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공천위의 일부 지역 공천 재조정해 김종인 합류 길 열어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6일 미래통합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했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24일 오후 김 전 대표의 자택을 직접 찾아 간곡히 요청했고, 김 전 대표는 이튿날 승낙했다"고 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도 "여러 루트(방법)을 통해 황 대표가 연락을 해 왔다"고 했다. 황 대표는 전날 관훈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차례 무산된 김종인 카드가 다시 검토되느냐'고 묻자 "무산된 바 없다. 논의 과정에 있었던 것"이라고 했었다.
통합당은 지난달 말 김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막판에 무산됐다. 김 전 대표가 합류 전제조건으로 서울 강남 갑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등 일부 지역 공천 재조정을 요구하면서 당내 반발이 커졌다. 이후 통합당이 김 전 대표에게 당초 제안했던 상임선대위원장이 아닌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하면서 최종 불발됐다. 당시 김 전 대표는 "굳이 나를 영입하려는 이유가 뭔지를 알 수가 없다. (통합당) 여러분들이 합심해 잘 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후 통합당은 황 대표를 단독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를 출범했다. 그러나 통합당 내에서는 수도권 중도층 유권자 공략을 위해서는 김 전 대표 영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통합당 관계자는 "중도 보수 통합의 의미에서 김 전 대표가 확실하게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서울 수도권 유권자의 마음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출마하는 서울 종로 지역구 선거도 부담됐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전체 선거를 꾸리면서는 종로 선거에 집중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통합당 합류의 전제 조건으로 일부 문제 있는 지역 공천의 재조정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통합당은 전날 새벽과 밤 9시 두 차례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부산금정·경주·화성·의왕과천 등 4곳 선거구에 대한 공천을 조정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논란이 일었던 일부 지역 공천이 재조정되면서 김 전 대표가 합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우려했던 공천 문제 지역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김 전 대표는 전날 본지 통화에서도 "미래통합당 선대위측에서 이런 저런 제안이 오고 있는 것은 맞다. 미래통합당 선대위에 합류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100분의 1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100분의 1 즉 1%'이라고 한 것은 '가능성이 없지 않다' 즉 일말의 변수는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