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나올 때마다 느는 이것… "일단 증여해놓고 보자"

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입력 2020.03.12 06:00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서울에서 아파트 증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2·16 대책으로 고가 주택의 대출이 막힌 데다 올해부터 양도소득세 부담이 더 강화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증여가 활발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매를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카드 역시 일부 지역에서는 증여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2일 한국감정원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에서 증여된 아파트는 1632건을 기록했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로 많은 월별 증여 건수다. 지역별로는 평균 집값 수준이 높은 서울 강남 4구에서 증여가 활발했다. 서초구(169건), 강남구(92건), 송파구(238건), 강동구(398건)의 증여 건수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시세 9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가 축소되고 15억원을 넘는 주택은 대출이 아예 막힌 지난해 12·16 대책이 거래 동향에 반영된 결과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월 평균 500~600건이던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폭증한 시점은 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시기들과 대체로 맞물린다.

    그래픽=송윤혜
    지난 2017년 상반기만 해도 한 달에 400~500건대에 그쳤던 아파트 증여는 건수는 ‘8·2 부동산대책’과 ‘9·5 부동산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이 연달아 발표된 이후 월 평균 1000건대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 잠시 주춤했던 증여가 늘어난 때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과 대출 규제 등이 발표된 8월과 12월 직후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 방위 규제로 발이 묶이는가 싶은 다주택자들이 궁여지책으로 증여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의 증가 등으로 집을 갖고 있기도 부담스럽고 팔기도 어려워진 경우에 절세 전략으로 증여를 찾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5억원에 산 아파트값이 현재 10억원으로 올라 차익이 5억원인 경우 서울 등 조정지역의 2주택자라면 양도소득세율이 50%, 3주택자라면 양도세율이 60%에 달한다. 2억5000만~3억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이 집을 물려줄 때 적용되는 증여세율은 30%로, 증여세는 양도세액과 비슷한 2억8500만원이다. 이 경우 다주택자인 부모가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늘다보니 증여와 양도 중 어느 쪽이 세금면에서 유리한지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양도차익이 크지 않아 양도세 부담이 적은 비규제지역 아파트는 굳이 증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면서 "집값이 많이 올라 보유세 부담이 크고, 앞으로 자산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강남권 아파트를 절세 목적에서 물려주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법 전문가들은 종부세나 양도세 부담이 큰 규제지역의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찾는 추세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은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겠다고 밝히면서, 전세나 대출을 낀 집을 물려주는 부담부증여가 늘어나는 분위기라는 것. 정부가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짠 전략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5억원에 구입해 현재 시세가 10억원 집을 전세보증금 6억원이 있는 상태에서 증여하면 보증금 6억원은 양도, 나머지 4억원은 증여로 간주된다. 그런데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으면 양도차익으로 간주된 3억원에는 최고 42% 세율이, 증여로 간주된 4억원에는 증여세율 20%가 적용된다. 세금 총액은 2억원 정도로 준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하도록 내놓은 정책들에 다주택자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는 6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면서, 고가 아파트의 부담부증여가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자녀가 증여세를 낼 여력이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모가 세금을 내주면 대신 내준 세액만큼을 재증여로 간주해, 증여세가 또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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