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유통업자 욕심이 부른 '에탄올 실종사건'

조선일보
  • 장형태 기자
    입력 2020.03.09 03:49

    손소독제 만드느라 물량 부족하자 가격 인위적으로 올려 시장 마비
    동네 병원·약국들 못구해 발동동

    동네 병·의원이 의료용 소독제인 에탄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여파이기도 하지만, 일부 유통 업자가 과도한 마진을 붙이면서 유통 시장이 마비된 것도 큰 이유다. 에탄올은 병·의원에서 주사를 놓을 때와 치료 기구를 소독할 때 쓰인다. 솜에 살짝 묻혀 환부를 소독하는 역할을 하는 게 에탄올이다. 보통 의사 한 명이 있는 의원이면 하루 1리터(L) 정도가 필요하다.

    8일 복수의 병·의원 관계자에 따르면 올 1월까지만 해도 1만원 안팎이던 '4L 에탄올'의 병원 납품 가격이 지금은 1만50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격표만 있을 뿐, 실제로는 공급 대리점에선 병·의원에 일정하게 물건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물량이 급한 동네 병·의원들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데, 온라인 가격은 4L 에탄올이 3만6000원 정도까지 뛰었다. 청량리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는 이모 원장은 "공급 대리점 측이 4~5월까지는 에탄올이 안 들어온다고 통보했다"며 "열흘 뒤면 소독용 알코올솜도 못 만들 지경"이라고 했다.

    에탄올 부족 사태는 손소독제 판매량이 급증한 탓이다. 에탄올이 일반인이 쓰는 손소독제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손소독제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해외에서 주로 수입하는 에탄올 물량 대부분이 손소독제 제조공장으로 흘러간 것이다. 이 탓에 에탄올의 수입 가격이 10~20% 정도 올랐고, 병·의원에 들어오는 가격은 이보다 훨씬 큰 폭으로 뛴 것이다.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중간 유통업자들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의료용 에탄올 품귀 현상이 당분간 풀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 의료용 에탄올 생산업체인 A사는 현재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원료가 일주일에 20t씩 간헐적으로 들어와, 발주량의 10%도 못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B업체도 "3월 20일에야 미국에서 원료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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