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범죄단체로 처벌하면 뭐가 다를까... 조주빈, 주말은 구치소에서

조선비즈
  • 정준영 기자
    입력 2020.03.28 09:00

    검찰 "주말, 소환 없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등 검토"
    '범죄단체' 적용시, 처벌범위 확대·범죄수익환수 유리
    가입자만 26만명, 어디까지... '통솔체계' 입증이 관건
    "조씨 수법이 곧 조직범죄" "가담 경위·정도가 관건"

    경찰 송치 이튿날부터 이틀 연달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구속)을 소환 조사한 검찰은 주말을 맞아 법리 검토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TF(총괄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는 "주말 동안 조씨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수사기록과 법리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성 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4·구속)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25일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배포, 유사성행위, 강간 등 12개 죄명으로 조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죄명에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아동복지법위반(음행강요 등), 강제추행, 강요, 강요미수, 협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살인음모, 사기 등도 포함됐다. 경찰 수사기록만 1만2000쪽 분량에 달한다. 다만 경찰은 일부 죄명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을 달았다.

    검찰은 26~27일 잇따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씨를 불러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인정 여부, '박사방' 운영에 텔레그램을 이용한 경위와 내역 등을 추궁했다. 조씨는 변호인 없이 홀로 조사에 임하면서,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체로 묻는 질문에 꼬박꼬박 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주말 동안 조씨의 신문조서,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하면서, 특히 조씨 및 공범들에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유료회원들에게 입장료 명목으로 거둔 가상통화 등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지 법리적인 부분도 함께 살필 계획이다.

    범죄단체 조직죄는 앞서 추미애 법무장관도 거론한 내용이다. 추 장관은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이 빚은 참사"라면서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가담자들의 범행에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검토하도록 검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 '범죄단체' 인정되면 처벌범위 확대되고 범죄수익 추적도 용이
    범죄단체 관련 죄는 형법 114조에 규정돼 있다.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집단에 대해 조직죄, 가입죄, 활동죄로 목적 범죄의 형에 따라 처벌한다. 2013년 이전까지는 '단체에 조직, 가입한 경우'를 대상으로 했지만, 법 개정으로 활동죄가 추가됐고 '단체'에 이르지 못한 '집단'도 처벌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감경 조항을 둬 가담 정도 등에 따라 처벌에 차이를 둘 수 있도록 했다. 범죄단체 조직죄와 함께 조씨 등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 사범들에 대한 적용 여부가 거론되는 폭력행위처벌법도 수괴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 간부는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 나머지 구성원들은 2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죄단체 조직죄는 과거 폭력조직 처벌에 주로 활용됐지만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대법원이 2016년 5월, 2017년 10월 차례로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로 인정한 판례를 내놓은 것을 기점으로 불법 도박사이트 범죄 등으로 인정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25일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다수인이 행한 범죄를 단순히 공범이 아닌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하는 것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예비·음모 단계의 행위도 처벌할 수 있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중대범죄에 해당해 자금세탁 처벌과 범죄수익 몰수·추징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 엄벌은 물론 피해자 회복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는 취지다.

    특히 조씨가 운영한 '박사방'의 경우 유료회원들을 상대로 모네로,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로 입장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가상통화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 몰수·추징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견들이 분분했다. 하지만 판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추징의 경우 현금, 예금 외에도 유무형의 재산으로써 불법 음란물사이트 운영자가 범죄로 챙긴 비트코인도 몰수 대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범죄단체'가 범죄수익으로 챙긴 가상통화는 몰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 다수 가담만으로는 부족... '조직적 통솔체계' 입증돼야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는 반면 범죄단체 인정이 간단치는 않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단체는 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다수인의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내부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춰야 한다. 조직원들의 경우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에 대한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또 단순히 다수 범죄자가 역할을 나눠 맡고 떼로 범행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 ‘단체’의 ‘구성원 다수’가 범죄에 가담했더라도 단체 구성 목적이 범죄로 입증되지 않는 이상 전체 조직을 범죄단체로 볼 수는 없다는 게 판례의 태도다. 학계에서는 범죄를 목적으로 모인 집단이라도 ‘일시적’으로 조직의 형태를 갖춘 것 뿐이라면, 범죄단체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검찰은 조씨 공범 및 ‘관전자’로 불리는 박사방 가입자 수사 관련 서울지방경찰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경찰은 조씨의 손석희 JTBC 사장, 윤장현 전 광주시장 등에 대한 사기 혐의도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조선DB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과 관련해 김재련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조씨의 수법은 범죄조직의 수법과 흡사하다. 나름의 통솔체재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점조직처럼 직원을 모집해 피해자들에 대한 범행을 지시한 점 △비밀방 회원들에게 성착취 영상물을 올리도록 한 점 등이 근거다. 김 변호사는 "조씨의 비밀방에서 성착취물을 관전한 자들도 공범이다. 그들이 존재하기에 수많은 조씨들이 여성·아동을 감히 도구화시키고 소비재화시키는 것"이라며 "집요하게 끝까지 추적해 모조리 잡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씨 등 이른바 'n번방 사건'의 경우 성적인 가해행위, 음란물 유통, 음성적인 범죄수익 거래 등이 뒤섞여 있다"면서 "관련자들을 '범죄단체'로 처벌하려면 결국 공범자들의 가담 경위와 정도, 실제 행위 등이 관건이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를 공범으로 활용한다든지, 26만명이나 된다는 회원들 각각의 동기도 성범죄나 경제적 이익 등 제각각일 수 있어 법 적용이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며 "증거 수집과 더불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자백 확보가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주말 이후 조씨에 대한 소환 조사는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다수이고 수사기록이 방대한 구속사건이다"며 "앞으로도 구속기간 중 계속 소환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은 1차 구속기간이 끝나는 다음주 후반쯤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하고, 4월 초순쯤 조씨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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