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한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3개월 연장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분양을 앞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단지의 일정에 여유가 생긴 것 이상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8일 국토교통부는 당초 4월 28일까지 일반분양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지 않은 단지에 적용할 예정이었던 분양가 상한제를 3개월 추가 연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는 7월 29일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조합 총회 등 집단 감염 우려가 있는 행사는 당분간 자제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도록 분양 일정을 잡기에 시간이 촉박했던 재건축 조합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일반분양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지난 16일 HUG가 분양보증 신청을 반려하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 됐고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방향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이 연장되면서 논의할 시간을 벌게 됐다. 조합은 이에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대의원회를 연기하고 HUG와 분양가 재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달 분양을 앞둔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단지는 12곳이다. 이 중 동작구 흑석3구역은 이미 지난달 총회를 개최했고, 은평구 수색6·7구역과 증산2구역, 개포주공1단지는 이달 중에, 신반포3차·경남과 수색13구역은 내달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역시 조금 넉넉한 시간을 갖고 분양 일정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이밖에 노원구 상계 6구역, 광진구 자양1구역, 성북구 길음역세권, 서초구 신반포13차 등 4월에 일반분양을 계획한 단지들도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추가 연장의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관심이 쏠린 것은 애초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어렵다고 봤던 단지 중에 이번 시행 시기 연장을 계기로 혜택을 받는 곳이 있는가이다. 애초 5~7월에 분양을 예정했던 단지 중 일부는 어부지리로 수혜를 보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용두6구역과 양천구 신정2-2구역·신월4구역, 성북구 장위4구역 정도가 그런 곳으로 꼽힌다.
만약 추가 유예 기간이 6개월로 더 확대될 경우 사실상 연내 분양 단지 대부분이 혜택을 볼 수도 있다. 올해 서울 재건축·재개발 분양단지는 27개 단지 3만8740가구다. 경기도까지 포함하면 32개 단지 4만6627가구로 늘어난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가 추가로 연장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기간이 연장된다고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분양 절차가 순조로워지는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어도 HUG의 분양가 규제 때문에 곳곳에서 분양 절차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당장 둔촌주공의 경우만 봐도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당 3550만원으로 책정해 분양보증을 신청했지만, HUG는 3.3㎡당 2970만원을 고수하는 중이다. 개포주공1단지 역시 HUG와의 분양가 인식 차이가 크다. 2~3개월 유예기간이 생긴다고 해서 이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조합 입장에서는 3개월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찾아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HUG의 기조가 바뀔 것 같지는 않은 만큼 합의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보다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는 것으로 인한 분양시장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3개월 연기돼도 수혜 단지가 많지는 않다"면서 "4월 분양을 예정했던 사업장들이 다소 숨통을 돌릴 계기는 되겠지만, 코로나19 이슈가 얼마나 장기화되느냐에 따라 사업 속도나 수요자 관심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