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씩 내렸다는 동네 부동산 가보니... "소개할 매물은 없습니다"

조선비즈
  • 이진혁 기자
    입력 2020.03.19 06:00

    "잔금을 한 달 안에 치르는 조건으로 시세보다 수천만원 싼 값에 나온 매물은 있지만, 시세보다 수억원씩 싸게 나온 집은 없어요."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랜드마크 단지인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15일 1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보다 약 1억60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하지만 일대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들은 집 주인의 특수한 사정이 반영됐을뿐,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조선일보DB
    서울 각 지역 랜드마크 단지에서 수억원씩 낮은 값에 실거래된 사례가 속출하면서 집값 하락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을 돌아본 결과 아직은 급매물이 쏟아지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매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다만 서둘러 집을 내놓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는 분위기는 감지됐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종전 거래가보다 크게 내린 가격에 집을 파는 경우가 최근 속출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전용 73㎡는 이달 12일 18억6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달 초보다 2억원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이달 12일 22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였던 지난해 10월보다 4억3000만원 싼 값이다.

    강남구 수서동 ‘수서삼익’ 전용 60㎡ 역시 지난 10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종전보다 3억원 내린 가격이다. 수서동 공인중개업체 한 관계자는 "같은 면적이 12억원에 매매돼 잔금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볼 때 8억5000만원짜리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는 아닐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16억원으로, 직전보다 3억원 내려간 가격에 매매됐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5㎡는 지난달 17억원대에 거래돼 작년 말보다 2억원가량 떨어졌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 2차’ 전용 67㎡는 이전보다 2억7000만원 내린 7억3000만원에 이달 11일 매매됐다.

    강북권에서도 수억원 내린 거래가 있었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는 2월 20일 27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보다 8억원 가까이 싼 가격이다.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중개업체들은 일반적인 거래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급매물을 소개해달라고 해도 대부분 없다고 대답했다. 잠실동 한 중개업체 관계자는 "실거래는 있지만, 정작 16억원에 매매거래를 중개했다는 업체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언론에서 보도된 이후 16억원 정도에 리센츠를 사고 싶다는 매수자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런 매물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개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서울 전역에서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진 않다. 하지만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기 위한 다주택자가 부동산 침체를 우려해 서둘러 집을 내놓는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올 6월 말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더구나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다보니 당장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세보다 가격을 내려서라도 주택을 팔아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사람이 있는 것.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공동주택)의 공시가는 평균 21.15% 상승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공시가 상승률은 25%가 넘었다. 부동산 공시가가 오르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커진다. 일례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보유세는 올해 1017만7000원으로 작년보다 46.37% 오른다. 집주인들은 정부가 ‘퇴로’를 열어줬을 때 빨리 빠져나가야한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시세를 크게 밑도는 경우 증여나 가족 간 거래 등 특수거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다만 증여의 경우 증여일 기준으로 직전 6개월 또는 직후 3개월 내로 매매사례 가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실거래와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가족 간 거래 역시 3억원 이상의 저가 양도는 어렵다. 거래금액과 시가의 차액이 10억원을 기준으로 30%(10억원 이하) 또는 3억원을 넘는 경우 증여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부장은 "시세보다 낮게 거래됐다고 해서 무조건 가족 간 거래라고 볼 순 없다"면서 "코로나 사태와 양도세 중과 배제, 보유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5월 말까지 주택 매도를 서두르기 위해 다주택자가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 기준일은 6월 1일이라 5월 말까지 주택을 매도해야 공시가 급등에 따른 보유세도 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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