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와이너리 안성분 대표 “비원퓨어 바디감, 서양와인 못지 않다” 일교차 크고 일조량 많은 충북 영동에서 포도, 산머루 농사 지어 산머루엔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포도보다 여섯배 많아 화가인 안 대표 그림을 와인병 라벨로 사용...전문가 “비원퓨어, 숙성 잠재력 높다”
충청북도 영동군 영동읍 주곡리 산막골길 31-45.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 디지털매체인 조선비즈가 주최한 올해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최고상인 ‘Best of 2020(한국와인 부문)’ 상을 받은 ‘산막와이너리’는 포도 맛 좋기로 유명한 영동의 산막골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다. "영동은 밤낮의 일교차가 연평균 10도 정도로 큰 편이라 과일의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죠. 이곳 산막와이너리는 읍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데다 포도밭이 경사진 곳에 있어 읍내보다 일교차 차이가 2~3도는 더 나기 때문에 더더욱 포도 당도가 높습니다." 산막와이너리 안성분 대표의 설명이다. 서양화가인 ‘서울토박이’ 안 대표는 작업실을 구하러 영동에 왔다가 주변 자연환경에 반해 덜컥 눌러앉았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2009년부터 틈틈이 포도와 산머루 농사를 시작한 안 대표는 2015년 농업법인을 설립, 산머루 와인과 캠벨와인 등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서울에서 차로 세 시간 남짓, 기자가 찾아간 산막와이너리 양조장은 현대식 건물이었다. 1층 시음장은 30여명이 동시에 앉아도 될 정도로 규모가 컸고, 바비큐 행사를 할 수 있는 야외는 미니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여름철엔 ‘작은 음악회’도 수시로 열린다. 시음장과 사무실, 작업실 곳곳에 와이너리 대표인 안성분 화가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안 대표가 2017년에 작약꽃을 그린 작품 ‘비원’은 레드와인 ‘비원’ 시리즈의 라벨로도 쓰이고 있다.
산막와이너리가 유명세를 탄 것은 올해 산머루 와인 ‘비원퓨어’가 대한민국주류대상 최고상을 탔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와인을 빚기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5년 남짓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정직한 재료로 빚은 와인을, 오랜 기간 동안 숙성시킨 뒤 제품화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최고상을 받은 ‘비원퓨어’는 직접 재배한 산머루 100%로 만들었으며 18개월 가량 숙성을 거쳤다. 산머루는 항산화 물질로 잘 알려진 안토시아닌이 일반 포도에 비해 여섯배 가량 많이 함유돼 있다.
산막와이너리가 있는 영동은 국내 최대 포도 주산지다. 과일의 품질은 일조량과 기온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소백산맥 추풍령 자락에 있는 충북 영동군은 밤낮의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지역 과일의 당도가 높고 특히 포도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영동은 전국 포도 생산량의 13%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여군데에 이른다. 지금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잠시 문을 닫았지만, 영동와인터널은 광명와인동굴과 함께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 ‘꼭 가봐야 할 와인체험 테마관광지’로 꼽힌다.
대한민국주류대상 최고상 수상을 축하한다.
"좋은 와인을 만들고자 노력은 하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이런 큰 상을 받고 나니 어깨가 무겁다. 앞으로도 좋은 한국와인을 만들고, 알리는데 더욱 노력하겠다. 와인을 배운 원칙대로 정직하게 만든다고 노력은 했지만,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산머루와인 비원퓨어는 1년 정도 숙성시킨 후, 내게 와인양조를 가르쳐 준 교수님(인근의 유원대학교 와인학과)에게 테이스팅을 부탁드렸더니, ‘잠재력이 상당히 좋으니까, 숙성을 조금 더 하라'는 답을 들었다. 평가가 좋아서 좋은 와인이 될 거라고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최고상은 뜻밖이었다. 1년반 정도 숙성시켰다. 숙성탱크에 아직 병에 담지 않은 와인이 많아, 숙성을 더 시킬 예정이다."
산막와이너리 주변 환경은 어떤가?
"한국 최대 포도 생산지인 영동지역은 토양 자체가 포도를 기르기에 아주 적합하다. 또, 연평균 10도 이상, 일교차가 상당히 큰 편이다. 그래서 과일의 당도가 높고 과일 색이 진하다.
특히 이곳 산막와이너리는 산을 깎아서 포도밭을 만든 곳이라, 약간 경사져 있다. 또한, 토질이 마사토라 비가 와도 물이 잘 빠져, 포도 키우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그만큼 자연배수가 잘 되는 지역이다. 흙에 천연광물 성분이 많아 포도, 산머루에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읍내보다 이곳은 청정 골짜기라서 일교차가 더 심하다. 2도 정도 더 차이가 난다. 친환경적으로 포도를 기르려고 노력을 한다. 필요한 양만큼의 거름 외에는 화학비료, 제초제 같은 것은 일체 안쓴다. ‘유기농와인'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방향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어떤 포도품종을 재배하고 있나?
