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인천에서 재건축·재개발 시장까지 열기가 번지고 있다. 잇단 규제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서울과는 다른 모습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인천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관심을 받으면서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인천 연수구에 지은지 29년차된 영남아파트(622가구)가 대표적인 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작년 하반기 매달 1~2건 수준이던 이 단지의 매매거래량은 지난 2월 14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5㎡짜리의 작년 9월 매매가격은 1억8200만원(6층)이었다. 이달 1일에는 2억3000만원(3층)에, 10일에는 2억2500만원(1층)에 각각 거래됐다. 서너달만에 집값이 약 25% 오른 것이다.

관리처분인가 및 이주를 앞두고 있는 옥련동 송학둥지아파트도 거래량이 늘며 값이 오르고 있다. 이 단지는 작년 12월 7건, 올해 1월 5건에 이어 2월에는 13건이 거래됐다. 지은지 38년된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56.5㎡짜리 162가구로 구성됐다. 지난달 4층 매물이 1억7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연수구는 영남아파트 조합이 용적률과 가구수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와 서울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등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12월 분양한 인천 미추홀구 주안1구역 재개발 단지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 견본주택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인천시내 주요 재개발사업 추진 구역들의 입주권 웃돈(프리미엄)도 오르고 있다. GS·쌍용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해 분양 예정인 주안3구역의 조합원 입주권(전용면적 84㎡ 기준)에는 웃돈이 1억6000만원 붙어있다. 작년 7월만해도 해당 면적 입주권의 웃돈은 4000만원 안팎이었다. 시공사 선정 단계에 있는 금송구역 재개발 구역의 전용 84㎡짜리 조합원 입주권에는 웃돈이 5500만원 붙어있다. 1년 전(2700만원~3900만원)의 최대 두 배가 된 셈이다.

미추홀구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말 정부가 발표한 12·16대책과 올해의 2·20 대책 이후 인천 부동산 시장 가격이 뛰면서 조합 설립 초기 단계에 있는 재개발 추진 구역에도 프리미엄이 7000만~8000만원 붙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객 방문이 주춤해지긴 했는데 최근까지 서울에 사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쏟아졌고, 매물을 보지도 않고 전화로 매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작년 12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주안1구역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이 분양 시장에서 완판 성적를 거두면서 재개발이 성공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 이와 함께 규제 사정권 밖 ‘비규제지역’ 풍선 효과까지 작용하며 정비사업지에 투자자가 몰리는 형국이다. 비조정대상지역인 인천시에서 공급되는 단지인 만큼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 뒤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반면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시장은 냉랭하다. 부동산 규제의 화살이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를 정조준하고 있는데다,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당분간 가격이 하락하며 조정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예상이다.

지난해 11월 2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짜리는 올해 2월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76㎡짜리도 작년 12월 21억156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달 18억6560만원까지 하락했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팀장은 "인천은 규제를 비켜간데다 가격이 저평가돼있다는 심리가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면서 "하지만 가격만 보고 들어가기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워낙 변수가 많으니 잘 따져서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