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신임 CEO가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20.03.27 06:00

    LG전자는 지난 26일 열린 제18기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권봉석 사장과 배두용 부사장을 각자대표로 정식 선임했습니다. 2017년부터 각자대표로 LG전자를 이끌어오던 조성진 부회장과 정도현 사장이 물러나고, 권봉석·배두용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하지만 주총장에선 권 사장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주총 진행은 정도현 사장이 맡았습니다. 정 사장에겐 마지막 주총인 셈입니다.

    권봉석(왼쪽) LG전자 사장과 배두용 LG전자 부사장. /LG전자 제공
    엄밀히 말해, 주총에서 신임 대표가 연단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주총은 사내·사외 이사 선임 안건을 승인하는 자리입니다. 주총에서 사내이사가 선임되면, 곧이어 열리는 이사회에서 공식적인 대표 선임이 이뤄집니다. 주총이 열리는 순간에 신임 대표는 ‘내정자’에 불과하니, 대표이사로서 주주총회 의장을 맡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대표가 교체되는 해의 주총은 전(前) 대표의 마지막 공식석상이 됩니다. 이날 정 사장이 주총을 진행한 이유입니다. ‘아름다운 퇴장’은 흔치 않다보니, 예우 차원에서 신임 대표가 참석을 피하기도 합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총 의장은 퇴임자다보니 신임 대표에 주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새 대표가 자리하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게 보통"이라고 했습니다. 퇴임자에 대한 예의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퇴임자에 대한 예의도 중요하지만, 신임 대표가 주총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1년에 한번 주주들을 만나는 자리인 만큼 새로 회사를 이끌게 된 대표이사로서 얼굴을 비치는 게 ‘주주에 대한 예의’라는 시각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삼성전기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는 퇴임하게 된 이윤태 전 사장과 신임 경계현 사장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총 의장은 이 전 사장이 맡았지만, 경 사장은 주총이 마무리 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경 사장은 주총 마무리 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취재진에게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며 새 CEO로서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LG전자(066570)는 권 사장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로 ‘이사회 준비’를 들었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과거 각자대표 체제에선 조성진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석하고 정도현 사장이 주총을 진행해왔다"며 "올해는 배 부사장이 주총에 참석하고, 권 사장은 곧장 열리는 이사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LG전자의 설명에도 궁금함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LG전자는 과거 단독대표 시절에도 대표이사가 주총장을 찾지 않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LG전자 대표를 맡으며 단 한번도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LG전자 주총장에 대표가 등장한 것은 2014년 정 사장이 각자대표에 오른 후 부터입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9일 오전 호텔신라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호텔신라 제공
    구 고문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오너가(家) 원로입니다. 오너가 주총에 얼굴을 비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만, 흔치 않기에 주총 의장을 맡는 모습이 ‘책임경영’으로 높이 평가받습니다. 2012년부터 9년째 주총 의장으로 나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사장은 대표로 취임하던 2011년에도 주총을 찾아 자리를 지켰습니다.

    주총은 1년에 한번,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말이 실체화되는 날입니다. 경영진에게 말 한마디를 건내려 먼 길을 찾는 주주도 많습니다.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신임 대표이사가 주총장을 방문하는 건 주주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요. 지난해 주총일(3월 15일)에 7만7200원을 찍은 LG전자 주가는 이날 4만9000원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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