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하락' 겨냥한 한은의 양적완화… 적자국채 파도 넘을까

입력 2020.03.26 15:34

한은, 가준금리 빅컷 효과 살리기 위해 무제한 RP매입 카드 꺼내
"단기 금리, 기준금리+10bp로 관리"…장기금리 안정 여부 미지수

한국은행이 26일 앞으로 3개월간 환매조건부채권(RP)을 전액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기준금리 ‘빅 컷(big cut·큰 폭의 금리인하)’에도 멈추지 않는 시중금리 상승세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6일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서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50bp(1bp=0.01%p) 인하했지만, 시중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채권시장의 지표금리 역할을 하는 국채 3년물 금리(25일 기준)는 1.131%로 금통위 이전(1.131%)에 비해 2.3bp 올랐고, 국채 10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1.524%에서 1.647%로 12.3bp 상승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은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증권사, 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와 공사채 등을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한은은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시의적절한 운영을 위해 매주 1회 정례 RP매입을 통해 일정 금리 수준 하에서 시장의 유동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은 제공
◇시장금리 관리 의지 드러낸 한은… 금리외 통화정책 카드 내놔

한은의 방침에는 시중금리가 인하된 기준금리 수준(0.75%)만큼 낮아질 때까지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장단기 금리가 낮아져서 금융비용이 줄고 투자 등 실물경제 활동에 자금이 공급되는 통화정책의 경로를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은의 이번 유동성 공급 1차 목표는 벌어진 기준금리와 국고채 금리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금리와 국채 3년물, 국채 10년물 금리와의 격차는 각각 30bp, 90bp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기준 금리와 시중 금리의 격차가 커진다면 곧바로 국채매입을 하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 RP매입 입찰 금리를 ‘기준금리+10bp’로 제시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입찰 대상이 91일물 RP라는 것은 91일물 금리를 ‘기준금리+10bp’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3개월물 금리를 ‘기준금리+10bp’로 낮추는게 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91일물 통화안정채권(통안채) 금리가 현재(0.95%) 수준보다 10bp 가량 내려와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금리가 내려올 때까지 한은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단기금리가 내려오면 국채 3년, 10년물 금리도 순차적으로 하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채 등에서 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일부 회사채의 디폴트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외 다른 정책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단기적으로 시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주열(가운데)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회의에 참석했다./한은 제공
◇한은의 유동성 공급, 적자국채發 금리급등 진정시킬까

일각에서는 올해 사상 최대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될 정부의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60조원이었는데,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으로 인해 70조원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국회를 중심으로 2차 추경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적자국채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주장대로 추경이 30조원 이상 편성되면 적자국채 발행액은 100조원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최근 시장에서는 정부 국채발행액의 60%를 차지하고 있었던 국채 10년, 20년물 등 장기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채 10년과 국채 3년 간 금리 격차는 지난 25일 60bp로, 지난 9일(24.8bp)에 비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한은의 RP 매입으로 장기금리의 상승세가 어느 정도 제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채의 추가적인 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은이 앞으로 전향적인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장에 유통되는 채권을 한은이 단기간에 매입하는 RP방식으로는 적자국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리 상승을 제어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이날 내놓은 무제한 RP매입 방안은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의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이라며 "국채발행에 뒤따르는 문제는 국채를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형성해줘야지 RP를 매입하는 것으론 해결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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