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 10분의 1토막, 부동산 '잔인한 3월'

조선일보
  • 정순우 기자
    입력 2020.03.11 03:09

    봄 성수기지만 집 보는 것 꺼려해… 매매·전월세 거래 거의 올스톱

    재건축 조합 내달까지 분양해야… 상한제 피하는데 총회 못해 발동동
    지자체들 "상한제 연기해야"

    서울 성동구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까지 단 한 건도 중개하지 못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가라앉은 시장에 우한 코로나 쇼크까지 더해지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긴 탓이다. 박씨는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이사 계획을 미루거나, 감염 우려 때문에 집을 외부인에게 보여주길 꺼리는 사람도 늘어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다"며 "2월 초만 해도 전·월세 계약이라도 간간이 있어 사무실 운영비는 벌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이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보통 2~3월은 신학기 이사 수요가 많아 부동산 중개업소의 성수기로 통한다. 하지만 올해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집을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4월 말까지 분양을 해야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데, 주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조합원 총회도 코로나 확산 우려로 못 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정부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반응만 내놓고 있다.

    ◇아파트 거래 급감, 중개사 교육도 중단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작년 12월 6만7957건에서 지난달 5만972건으로 25% 줄었다. 이달 들어선 참혹한 수준이다. 1일부터 9일까지 거래량은 5668건에 불과하다. 아직 3월이 3분의 1밖에 안 지났고, 신고 기간(계약 후 60일)이 많이 남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적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2월 9598건이었는데 이달 들어 9일까지는 281건에 그치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량으로 따지면 309건에서 31건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 역시 9598건에서 1120건으로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2018년 '9·13 부동산 대책' 후 한 차례 급감했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12·16 대책'을 발표하고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한 데다, 우한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다시 얼어붙었다.

    중개업소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강남권에서는 문을 닫은 중개업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송파구 B공인 관계자는 "15억원 넘는 아파트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 문의는 사실상 끊겼다"며 "말동무 찾아 놀러 오던 동네 어르신들도 코로나 사태가 악화된 후엔 안 오신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업소 신규 개업도 기한 없이 연기되고 있다. 개업을 하려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하루 8시간씩 4일(총 32시간)간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달 중순부터 이번 주까지 3주째 교육이 중단됐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입국을 미루면서 대학가 원룸 주인들은 임차인을 찾지 못해 임대료를 내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대학가 원룸 임대료는 전월 대비 2~9% 떨어졌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진퇴양난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우한 코로나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면 다음 달 28일까지 분양 공고를 내야 하는데, 분양가 결정 등 주요 의사 결정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조합원 총회를 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총회가 효력을 가지려면 전체 조합원의 20% 이상 출석이 요건인데 강동구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는 조합원 수가 5000명이 넘는다. 총회를 열면 1000명 이상이 모일 수밖에 없으니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정부와 서울시는 정비사업 관련 총회를 연기·취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조합 입장에선 이달 말까지 총회를 못 열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돼 무작정 미룰 수도 없다. 조합들은 분양가 상한제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 은평구, 동작구 등 일부 지자체도 국토부에 분양가 상한제 유예를 요청했고, 다른 구청들도 동참을 검토 중이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에 부정적이었던 정부 입장에도 약간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진 분양가 상한제를 연기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총회를 연기해야 하는 사업장의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의 권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퇴로는 열어주지 않고 있다"며 "좀 더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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