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막아라" 자사주 매입 나선 재계…정의선 817억원어치 사들여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3.26 11:00

    주가 폭락에 자사주 사들이는 재계 총수
    정의선,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식 817억원 매수
    "책임경영 일환"…주가 부양 효과는 미미

    국내 증시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폭락을 거듭하자 재계 총수와 경영진이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투자자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총수 입장에서는 저가에 주식을 매수한 뒤 보유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5일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총 817억원어치 사들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가 한 달 사이 반토막 나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 현대차 제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달 19일부터 25일까지 현대차 주식 405억7000만원, 현대모비스 주식 41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현대차는 58만1333주, 현대모비스는 30만3759주다.

    이번 주식 매수로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2.62%로 0.27%포인트 확대됐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하나도 없었다 0.32%로 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20일 롯데지주 자사주 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주식 매입으로 신 회장의 지분은 11.67%로 1.2%p 올랐다.

    지난해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뉴스
    회사 경영진도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했다.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ICT, 포스코강판, 포스코엠텍 등 5개 상장사 임원들은 주식 매입을 통한 주가방어에 나섰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포함한 임원 51명은 지난 23일까지 주식 1만6000주 총 26억원 규모를 취득했다. 상장 5개사의 포스코그룹 임원 89명도 포스코인터내셔널 7만4000주, 포스코케미칼 1만5000주 등 각자 소속된 회사의 주식 총 21억원어치를 샀다. 포스코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로 주가 약세가 지속되자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서며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너 3~4세들의 자사주 매입도 활발하다. GS그룹의 오너 4세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지난 6일과 9일 ㈜GS 보통주 3만4133주를 장내 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만 총 204억원을 들여 15차례 주식을 매입했다. 지분율은 지난해 말 1.51%에서 올해 2.01%로 올랐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도 지난 9일 ㈜GS 주식 3만2000주를 매입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아들 구동휘 전무는 지난 10일 ㈜LS 보통주 1000주를 사들였다. 구 전무가 이달 들어 장내매수 한 LS 주식은 7600주에 달한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도 지난 10일 LS 주식 2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회사 차원의 자사수 매입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주주가치와 강화 차원에서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효성도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240억원어치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한화솔루션, 동국제강, 대한해운 등도 자사주 매입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삼성물산은 최근 주가 부양 특효약으로 꼽히는 자사주 소각에 나서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타격이 커 주가 부양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목적보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 의지를 다지고 기업 체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주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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