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1조356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08년(2조7981억원 손실)에 이어 한전 역사상 둘째로 큰 적자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한전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그 부담이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란 형태로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은 28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조5348억원 감소한 59조928억원, 영업 손실은 전년보다 1조1486억원 더 늘어난 1조356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18년(2080억원 영업 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한전이 최대 적자를 봤던 2008년은 연평균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했으나, 작년에는 그 절반 수준인 57달러였다.

한전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 원인으로 전력 판매량 감소, 설비투자 증가, 미세 먼지 저감 대책에 따른 석탄발전 저하 등을 꼽았다. 한전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냉난방 전력 수요 감소로 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1% 줄어 9000억원 정도 손실을 봤고, 기타 수익도 6300억원 줄었다"며 "온실가스 배출권 무상 할당량이 줄고,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비용이 전년 대비 6500억원 정도 늘어난 것도 전체 손실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한전은 이날 "작년 실적과 탈원전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을 한전 실적 악화의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전력 생산 비용이 가장 싼 원전 가동을 줄이고 값비싼 태양광·풍력,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다 보니 한전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설비 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은 70.6%로, 2018년 65.9%에 비해선 4.7%포인트 증가했지만,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기 전 80%를 웃돌았던 수준엔 한참 못 미친다. 한전은 원전 이용률이 79~85%에 달했던 2014년부터 3년 동안 연간 5조~1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통상 원전 이용률 1%포인트가 떨어질 때마다 한전의 영업 손실은 1900억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는 친환경적인 발전원인 원전 가동을 늘리면 한전 적자도 해결되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며 "하루빨리 탈원전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탈원전이 적자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전도 원전 가동이 늘어나면 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한전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0년에는 원전이용률 상승 등이 한전의 경영 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전의 적자 누적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한전 관계자는 이날 "지속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고,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도 작년 말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