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자도 “지금은 주식의 시간”... 글로벌 경제위기에 관심 이동

조선비즈
  • 백윤미 기자
    입력 2020.03.27 06:00

    우한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고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 주식 관련 검색어가 1위에 올라오는가 하면 주식 관련 도서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 등 글로벌 증시의 영향으로 코스피 1500선이 무너지며 급락한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 앞을 오가고 있다. 하락장이 계속되자 부동산 투자자들도 주식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인터넷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카페 검색어 순위 1위에 ‘주식’ 키워드가 등장했다. 이 기간동안 주식 키워드 검색 수는 4만1560건(2.9%)으로 2위를 기록한 ‘위례' 키워드 검색 수(2만489건)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검색어 순위 20위권 안에 주식 관련 키워드는 5개에 달했다. 3위에는 ‘달러' 9위에 ‘금리’, 13위 ‘삼성전자’, 16위에는 ‘환율’이 이름을 올렸다. 그간 이 커뮤니티에서 ‘위례' ‘둔촌' ‘마곡' 등 부동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지역 키워드가 절대 다수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서점가에서도 부동산보다는 주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의 3월 둘째 주(3월 18~24일)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20위권에는 주식 관련 서적이 5권 포진했지만, 부동산 서적은 1권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주식 서적은 한 권도 없었고, 부동산 관련 서적만 4권 올라와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주식시장에는 계좌 개설이 잇따르고 개미들의 삼성전자 순매수 행렬이 이어졌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정부의 12.16, 2.20 부동산 대책 등 잇따른 규제에 더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주택시장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는 크게 하락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시민들의 주택구입태도지수는 52.8을 기록했다. 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역대 최저치다. 주택구입태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주택 구입에 긍정적인 태도를, 낮으면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값싼 매물을 기다렸다가 골라서 사려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 돼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1.8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30일 98.5를 기록한 이후 23주 만에 기준선인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 많음', 100미만으로 떨어질수록 ‘매도자 많음'을 뜻한다.

    부동산 가격이 이미 충분히 올랐다는 판단과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거래가 어려워지자 집에서 소액으로도 투자 가능한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부동산 투자자의 관심 이동은 투자시장화 돼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의 대상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의 경험으로 인한 학습효과가 주식에 관심을 쏠리게 하는 요인"이라면서 "부동산 투자자들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젠가 극복될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마치 비트코인에 투자하듯 주식 매수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에 비해 불확실성이 높아 고도의 금융 인지능력이 필요한 주식에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하려는 발상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인 리츠 등 대체 투자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광수 연구원은 "그간 ‘부동산 불패'를 외치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가격 조정이나 버블 붕괴 가능성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모든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배당 이익이 있고 유동성도 확보된 부동산 투자인 리츠 등으로 관심이 쏠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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