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글로벌 리세션(경기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코로나 사태로 석유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이는 투자·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침체가 더 심해지고, 이것이 다시 유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9일(현지 시각) 장외 거래에서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한때 지난주 금요일 종가(45.27달러) 대비 31.5% 폭락한 배럴당 31.02달러,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41.28달러) 대비 33.8% 폭락한 27.34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지난 1991년 걸프전 이래 최대 낙폭이다.

유가 폭락은 코로나 사태로 석유 소비 감소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지난 6일 산유국들 간 감산 합의가 불발하면서 촉발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 간 감산 합의가 깨지면서 산유국들은 증산(增産)을 통한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 사우디는 다음 달부터 일일 생산량을 기존 하루 970만배럴에서 1000만배럴로 늘리고, 원유 판매 가격도 지역별로 배럴당 6~8달러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가 폭락으로 미국 셰일 산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 셰일 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인데 유가 전쟁까지 일어나면 생사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국제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 2분기와 3분기 브렌트유 가격이 최저 2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