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코로나 샘플 없어도, AI 있으니… 3주 만에 진단 키트 뚝딱

조선일보
  • 유지한 기자
    입력 2020.03.19 05:09 | 수정 2020.03.19 13:27

    [디지털 헬스케어 5년새 3배 성장]

    中서 공개된 유전자 정보 분석해 국내 확진자 나오기 전 개발 돌입
    AI, 코로나 백신용 분자구조 찾고 의약품 빅데이터로 치료제도 추천
    웨어러블 기기 사용자 심전도 등 환자 데이터로 임상 대상자 찾아

    최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 주목받는 한국 바이오 기업이 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키트를 개발한 씨젠이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진단 키트 개발에 들어가 단 3주 만에 제품을 만들었다. 속도의 비결은 인공지능(AI)이다. 씨젠 연구진은 바이러스 샘플 없이 인터넷에 공개된 유전자 정보를 AI로 신속하게 분석했다. 수퍼컴퓨터로 2~3개월 걸릴 분석 시간을 몇 주로 단축한 것이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헬스케어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돼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는 분야다.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기기를 개발하거나 병원 정보 시스템에서 확보된 의료 정보, 유전자 정보, AI를 활용한다. 시장조사 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5년 790억달러였던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올해 2060억달러가 돼 3배 가까이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I로 찾아낸 우한 코로나 치료법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는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다.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 1개가 나오기 위해서는 후보 물질 1만개를 검토해야 하고 후보 물질을 찾더라도 전임상 시험(동물 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실패 확률이 높다. 기간도 10년이 넘게 걸리고 비용도 평균 1조원에 달한다. AI를 활용하면 한 번에 100만건 이상의 논문 탐색이 가능하다. 화이자와 노바티스, 사노피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AI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과 협업해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권혜인

    특히 이번 우한 코로나 사태에서 AI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인 인실리코 메디신은 AI를 활용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에 적합한 분자구조를 찾았다. 인실리코 메디신의 AI는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는 분자를 만들고, 사람에게 그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다. AI 알고리즘이 4일 동안 특정 분자를 10만개 만들고, 이 가운데 100개를 추려냈다. 회사는 그중 7개를 골라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 인실리코 메디신은 지난 2월 자사 홈페이지에 AI로 찾은 수백 가지 화합물 분자구조를 공개했다. 영국의 스타트업 베네볼런트 AI도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을 분석한 뒤 AI로 기존 의약품 중 효과가 있을 만한 것들을 찾았다. 그 결과 류머티즘 치료제 '바리시티닙'을 우한 코로나 치료제로 제안했다.

    심전도·뇌졸중 관리 가능

    임상 시험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는 큰 역할을 한다.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환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90% 정도 임상 시험이 환자 모집 실패로 최소 6주간 연구 일정이 지연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데이터를 이용하면 임상 시험 피험자를 모집하거나 환자군을 정하기 쉬워진다.

    지난 1월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은 애플과 손잡고 뇌졸중 관련 연구를 한다고 밝혔다. 애플워치와 J&J의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65세 이상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방세동을 얼마나 빨리 진단할 수 있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병으로 뇌졸중과 관련이 깊다. 양사는 앱을 통해서 심장박동 데이터를 수집하면, 뇌졸중의 위험을 경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휴이노도 환자가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심전도 장치로 심장 건강관리를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심장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이상 증상이 느껴질 때 언제 어디서나 심전도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고려대 안암병원의 심장내과, 흉부외과 교수진이 바로 환자의 심전도를 확인할 수 있다.

    진단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는 활용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스타트업 뷰노는 AI를 활용해 폐질환을 진단한다. 뷰노의 AI가 적용된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는 기흉과 경화 등 5가지 소견을 3초 이내에 판독해 폐렴과 같은 다양한 흉부 질환 진단을 돕는다. 정확도는 99%에 달한다. 지난 2월 강원도 지역 보건소 2곳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선별하는 AI 엑스레이가 도입되기도 했다. 뷰노는 폐 이외에도 치매 같은 뇌질환과 골연령을 판독하는 AI 시스템도 개발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