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말풍선·이모티콘·프로필사진… 카톡처럼 쓰는 소설, 전세계 10대 사이서 유행

조선일보
  • 오로라 기자
    입력 2020.03.19 04:58

    떠오르는 콘텐츠 '채팅형 소설', 심리묘사 거의 없고 대화 위주
    65만명 가입한 국내 앱 '채티', 채팅형 소설 제작 서비스 제공
    지난해 25억원 투자 유치 성공… 美 '얀'도 1300만달러 투자받아

    테크놀로지가 독서 방식을 바꿀까.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최근 10대 사이에 새롭게 떠오르는 콘텐츠가 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형태로 제공되는 웹 소설이다. 이미 2015~2016년 비슷한 서비스가 나온 해외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채팅형 소설(chat fiction)'이라고 부른다. 얀(Yarn)·훅트(Hooked)·탭(Tap) 등 관련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지난 2018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채팅형 소설 앱 '채티'는 누적 가입자가 140만명 이상이다.

    채팅형 소설에 10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채팅형 소설은 '소설'이라는 전통적 문학 장르로 인정하기 어려운 콘텐츠다. 온라인 블로그·카페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글과 닮았다. 배경이나 심리 묘사는 거의 없고, 스토리는 주로 등장인물 간 대화가 말풍선 형태로 오가며 이뤄진다. 대화에는 정말 지인들과 채팅하는 것처럼 줄인 말과 온라인 은어, 이모티콘이 수시로 등장한다. 등장인물의 '프로필 사진'도 있다.

    채팅형 소설 앱(응용 프로그램)인 ‘채티’에서 소설을 읽을 때 표시되는 화면. 주인공의 대화가 카카오톡처럼 말풍선으로 표시된다.
    채팅형 소설 앱(응용 프로그램)인 ‘채티’에서 소설을 읽을 때 표시되는 화면. 주인공의 대화가 카카오톡처럼 말풍선으로 표시된다. /채티

    재밌는 대목은 채팅형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화면을 계속 터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화면에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향해 "날 사랑해?" 하고 물어보는 말풍선이 떴다고 하자. 남자 주인공이 어떤 대답을 할지는 독자가 화면을 터치하기 전엔 표시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형태의 온라인 게임을 한다는 느낌도 든다.

    종이 책에는 없는 다양한 배경화면과 음향 효과도 채팅형 소설의 특이한 점이다. "철컥 하고 방문이 열렸다"는 문장이 나오면 배경 화면에 문고리 이미지와 함께 '철컥' 하는 효과음이 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의 장점을 살려 일반 소설이 글로 전하는 배경과 분위기를 이미지와 소리로 대체한 것이다.

    챗봇(chatbot) 기능을 살린 대화형 콘텐츠도 있다. 예컨대 '신비한 타로 상점'이라는 작품을 클릭하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가장 맘에 드는 카드를 골라보라'고 한다. 독자가 카드를 선택하면 프로그램이 준비한 해석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채팅형 소설 앱이 제공하는 '소설 제작'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쉽게 제작할 수도 있다. 등장인물의 프로필 사진과 대화를 순서대로 입력하고, 필요한 순간에 배경 사진 또는 효과음을 추가하면 된다. 입력을 마치면 터치할 때마다 새로운 내용이 나오는 형식의 콘텐츠로 자동 제작된다.

    채팅형 소설의 시장이 커지자, 벤처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얀'을 운영하는 맘모스미디어는 지난해 1300만달러(약 14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국내 서비스인 '채티'도 지난해 25억원을 투자받았다.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채팅형 소설을 쓰는 사람은 대부분 10대로, 아직은 콘텐츠 질(質)이 높지 않다"며 "앞으로 기존 문학 작품이 신규 트렌드에 영향받아, 영상이나 효과음을 추가해 '채팅형 소설'의 장점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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