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책자금, 소상공인은 "시간 너무 걸려…망한 뒤에나 받을 것"

조선비즈
  • 심민관 기자
    입력 2020.04.01 06:10

    부산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2월 말 정부 정책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지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지원센터를 방문했다. 하지만 한달 넘게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출 심사가 몰려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 심사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모 사장은 "돈은 급한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산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남부센터에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의 대출 상담 대기번호가 800번까지 마감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일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게 12조원 규모의 정책자금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들은 재정지원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책자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보통 정부가 자금을 집행하는데 두달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에서 금속공방을 경영하는 김모 사장은 "8시간 줄을 서서 겨우 상담을 받았는데 대출까지 두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울분을 터트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코로나19 소상공인 정책자금 집행률은 23.2%에 그쳤다. 2월 13일부터 신청을 받았지만 전체 정책자금 신청자의 4분의 3이 대출금을 못 받은 셈이다. 코로나19 소상공인 정책자금 집행이 오래걸린다는 불만이 나오자 정부는 "정부 정책자금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병목현상이 발생, 자금집행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탁상행정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대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절차를 간소화 한다거나 일원화 된 대출 절차를 만드는 등 비상 대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 소상공인은 "정부가 길게 늘어선 소상공인들의 대기줄을 보고도 한달 넘게 기존의 정부 정책자금 대출 절차를 그대로 유지했다"며 "이런 식이면 다들 가게 망하고 길거리에 나앉은 뒤에나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이 정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3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첫 단계로 지역 소진공 지원센터를 방문해 정책자금 지원 대상 확인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확인서를 받으면 지역신용보증재단을 방문해 보증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보증심사가 통과되면 해당 서류들을 가지고 시중 은행을 방문해 정책자금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이렇게 대출 절차가 분산된 점은 병목 현상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 지역센터 한 관계자는 "정책자금 지원대상 확인서를 받기 위해 하루 480명의 방문자가 줄을 섰고 직원들은 밤 11시까지 초과근무를 섰다"며 "신청이 한꺼번에 몰린데다 한번에 신청을 받아 일괄 처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소상공인이 정책자금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라고 했다.

    신용등급이 낮아 발걸음을 돌린 사례도 있었다. 대구 섬유업체 이모 사장은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을 신청했지만 신용 보증심사에서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 기존에 대출이 많아 신용등급이 7등급까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모 사장은 "정부 정책자금 지원도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서울 강서구의 한 가구업체 사장은 "연 1.5% 금리로 7000만원까지 대출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상담을 받았는데 신용등급이 낮아 연 3%에 돈을 빌려야 한다고 해 대출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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