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은 없지만, 덜 위험한 곳은 있다

조선일보
  • 김지섭 기자
    입력 2020.03.18 04:40

    [코로나 팬데믹, 투자는? 전문가 10人이 답했다]

    - 金·달러·국내 주식을 주목하라
    "국내 주식·金, 5점 만점에 3.5점… 신흥국 주식은 당분간 조심해야
    채권은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엔화? 유로화? 믿을 건 달러뿐"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전 세계 투자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산유국 간 패권 싸움에서 촉발된 유가 급락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주 사이 1.5%포인트나 금리를 내리며 5년 만에 '제로(0)금리' 시대로 복귀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긴급 인하(1.25%→0.75%)하며 사상 처음 0%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다른 주요국도 줄줄이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 최악의 패닉 속에 열린 초저금리 시대,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본지가 국내 주요 은행·증권사 10곳의 자산 배분 전문가들에게 무너진 하늘에서 솟아날 '구멍'이 있는지 물었다.

    전문가들은 금(金)과 미 달러화 등의 대표 안전 자산 투자 비중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천했다. 채권 값은 이미 너무 올라서 "먹을 게 별로 없다"고 했고,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해선 대체로 '관망'을 권하면서도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졌기에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해야 할 때"라는 조언도 했다.

    ①주식:韓·中은 매수할 만

    주식은 올해 코로나 쇼크로 가장 많은 조정을 받은 자산이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확산세가 높게 유지되는 등 코로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주식은 더 지켜보되 코로나 사태가 소강 내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중국과 한국 주식은 "담아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주식은 전문가 10인이 매긴 평균 투자 점수(최저 1점, 최고 5점)가 3.5점으로 안전 자산인 금과 함께 가장 높았다. 최성호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시가총액을 장부상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인 PBR이 코스피는 0.8배 아래까지 내려간 상황인데 이는 금융 위기 수준"이라며 "경험상 이 시점에는 인덱스 펀드 등을 활용해 '저점(低點) 분할 매수 전략'을 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와 중국 주식을 제외한 다른 신흥국 주식은 "경계감을 거둬선 안 된다"고 했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전략부 차장은 "주요국은 코로나 대응 강도가 강해지겠지만 신흥국은 쓸 무기가 많지 않다"며 "향후 경기 둔화도 이어질 것이므로 당분간 신흥국 주식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주식에 대해선 "투자를 권유할 상황은 아니지만 해당 국가들이 매우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 처방을 내릴 것이기 때문에 곧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최근 조정으로 고평가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배당수익률과 미 국채 수익률 간 격차가 사상 최고이기 때문에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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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양인성

    ②채권:채권값 이미 너무 올라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채권 가격이 너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채권 투자에선 "먹을 것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채권은 금리가 떨어지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는 채권에 호재로 작용한다. 류용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채권 값이 극단적 고평가 상태에 도달한 만큼 적극적 국채 편입은 투자 위험 대비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중 투자 적격 채권과 주요국 국채는 투자 추천 정도가 '보통'인 데 반해 현지 통화로 투자하는 신흥국 국채와 회사채 중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에 대해서는 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이일드 평균 투자 점수는 1.5점으로 전체 12개 자산군 중 가장 낮았다. 강구현 미래에셋대우 도곡WM 매니저는 "브라질·러시아·멕시코 등의 신흥국 국채가 금리 면에서 매력적이지만 신흥국 통화가 큰 약세를 보이고 있기에 살 거면 달러 베이스 신흥국 국채를 사야 한다"며 "하이일드는 유가 하락으로 굉장히 위험한 상태이며, 우량 회사채도 만기가 긴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③대체 투자:金 강추, 원유는 글쎄

    최근 코로나 공포감이 극에 달하면서 안전 자산인 금 가격마저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금은 위기 국면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대표 안전 자산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최홍석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PB팀장은 "단기적으로 높아진 금 가격은 부담이지만 향후 불확실성 국면을 감안하면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오일(Oil) 패권'을 둘러싼 거대 산유국 간 갈등으로 유가가 30달러대 초반까지 급락한 원유 투자 전망은 어두웠다. 조한조 NH농협은행 WM사업부 차장은 "산유국이 감산에 합의한다면 가격은 다시 오르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위축돼 있기 때문에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진 추세적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다"고 했다. 리츠(부동산투자신탁) 투자에 대해서 긍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초저금리 상황에선 금융상품 이자보다 임대료를 통해 얻는 수익이 아무래도 좋기 때문에 리츠 상품을 선별해 담으면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도현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장은 "리츠 가격이 최근 적정 수준으로 하락해 가격 매력도가 높아졌다"며 "오피스 건물에 투자하는 리츠 외에도 데이터센터나 통신타워 등에 투자하는 글로벌 리츠 상품들에 분산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④통화:달러 강세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통화에 대해선 "오직 '달러'만 믿을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달러를 시중에 대거 풀겠지만 시장 상황이 불안한 만큼 기축통화인 달러를 들고 있으려는 심리가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는 "달러를 꾸준히 분할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엔화나 유로화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올해 해당 국가 및 지역의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팀장은 "유로화와 엔화는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서 매수를 보류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콕 찍은 상품은?]

    4차산업 관련 펀드에 조금씩 담아두세요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주춤해지고, 치료제 개발 소식이 나오면 증시가 금세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보 기술(IT), 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조금씩 담기 시작하라고 권했다. 'TIGER 글로벌 4차산업혁신기술, KB통중국4차산업 펀드, 마이다스신성장기업포커스 펀드, 삼성미국코어밸런스, 교보악사파워인덱스' 같은 펀드 상품이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류용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 사태 극복 후 글로벌 4차산업 및 디지털 경제로 환경이 빠르게 바뀔 것"이라며 "이번에 펀드 기준가가 하락한 것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동성 국면에서 위험 분산을 위해 국채와 안전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유망 상품으로 꼽혔다. 선진 4국(미국·영국·독일·일본) 주식과 채권 및 금(金)을 활용해 안정적 자산 배분 전략을 펼치는 '신한BNPP SHAI 네오 자산배분', 우량 채권에 50% 이상을 투자하고 국내 주식에 15% 이하를 분산 투자하는 'NH아문디 Allset모아모아15' 등이다.

    ☞10人의 투자 판정단

    구현 미래에셋대우 도곡WM 매니저,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 남도현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장, 류용석 KB증권 투자전략팀장,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전략부 차장,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팀장, 조한조 NH농협은행 WM사업부 차장, 최성호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 최홍석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PB팀장,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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