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광공업생산 전월보다 3.8% 하락…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
소매판매 전월보다 6%하락,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 17.7% 급감
2월 광공업생산이 전달보다 4%가까이 줄어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8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광공업생산은 제조업생산 현황을 보여주는 핵심지표다. 제조업의 생산 활기를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7%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69.9%)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재 시점에서 경기의 향방을 가늠해주는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7포인트(P) 하락했다. 낙폭만 놓고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던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으로 국내 기업의 생산활동이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0년 2월 산업활동동향’을 31일 발표했다. 생산부문을 보면 전(全)산업생산은 광공업생산, 서비스업 생산이 크게 위축되면서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이는 구제역 확산의 영향을 받던 2011년 2월(-3.7%) 이후 9년 만에 최대 감소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3.1%) 등에서 증가했지만 자동차(-27.8%), 기계장비(-5.9%) 등이 감소해 전월에 비해 3.8%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10.5%가 줄어든 이후 11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2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7%(잠정치)까지 하락했다. 전월보다 4.9%P가 하락한 수준으로 2009년 3월(69.9%) 이후 10년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업생산은 금융·보험(2.1%) 등에서 증가했지만 숙박·음식점(-18.1%), 운수·창고(-9.1%) 등이 줄어 전월보다 3.5%가 감소했다.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소비부문도 코로나19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다.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6.0% 줄었다. 2011년 2월(-7.0%)이후 9년만에 가장 큰 감소다. 의복 등 준내구재가 전월보다 17.7% 줄었고 승용차 등 내구재도 7.5% 감소했다. 화장품 등 비내구재(-0.6%)도 전월보다 판매가 줄었다.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2.3%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4.8% 줄었다. 운송장비(-15.4%), 컴퓨터사무용기계 등 기계류(-0.1%) 등이 부진한 영향이다. 전년동월대비로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11.9%)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26.9%) 투자가 늘어 15.6% 증가했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인 건설기성은 토목(1.3%)이 증가했지만 건축(-5.2%) 공사 실적이 줄어 전월 보다 3.4% 감소했다.
이렇게 각종 실물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7%P 하락해 99.8을 나타났다. 경기동행지수가 기준치인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경기가 위축되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동행지수가 한 달만에 0.7%P가 내려간 것은 2009년 1월(-0.7%P)이후 11년 1개월만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2월 산업활동동향은 중국, 한국,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 19의 큰 영향을 받지 않던 상황에서 작성된 것" 이라며 "3월부터는 팬데믹(전염병의 전세계적 대유행) 상황이기 때문에 3월과 4월의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더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 흐름도 위축되는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경기선헹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보합인 100.3을 나타냈다. 그러나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7개 지표 중 5개 지표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재고순환지표, 경제심지수, 기계류내수출하지수, 건설수주액, 장단기금리차 등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쇼크로 인한 증시 폭락 등을 감안하면 3월부터는 경기선행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확진자가 나오는 경우 제조업체의 공장을 폐쇄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자가격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생산부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제조업 등 생산 부문에 계속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