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공격 9시, 'n번방' 수사에 협조하라"... 텔레그램 압박 나선 네티즌

입력 2020.03.25 17:39

국내 ‘n번방’ 사건 전세계로 공론화 나선 시민들
텔레그램 보안 탓에 경찰 수사 난항…국제 공조 요청
각종 언어로 사건 번역…텔레그램 집단 탈퇴 운동까지
전문가 "사이버 성범죄 수사·처벌의 전환점 될 것"

"텔레그램 본사 총공격은 오후 9시입니다. 모두가 동참해주세요. 절실합니다."

지난 23일 트위터 등 SNS에서는 25일과 29일 오후 9시 텔레그램을 동시에 탈퇴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다수의 인원이 동시에 텔레그램을 탈퇴하면서, 탈퇴사유에 ‘n번방’ 사건 실체를 알리고, 국내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는 내용을 적자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이번 활동을 ‘텔레그램 탈퇴 총공격(탈퇴총공)’이라고 이름 붙였다. 텔레그램은 신고된 게시물을 삭제해주고 있지만, 개인정보는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공격을 통해 수사당국을 지원하고, 텔레그램 본사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性)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해온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여론의 공분을 사는 가운데 시민들이 직접 사건을 전세계로 공론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상들이 보안이 강한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해외 메신저를 통해 유통되면서, 국내 수사당국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사건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사건의 전말을 외국어로 번역해 해외 언론에 제보하거나 SNS에 공유하는 등 ‘번역총공’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 영어·중국어로 번역된 ‘n번방’…해외 네티즌 사이서도 공유
'총공'이란 총 공격을 줄인 신조어로, 다수가 일제히 특정 행동을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국회의원들에게 일제히 문자를 보내는 '문자 총공' '검색어 총공' 등이 있다.

24일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카페에는 국내 n번방 사건을 영어로 번역한 번역총공 자료들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 문제의 심각성을 해외에도 알리겠다는 취지다. 모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내용으로 형식은 카드 뉴스, 메시지, 사진 등으로 다양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오는 25일·29일 오후 9시 ‘n번방 텔레그램 탈퇴 총공’ 운동을 안내하는 포스터가 공유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앞서 24일 법무부는 n번방 사이버 성범죄에 가담한 가해자 전원을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버가 해외에 있는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n번방 운영이 이뤄진 만큼, 국제 형사사법 공조도 강화할 예정이다. 같은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해외 서버 등을 이유로 수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인터폴 등 외국 수사기관은 물론 구글‧트위터 등 글로벌 IT(정보통신)기업과의 국제 공조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시민들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한 N번방 사건에 대한 글이 공유되고 있다. 사진은 좌측 상단부터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프랑스어 번역본으로 "현재 한국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n번방을 통한 성착취 및 성범죄에 노출됐으며 특히 미성년자 피해자도 포함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위터 캡쳐
네티즌들은 n번방 사건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n번방_성착취(nthroom_sexual_exploitation)’ ‘n번방_그만(nthroom_stop)’ ‘보이콧 텔레그램(boycott telegram)’ 등 영어로 된 해시태그(검색하기 편하게 하는 ‘#’ 기호)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아동 스너프 필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라는 내용을 번역한 카드뉴스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 일부는 CNN 등 해외 언론사에 제보했다.

최근 트위터에서는 국내 n번방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트위터에는 '#nthroom'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렌드(실시간으로 트윗에 많이 이용된 해시태그나 검색어) 4위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에는 '강간미수', '(멈출 수)없었던 악마' 등 n번방 관련 해시태그가 다수 올라왔다.
중국어 등 제2외국어로 된 자료까지 공유되면서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n번방을 중국어로 번역한 ‘n号房间’ 관련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미성년자 등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전날 경찰에 붙잡힌 조주빈(25) 관련 기사는 공유되고 사흘째인 이날 오전 조회수 67만회를 넘어섰다. 댓글은 1만7800여개가 달렸다.

