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10일 발표한 공매도 대책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 정부의 대책 마련은 필요했다고 보면서도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 대책이 아닌 만큼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례를 보면 설령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안정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11일부터 3개월간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코스피 종목 중 공매도 거래대금이 최근 40거래일보다 3배 이상 늘면 과열종목에 지정하고 10거래일(2주)간 공매도를 막는 방침을 발표했다. 기존보다 거래대금 기준을 절반으로 낮춰 지정 요건을 완화한 셈이다. 공매도 금지기간도 1일에서 10일로 확대했다. 코스닥 종목은 공매도 거래대금 기준을 5배에서 2배로 낮췄다.

공매도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사서 갚아 차익을 보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는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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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조치… 그러나 더 강력해야"

이번 대책 발표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어느정도 필요했던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건 시장안정효과로서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는 당분간 계속돼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소이므로 (금융위가) 3개월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했다. 시장이 워낙 공포심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여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황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공매도 규제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2008년에는 8개월간, 2011년에는 3개월간 각각 전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아니어서 정부가 기대하는 시장안정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과열 지정 종목이 많이 늘어나야 증시 하락 강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하면 지정 건수가 약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존 대비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을 경우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은 40개사, 코스닥시장은 217개사가 공매도 과열 종목에 지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시장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효과가 크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 완화가 아닌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 완화 제도는 이미 공매도가 급증해 주가변동이 일어난 종목에 취해지는 조치이므로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한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 관계자도 "시장안정상황을 지켜보려면 3개월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다"면서 "1년정도 길게 보고 효과를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송윤혜

◇"공매도 금지, 실효성 적어" 분석도

반면 공매도 규제 조치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규제 조치로 개인 투자자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순 있으나 공매도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작을 것"이라고 했다. 2008년 공매도 금지 기간 코스닥지수는 10.0% 상승했으나 코스피는 3.4% 하락했다. 2011년에는 코스피(-12.1%)와 코스닥(-9.9%) 모두 내렸다.

박 연구원은 "2008년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을 때도 공매도 금지 조치로 시장이 안정됐다기 보다는 미국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안정된 것"이라며 "공매도를 규제하면 거래와 물량이 줄어 유동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행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데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손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2014년 발간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공매도 금지조치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조치가 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시장 유동성을 확대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지난 2014~2016년 공매도 비중과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는 보고서를 2016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