 공장 셧다운 여파

    올해 고속성장을 예고했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났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는 올해 2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40%를 돌파하면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당장 신규 수주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 사태로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데다 지난달부터 해외 주요 완성차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는 등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폭락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내연 기관차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 LG화학 제공
    ◇LG화학·SK이노 유럽공장 정상가동…"2~3년간 증설 지속"

    현재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는 이미 들어온 수주 물량을 맞추기 위한 생산설비 증설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수주 산업이라 올해 수주를 받으면 향후 2~3년간 물량을 공급하는 구조"라면서 "이전 수주 물량을 맞추느라 앞으로 최소 2~3년간 증설과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051910)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전진기지인 폴란드 배터리 공장의 증설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 LG화학 폴란드법인 LG화학 브로츠와프 에너지는 최근 유럽투자은행(EIB)과 4억8000만유로(6440억원)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EIB는 "대출금은 전기차용 첨단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의 건설과 운영 자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LG화학은 공장 증설을 위해 인근 가전 공장을 약 374억원에 인수했다.

    그래픽=송윤혜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 작업을 위해 전세기를 띄워 직원 300여명을 급파한다. 유럽 내 코로나19의 가파른 확산으로 국가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필수 인력이 공사현장에 투입되지 않자 실시한 조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안으로 코마롬 제2공장 공사를 마치고 시운전 등을 거쳐 2022년 초 제품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둔 삼성SDI도 증설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당장은 수주 물량을 맞추느라 공장을 가동하고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지만 신규 수주는 코로나 확산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규 수주 물량이 줄면서 배터리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공장 셧다운에 배터리 매출도 타격

    실제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주요 고객사인 폴크스바겐, 벤츠, BMW, 포드 등 유럽과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길게는 4월 말까지 한 달간 가동 중단 상태를 유지할 예정이라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꺾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이 약 7880만대로 지난해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보고있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런 영향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매출은 기존 계획치 대비 약 10%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는 이번 사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과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유럽의 완성차 공장은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배터리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주문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배터리 수급을 개선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일부 지연되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지연일 뿐 구조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하트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도 미 환경전문지 그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시장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환경 규제 등 성장 요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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