이들이 'n번방' 사건을 해외로 알리는 이유는 국제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범죄가 발생한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있어 경찰의 추적 및 압수수색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성을 중요시 하는 텔레그램 특성상 n번방 운영자 신상 정보 제공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5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문가들 "여론 형성이 사이버성범죄 처벌 전환점 될 것"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여론 형성이 향후 수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n번방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사이버 성범죄의 집약체로 국적 관계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해시태그 운동 등을 통해 전 세계 시민들이 기업 및 수사기관에 압력을 넣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진희 변호사는 "그동안 수많은 불법촬영물 문제가 거론됐지만 수사기관은 강제추행 등 확실한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를 해왔다"며 "국민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을 명백한 범죄로 인식하고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될 때 향후 사법부나 수사기관이 사이버 성범죄를 처벌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아동음란물 제작 및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개인정보 제공 등 7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조씨를 비롯, 박사방 운영자 124명을 검거해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음독 후 경찰서 찾아 "n번방 음란물 갖고 있다" 자수한 20대 이윤정 기자
조주빈에 돈 건낸 손석희, 김웅 재판서 "얼굴 알려져, 뜯어 먹으려는 사람 많아" 박소정 기자
협박당하고 돈 건넨 손석희, 왜 신고는 안했을까? 이동휘 기자
조주빈 변호사 사임 "가족이 단순 성범죄로 상담했다" 홍다영 기자
'n번방' 물려받은 켈리, 검찰은 왜 항소 안했나 정준영 기자
"조주빈은 '단 하나의 별 박사'... 텔레그램선 神이라고 생각" 이세영 기자
[손석희 입장 전문] "조주빈, 조작된 텔레그램으로 위협... 가족까지 불안감 떨었다" 이세영 기자
손석희 "조주빈이 협박해 돈 줬다" 이세영 기자
구글·텔레그램 등 해외기업, 디지털 성범죄물 32%만 삭제 이경탁 기자
조주빈에 돈 건낸 손석희 “가족 협박 증거확보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이상빈 기자
"조주빈 제명을" "학교 이름 바꾸자" 조주빈 모교 재학생들 분노 고석태 기자
"억울함 풀도록 돕겠다" 조주빈, 윤장현 전 시장에 사기행각 이상빈 기자
"운영·유포·방조 전원 색출"... 경찰청, 'n번방 특수본' 가동 이정민 기자
”연변에서 사람 쓰겠다”면서... 조주빈, 손석희에 살해 협박도 이상빈 기자
'n번방' 운영자 켈리 선고 앞두고, 검찰 변론재개 신청 정성원 기자
조주빈 "손석희·윤장현·김웅 잘안다" 이기우 기자
윤석열 "박사방 사건은 반문명적"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팀 구성 김아사 기자
親文네티즌 음모론 "조주빈 사건, 윤석열 장모 사건 덮기 위함" 최아리 기자
검찰 송치된 조주빈, 오늘 면담 내일부터 조사할 듯 김아사 기자
손석희, 김웅 재판 증인 출석... 법원엔 '증인 신문 비공개' 요청 황지윤 기자
목깁스에 반창고… 조주빈에게 무슨 일이 안영 기자
조주빈과 3인, 무슨 일 있었길래경찰"손석희,윤장현, 김웅 사기당했다' 유종헌 기자
조주빈 "악마의 삶 멈춰줘서 감사"…범행질문엔 침묵 안영 기자
n번방 핵심, 줄줄이 솜방망이 처벌 이해인 기자
[단독] 그놈이 여친이라 부른 여성도… 성착취 노예였다 이동휘 기자
대통령 "n번방 엄벌" 하루만에… 경찰청장 "방조자도 수사, 특수본 즉시 설치" 양은경 법조전문기자
n번방 아동 음란사진 340장 소지한 20대 남성, 독극물 먹고 경찰 자수 조홍복 기자
조주빈이 입은 '휠라', 주가 폭등… 의문의 1승 이동휘 기자
조주빈 변호인 사임… "가족 상담 내용과 너무 달라" 김명진 기자
'박사' 조주빈 일당 일부 이미 재판 중..조주빈에 '보복 청탁' 김주영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