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관객수 '역대 최저'... CGV, 35개 극장 닫는다

조선비즈
  • 이선목 기자
    입력 2020.03.26 13:00

    극장 하루 관객 수 2만명대로 ‘뚝’… 2004년 집계 시작 이래 ‘최저’
    영화계 "정부 지원 절실" 한 목소리… 영진위, 코로나 TF 설치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극장 하루 관객 수가 2만명대까지 곧두박질쳤다. 집계 시작 이래 최저치다.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계는 한 목소리로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3일 전국 극장 하루 관객 수는 2만2526명으로, 영진위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치(2004년 3월 29일· 2만6750명)를 갈아치웠다. 이후 관객 수는 이틀 연속 2만명대에 머물렀다. 전날(25일)에는 ‘주디’, ‘스케어리 스토리:어둠의 속삭임’ 등의 신작 개봉 효과로 6만명대(6만2021)를 회복했지만, 지난해 같은 날(21만6143명) 대비로는 70% 넘게 급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CGV 발권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이선목 기자
    관객의 발길이 끊기며 신작의 개봉 일정도 줄줄이 미뤄졌다. 현재 50여편이 넘는 영화들이 개봉일을 잡지 못한 상태다. 이 여파로 예상치 못한 잡음도 발생했다. 올해 초 기대작으로 꼽혔던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하면서 배급사와 해외 판권 세일즈사간 ‘이중 계약’ 여부를 놓고 분쟁을 벌어졌다. 양측은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극장들은 재개봉과 해외 신작 공수로 신작의 빈자리를 채우고 상영 회차를 줄이거나 상영관 영업을 일시 중단하는 등 비상 대처에 나섰다. 국내 1위 멀티플렉스 CGV는 이번 주말부터 35개 극장 영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정상 영업을 하는 극장도 전 상영관이 아닌 일부 상영관만 운영하는 스크린 컷오프(Screen cut off)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전 임직원도 주3일 근무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극장들은 감염 예방을 위한 상영관 내 좌석 ‘띄어 앉기’를 시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극장들이 매월 납부해야 하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 유예 △손 소독제 5000병 지원, △극장 방역 사업 지원 등 지원책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한 지원이라고 반발했지만, 별다른 추가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업계는 뜻을 모아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 영화업계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코로나대책영화인연대회의는 지난 25일에 이어 이날 이틀 연속 ‘코로나19로 영화산업 붕괴 위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연대회의에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영화감독조합,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영화마케팅사협회, 예술영화관협회, 여성영화인모임을 비롯해 NEW(160550), CJ CGV(079160),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계 단체와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 영화산업은 코로나 19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며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영화관 매출이 약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화관 매출 감소는 곧 영화산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산업의 위기는 결국 대량 실업사태를 초래하고 한국영화의 급격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영화산업은 정부의 지원에서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이어 △영화산업의 특별고용지원 업종 선정 △영화산업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 금융 지원 정책의 즉각 시행 △정부 지원 예산 편성과 영화발전기금의 지원 비용 투입 등 3가지 지원책을 건의했다.

    이들은 "영화업계 수만 종사자가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코로나 19 장기화를 대비해 영화인들의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최근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 등 4개 업종을 특별고용유지지원 대상으로 발표했지만, 영화업종은 해당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또 "영화업계의 많은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몰려 있어 다양한 금융 지원을 통해 도산위기를 막아야 한다"며 "추가경정예산과 코로나 19 긴급지원책 어디에도 영화산업을 위한 예산은 포함돼 있지 않다. 영화발전기금 등 재원을 활용한 영화계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영진위는 전날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직원 4명으로 구성된 TF는△영화업계 피해 현황 접수 및 취합 △영화계 지원방안 검토 및 수립 △관련 지원 제도 안내 등 피해 관련 상담과 이에 따르는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이외에 상영관 방역 지원과 분야별 피해 상황 조사 등 업무도 총괄한다.

    영진위는 "사무 행정 체계가 한국 영화 제작, 배급, 상영 지원 사업 실행 위주로 편제돼 있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영화계 전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영화인들의 일자리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신속하게 모색하고 적극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서야 전담 대응팀을 꾸린 건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영화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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