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증시 폭락에 드리운 공포… 부동산 시장 어디로 가나

조선비즈
  • 이진혁 기자
    입력 2020.03.10 16:20 | 수정 2020.03.11 09:17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증산 정책 여파로 글로벌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의 후행 지표로 인식된다. 증시 폭락이 부동산시장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IMF 구제금융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동산 시장 침체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비슷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 규제로 시장이 꽉 막힌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실물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당시처럼 부동산 시장 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한 코로나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며 국내 부동산시장 부진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DB
    ◇세계 증시 폭락…다우존스 -8%, 이탈리아 -11%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일시적인 매매 중단 조치)가 발동돼 장 중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79% 폭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7.60% 떨어졌다. 나스닥지수 역시 7% 넘게 내렸다. 2008년 이후 최악의 폭락이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9일 5.0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1%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4% 넘게 밀렸다. 특히 코로나19가 급격하게 번지는 유럽 증시는 폭락 수준이었다. 이탈리아는 11%, 독일,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8% 안팎 내렸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었다. 코스피지수는 같은 날 4% 넘게 하락했다.

    ◇코로나 확산 수준·강도 가늠하기 힘들어…부동산시장도 악영향

    그동안에도 국내 부동산시장에 대외적인 변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 규제 우려로 국내 증시가 부진에 빠졌을 때도 부동산시장이 더는 오르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거시경제 여건보다 저금리와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컸지만, 세계 경제의 근본이 흔들리진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우한 코로나는 다르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더 확산할지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경제에 미칠 영향도 가늠하기 어렵다. 일단 전 세계 국가들이 우한 코로나 공포로 ‘빗장’을 걸면서 산업·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건 분명하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가라앉을 때 우리만 활황일 순 없다.

    부동산 수요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수요자들의 소비심리가 죽으면 더는 집을 사줄 사람이 없어진다. 가뜩이나 정부 규제로 주택 매수가 힘들어진데다 2015년 이후 집값도 대폭 오르면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수요자들의 기대치도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실물경제가 침체하면 거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2020년 3월 경제동향에서 "2월 수출이 중국을 중심으로 부진했으며,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주택시장 외부에 있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 수요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서 "코로나 쇼크가 얼마나 지속하고 충격 강도가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시장 분위기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로 빠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산이 떨어지거나 공포가 커지면 부동산 구매 시기를 늦추게 되고, 부동산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증시 폭락이 스쳐가는 ‘이벤트’라는 시각도 있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세계 경제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 인하하면서 선제 처방을 내놨고, 일각에선 양적완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또 부동산이 일종의 ‘안전자산’이 된 상황에서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의 경제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침체 돼도 수년 후면 회복된 전례가 있는데다 다른 투자처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서다. 미국 금리 인하에 따라 우리 정부의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도 큰 데 여기서 나오는 추가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계속 흘러들어 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인베이드 투자자문의 이상우 사장은 "코로나와 세계 증시 폭락의 영향이 주택시장에 없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이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면서 "소비 여력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오히려 주거환경에 대한 소비 욕구가 커질 수 있을 것이며, 미국을 중심으로 유동성을 풀면서 이 돈이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어 올해 시장 상황이 나쁘게만 생각되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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