"포도밭은 캠벨, 청수, 산머루 등을 기르고 있다. 캠벨 포도로 만든 와인 ‘화몽'이 2016년 처음 나왔고, 산머루로 만든 ‘비원퓨어', 화몽과 비원퓨어를 블렌딩한 ‘비원' 등이 주력 제품이다.
화이트와인용 청수포도는 재작년에 심어, 작년에 처음 와인을 빚어 현재 숙성 중이다. 이르면 올 가을, 혹은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영동군의 와인연구소에서 카베르네쇼비뇽, 쇼비뇽블랑 등 서양의 주요 포도 묘목을 보내줘서 포도밭 한켠에 키우고 있다. 서양과는 토양이나 기후 조건이 맞ㅈ 않아, 잘 자라날 것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혹시 일부라도 잘 자라는 품종이 있으면 재배면적을 확대할 것이다. 이런 포도는 생산량이 많지는 않겠지만 블렌딩을 거쳐 한국와인 풍미를 다양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캠벨로 만든 와인과 산머루와인은 어떻게 다른가?
"캠벨은 가장 흔하게 먹는 포도이기 때문에 캠벨로 만든 와인 역시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어릴 적 할머니가 집에서 담근 포도주 맛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산머루는 다르다. 산머루는 그냥 먹기에는 다소 맛이 강하다. 그런데 산머루로 와인을 만들면 맛이 기가 막히다. 카베르네쇼비뇽 같은 서양 포도 품종과 유사한 게 산머루다. 레드와인의 대표품종인 카베르네쇼비뇽 역시 식용으로 먹기엔 너무 달아 와인 양조용으로 주로 쓰인다.
산머루와인의 산도(신맛의 정도)는 캠벨와인보다 강하고 당도 역시 산머루와인이 더 높다. 캠벨 포도는 당도가 15브릭스, 산머루는 18~19브릭스 정도 나온다. 전체적인 향은 캠벨와인은 달콤한 향이고, 머루와인 향은 묵직하다. 캠벨와인은 꽃냄새, 포도향, 딸기향 같은 아기자기한 향이 있는 반면, 산머루와인은 묵직하다. 산머루와인은 좋은 서양와인에서 맛볼 수 있는 것처럼, 산미가 좋다. 맛이나 향 면에서 서양와인 분위기에 가까운 게 산머루와인이다. 캠벨와인은 로제와인보다는 진하지만, 색상이 다소 투명한 반면, 산머루와인은 빛깔이 훨씬 진하다. 서양 레드와인처럼 검붉은 색이다.
100% 산머루와인인 ‘비원퓨어’는 진한 풍미, 기분 좋은 산미와 탄닌감, 검붉은 열매류의 향이 풍성하게 담겨있다. 나무향, 오크향, 베리향이 도드라진다."
기자는 시음장에서 ‘비원퓨어’를 시음했다. 우선 색상. 같이 시음한 캠벨와인 ‘화몽’보다 훨씬 진하다. 색상만으로는 비원퓨어는 서양와인과 차이가 없다. 그럼 향은 어떨까? 딸기 계통의 베리향이 강하다. 맛도 마찬가지. 기분 좋은 산미와 적당한 탄닌감(떫은맛)을 선사한다. 바디감이 다소 강하지만, 묵직함이 부담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여운(와인을 목 안에 다 넘기고 난 후에 느끼는 잔향)은 다소 거칠다. 가당을 한 와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알콜 향도 약간 거슬렸다. 전체적으로 ‘맛의 밸런스’에 아쉬움이 느껴졌다. 비원퓨어는 18개월 숙성했다고 하지만, 숙성을 좀 더 하면 훨씬 ‘복합적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10년 이상 숙성한 산머루와인을 맛보고 ‘맛이 기가 막히다'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00% 산머루 ‘비원퓨어’는 맛, 향이 좋을 뿐 아니라 몸에 좋은 각종 무기질이 다량 들어 있다. 탁월한 항산화 물질로 꼽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포도보다 거의 여섯배나 많은 게 산머루다. 안토시아닌은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절염 등 각종 염증, 특히 암세포와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아주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 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레스베라톨 역시 산머루에 많다. 산머루의 붉은 색소에는 안토시아닌이, 껍질과 씨에는 레스베라톨이 많다. 그래서 이곳 산막와이너리뿐 아니라 산머루와인을 만드는 한국와인생산자들이 의외로 많다.
가격은 산머루와인이 캠벨와인보다 훨씬 비싸다. 산막와이너리의 경우 캠벨와인인 ‘화몽'은 1만4000원, 산머루와인 ‘비원퓨어’는 2만8000원에 팔고 있다. 두 와인을 블렌딩한 ‘비원'은 1만8000원.
‘비원퓨어’에는 어느 정도 설탕을 첨가하나?
