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發 입국 제한에 항공사 ‘KO’... “비행기 띄울 곳도, 세울 곳도 없어”

조선비즈
  • 최지희 기자
    입력 2020.03.06 06:00

    입국금지 96곳으로 늘면서 여객기 날개 묶여
    이스타항공, 무급 휴직에도 2월 급여부터 60% 밀려
    "경영난 호소 빈말 아냐...지원 없인 3개월도 못 버텨"

    신종 코로나 여파로 여객 수요가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한국발 여객기 입국 제한 조치에 ‘녹아웃’ 됐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하늘길이 80%이상 막혔고, 대형항공사도 여객 수송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거리 노선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뜨지 못하는 여객기의 주기료(주차 비용) 수억원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임금 체불 상황까지 다다른 항공사들은 저마다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발 입국 제한 지역은 계속 늘어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 운항 취소 항공편 매일 늘어… LCC, 全노선 비운항도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한국발 입국 제한 국가는 96곳으로 늘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과 유럽 노선을 비롯한 장거리 노선을 대폭 감축하고 나섰다. 우선 대한항공은 미국 노선과 유럽 노선 25개 중 19개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과 인천~프라하, 로마, 밀라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이스탄불 등 7개 노선의 운항은 내달 25일까지 중단됐다. 8일부터는 인천~로스앤젤레스(LA)노선이, 9일부터는 인천~시애틀 노선을 비롯한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댈러스, 벤쿠버 노선의 운항이 내달 25일까지 중단된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나 지역이 늘어난 가운데 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시애틀 노선의 운항을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중단했다. 인천~호놀룰루 노선의 운항은 감편했고 LA와 뉴욕, 시애틀 노선도 감편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노선은 전체 7개 모두 운항이 중단되거나 감편됐다. 인천~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로마, 베네치아는 내달 24일까지 운항 중단하고, 인천~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는 모두 감편됐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수요, 국내 여행 수요 3가지가 모두 막혀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앞서 세워놓은 올해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됐고, 지금으로썬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CC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에어서울은 신종 코로나 사태 전까지 정상 운항하던 국제선 11개 노선을 이달 22일까지 모두 운항하지 않는다. 에어부산은 32개 노선 가운데 4개 노선만 운항하고, 티웨이항공도 50개 노선 중 12개 노선만 운항한다. 진에어도 국제선 32개 가운데 15개만 운항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지금은 편수를 90% 가량 줄여서 2월 말 탑승률은 그나마 50%를 넘겼지만, 편수를 줄이기 전엔 10명도 못태우고 띄우는 편수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특별히 잘한 건 없지만, 지원이 없으면 정말 3개월도 버티기가 힘들다"며 "이대로라면 6월 안에 도산하는 항공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연합뉴스
    ◇ "날지 못해 수익 없는데 세워두는 비용만 수억원"
    날개가 묶인 여객기는 모두 공항 주기고(지상 대기 장소)에 갇혀 있다. 주기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매일 비운항 여객기가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이 공항공사에 지불해야하는 주기료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은 최대 3시간까지 주기료를 받지 않고, 그 이후부터 항공기 중량에 따라 30분당 요금을 부과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요즘처럼 여객기 80%가 서있을 땐 하루 주기 비용만 해도 수천에서 수억원대"라며 "날지 못하는 항공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매달 내야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회사 소유인 격납고에 비행기를 채워두는 방안도 고안했지만, 격납고엔 2대 정도 밖에 들어가지 않아 비용을 절감하기엔 택도 없다"며 "이런 이유로 항공사들이 공항공사에 주기료 감면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한 일부 항공사는 리스사와 협의해 새 기종 도입 시기를 늦췄다. 에어부산은 당초 올 5월 이후 A321 NEO LR 등 항공기 3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여파로 경영 여건이 악화하자 리스사에 도입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항공사들은 잇달아 무급 휴직과 임원 일괄 사표 제출, 임금 삭감 등 특단의 고육책을 내놨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스타항공은 무급 휴직을 실시하면서도 2월 급여의 60%를 체불했다. 항공사 측은 "‘이대로면 죽는다’며 경영난을 호소한 것이 빈말이 아니다"며 "무담보 대출과 항공이용료 감면 등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그 어떤 자구책으로도 3개월 이상 버티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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