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스크 대책, 연이어 뒷북 치는 이유는... '한계비용' '평균비용' 헷갈렸나?

입력 2020.03.09 15:24 | 수정 2020.03.09 17:36

[비즈톡톡]

생산 늘리려면 '한계 비용' 관건인데 '평균 비용'만 고집

정부가 마스크 대책을 시행한지 열흘도 안됐지만 수시로 정책을 바꿔 생산업체들에 혼선을 주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의 실정을 모르고 급하게 정책을 만들다보니 스스로 스텝이 꼬이고 수정이 거듭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마스크 수급대란이 벌어지자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직접 마스크 유통에 개입했습니다. 정부는 유통단계에서 마스크 가격이 크게 오른다고 판단, 직접 마스크를 매입해 유통하기로 했죠. 정부가 내놓은 첫번째 대책은 제조사들이 하루동안 생산한 마스크의 50%를 매입해, 공적 판매처(우체국, 약국 등)를 통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크 회사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수매가에 넘기면 마진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손실을 입는 제조사들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수매가가 지나치게 낮아서가 아닙니다. 마스크 원료 가격이 크게 뛴 상황에서 원료 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업체들의 경우 딱히 증산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2월 말 만난 경기도 시흥의 한 마스크 제조회사 관계자는 "마스크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단기적으로 생산량을 늘렸을 때 원료조달, 인건비 등으로 원가가 뛴다는 기초적인 경제 논리도 무시한 발상"이라며 "결국 정부가 계속 추가 대책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지금의 사태를 ‘예견’하더군요.

이렇게 되자 정부는 제조사의 생산 물량 수매 비율을 50%에서 80%로 높이는 대책을 이달 5일 내놓았습니다. 마스크 제조사들이 훨씬 더 비싼 값에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에 물건을 공급하고, 정부에는 비협조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지요. 업체 입장에서 반발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급기야 대책 발표 당일 마스크 제조사 이덴트는 "더 이상 손실을 감수하면서 마스크를 생산해야 할 명분도 의욕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며 마스크 생산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또 정부가 제시한 가격 이하로 출고가를 낮추기 위해 인건비가 1.5배 비싼 야간 및 주말 조업을 중단하는 업체들도 생겼습니다.

상황이 악화되기만 하자, 결국 매입가를 인상하겠다는 발표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매입 가격도 6일에는 개당 900원에서 1000원으로 100원 올리고, 다시 8일 주말 생산분과 하루 평균 생산량 이상 초과 생산분에 대해 1050원으로 50원을 올렸습니다. ‘이 가격으로는 증산이 불가능하다’는 마스크 제조사들의 불만이 들끓었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마스크 재료 가격과 인건비 증가로 개당 출고가가 1200원~1500원까지 올라간 업체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여전히 조업 중단이나 축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기도 오산의 또다른 마스크 업체 사장은 "정부가 마진이 적은 공적 매입 비율을 80%까지 늘린다고 발표해 이번 주부터는 주말 특근을 안하기로 했다"면서 "정부가 매입 가격을 추가 인상했지만 충분한 지원은 못 된다"고 했습니다.

경제학은 언제나 평균 비용보다 한계 비용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제품을 한 개 더 생산했을 때 늘어나는 비용이, 진짜 생산량을 결정하는 비용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의 마스크 대책은 늘 ‘평균 비용을 감안하면 이익이 많이 남는 구조’라는 걸 근거로 삼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의 정책 목표는 마스크를 싸게 공급받는 것인가요? 아니면 생산 원가가 높은 한계기업들까지 동원해 마스크를 대량 확보하는 것일까요?

정부의 마스크 대책이 연일 실패의 연속이었던 이유는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정치권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무능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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