"비원퓨어 재료인 산머루의 당도는 18브릭스 정도다. 발효가 끝나면 알코올 도수는 9도 정도 된다. 여기에 발효가 시작할 즈음에 가당(설탕 첨가)을 해서 알코올 도수를 13도로 맞춘다. 당분이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발효에 필요한 미생물의 먹이인 설탕을 추가하는 것이다. 설탕이 효모(설탕을 먹고 알코올을 뱉아낸다)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발효 초기에 가당을 한다. 발효가 끝났을 때는 당분이 남아 있지 않아, 완성된 와인은 드라이하다. 단맛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추가로 넣은 설탕은 알코올 발효로 다 사용됐기 때문에, 잔당이 남아 있지 않다. 와인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설탕을 넣은 것이지. 단맛을 내기 위해 가당한 것이 아니다. 일부 스위트와인들은 단맛을 내기 위해 일부러 잔당을 남긴다.
발효기간은 어떤가?
"와인 양조과정을 보면, 착즙, 발효, 숙성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산머루와인은 캠벨와인보다 발효기간이 거의 두배로 길다. 좋은 산미에 필수적인 젖산발효가 충분히 일어나도록 발효 기간을 길게 한다.
캠벨와인도 우리는 발효를 오래 하는 편이다. 이론적으론 발효가 2~3주면 끝나는데, 이보다는 훨씬 긴 기간인 3개월 정도 발효를 진행한다. 산머루와인은 이보다 더 길게 발효를 한다. 발효가 끝나면 찌꺼기를 다 걸러내고 숙성탱크에서 숙성을 하면서 향과 맛이 잘 어우러지도록 한다. 18개월 이상 숙성을 한다. 와인은 생물이기 때문에 공정이 끝났다고 해서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계속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 와인 자체는 생명이 있는 것이다. 한국와인은 포도품종이 서양와인처럼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발효와 숙성을 거쳐 다양한 풍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와인은 결국 세월이 만드는 것이다."
‘비원퓨어' 향과 맛은 어떤가?
"비원퓨어를 테이스팅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존의 한국와인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와인’이라고 평했다. ‘시간이 더 지날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질 와인'이라는 평도 많았다. 서양와인에 익숙한 외국인들도 산머루와인 반응이 좋았다.
비원퓨어는 향이 복합적이다. 크랜베리, 꽃향, 붉은 과일, 버터, 요거트 향도 난다. 맛은 부드러우면서도 중간 정도의 바디감과 함께 산미가 인상적이다. 목넘김이 약간 무겁지만, 베리향과 함께 꽃향이 함께 올라온다. 잔향으로 스모크향, 버터향이 은은하게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부케(와인의 숙성과정에서 생기는 향들)가 풍부한 와인이다."
‘비원퓨어’외에 어떤 와인들이 있나?
"2016년에 처음 나온 와인이 캠벨로 만든 ‘화몽’이다. 꽃향기가 풍부해 테마를 ‘꽃밭에서'로 지었다. 와인 입문자에게 가벼운 바디감과 달콤한 향으로 다가갈 수 있는 레드와인.
‘아로퓨어’ 와인은 높은 안토시아닌 성분 함유량으로 항산화 작용이 뛰어난 아로니아로 만든 와인. 특허출원을 가진 와인연구소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만든 와인으로 부드러운 탄닌감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신선한 숲속의 향기’ 같은 술이다.
‘비원'은 캠벨 80%에 20%의 산머루를 섞은 와인. 많이 마셔도 질리지 않는 와인이라서, 테마는 ‘끝없는 사랑'. 작년 영동와인축제 때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초련'은 주정강화와인이다. 유일한 스위트와인. 비타민과 미네랄,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산머루, 그 산머루와인 비원퓨어를 포트와인 제조법으로 주정을 강화한 와인. 알코올 도수는 20도. ‘첫사랑'. 거부할 수 없는 강함이 있다.
‘환희'는 40도의 브랜디. 캠벨와인 화몽을 동증류기로 증류했다. 술 좀 드실 줄 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이라서 ‘애주가의 멋'을 테마로 지었다."
서양와인보다 한국와인이 더 좋은 점이 있다면?
“한국와인은 정직한 재료로, 정직한 방법으로 만든다. 한국와인은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소비자들이 대체적으로 알 수 있다. 와인에도 신토불이가 정답이다. 고급 서양와인은 소비자를 속이는 방법을 쓰지는 않겠지만, 저급한 서양와인은 제대로 만들었는지를 사실 소비자가 알 수가 없다. 한국 마트에서 5000원에 파는 저급한 서양와인에, 포도즙 외에 어떤 화학성분들이 들어갔는지를 우리 소비자들은 모른다. 반면에, 한국와인 양조가들은 순수하다. 편법을 쓸 줄 모른다. 정직하게 와인을 만든다. 우리나라는 법도 까다로워서 와인 생산자가 함부로 아무 것이나 넣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