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부동산 내놓는 기업들…“매물 쌓여 소화불량 우려”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0.03.12 10:30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진 최근 들어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질 조짐도 보인다.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기업이 늘면 매물 소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옥, 공장, 영업 매장 등 보유 부동산을 파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조선DB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달에 3000억원대 강남 사옥 매각 작업에 나선다고 공식화했다. LG하우시스도 630억원 규모의 울산 신정사택 부동산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간 한진그룹도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와 건물,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와 건물 등을 매각 추진 중이다.

    선박엔진 부품, 풍력발전 부품 등 단조제품 제조업체인 현진소재는 지난 9일 경남 양산시 복정동 소재 토지와 건물 매각 계약에 따른 중도금 239억원이 납입돼 부채 상환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 보험사들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줄줄이 사옥을 매각하는 등 부동산을 처분했다. 2022년부터 적용되는 새 자본 건전성 규제에 대한 대비책이면서 지속적인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자구책이다.

    유통업계에서도 부동산 매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온라인 상거래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재편되면서 부동산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대형오피스 거래를 주로 하는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그룹이 최대 규모의 점포 처분 단행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앞으로 국내 유통업계 부동산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슈퍼)와 전문점(양판점), 백화점 가운데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의 점포를 올해 안에 정리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작년 신세계그룹 이마트도 13개 대형마트를 9524억원에 마스턴투자운용에 매각하기로 했다. CJ프레시웨이도 7개 물류센터를 유동화해 14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수자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유동성 확보 및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강남 논현동 옛 사옥 성암빌딩 매각을 추진 중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한양건설 컨소시엄이 매입을 최종 철회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컨소시엄 내부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다 가격(1600억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코로나 19 확산으로 국내외 경기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에 나온 기업 소유 부동산 매물이 팔리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 매물의 금액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해 규모가 큰 데다,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는 매수자로 나서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기업들이 경기 악화로 임금 지급 및 대출 이자 부담 등을 겪다 자금 확보를 위해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고려하는 등 보유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면서 "아직은 위험단계라고 볼 수 없으나, 코로나 사태와 유가 하락 등의 부정적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위원은 "이 경우 매물을 내놔도 매수자 찾기가 어려워지고, 결국 매각가격을 낮추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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