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 (20) “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만든 과하주, 이제 사계절 즐겨요.”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2.28 08:28 | 수정 2020.02.28 08:31

    경성과하주 출시한 술아원(여주) 강진희 대표
    과하주는 조선시대 여름철, 술이 상하지 않도록 약주에 소주를 일부 섞은 술
    약주 발효 초기에 독주 넣어, 도수는 높지만 단맛이 도드라져
    "전통술은 빚는 사람마다 맛과 향이 다른 것이 큰 매력"
    고구마 증류주 ‘필', 복분자 넣은 ‘복단지'도 시장 반응 좋아

    한국근대문학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육당 최남선이 1946년에 펴낸 ‘조선상식문답'은 조선에 관한 일반 상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문답 형식으로 쓴 책이다. 1937년 1월부터 9월까지 총 160회에 걸쳐 매일신보에 게재한 글을 광복 직후에 묶어 펴냈다.

    이 책은 전통술 업계에서 ‘조선의 3대 명주'를 소개한 책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감홍로, 죽력고, 이강주가 조선 3대 명주’라고 소개했다. 감홍로술은 평안도 지역에서 유래한 술로서, 정향, 용안육, 계피 등의 한약재와 멥쌀을 넣고 우려낸 술이다. 지금은 경기도 파주에서 빚고 있다. 현재 전북에서 생산되고 있는 죽력고는 대나무를 토막내 불을 지펴 흘러내리는 대나무즙인 죽력에 대잎, 석창포, 계심 등을 넣고 증류한 소주다. 이강주는 배와 생강으로 만든 술로, 조선 중기 전라도와 황해도에서 제조된 술이다.

    그런데, 조선상식문답에는 ‘조선3대 명주’ 외에 경성과하주, 면천두견주(진달래 꽃을 섞어 빚은 술)도 조선 최고의 명주'로 소개하고 있다. 이중 경성과하주는 경성, 지금의 서울을 중심으로 제조돼왔던 과하주의 일종이다. 과하주는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술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술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발효주와 증류주를 혼합해서 빚어, 술의 단맛을 유지하도록 만든 조선시대 대표적인 명주다.

    과하주는, 약주 발효 중간에 도수가 높은 소주를 넣어 알코올 발효를 일반약주보다 적게 함으로써, 단맛이 강하면서도 도수는 높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더운 여름철에도 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실 수 있도록 한 우리 조상의 양조 기술이 돋보이는 술이다. 과하주는 흔히 주정강화와인으로 알려진 포르투갈의 포트와인과 비견되지만, 탄생시기는 과하주가 100년 정도 앞선다.

    경기도 여주의 신생 양조장인 술아원에서 작년 12월 고문헌을 참고해, 경성과하주를 새로 내놓았다. 술아원의 경성과하주는 여주햅찹쌀(100%)과 국내산누룩, 정제수를 사용한다. 약주 발효 도중에 넣는 증류주는 경기미로 빚은 약주를 상압 증류해 만들었다. 증류 후에도 약 1년 동안 저온숙성을 거친 뒤 완성된다. 알코올 도수는 20도, 유통기한은 180일이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양조장 ‘술아원’ 강진희 대표가 과하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술아원은 경성과하주 출시 훨씬 전인 2014년에 이미 네 가지 종류의 과하주를 내놓아, 국내 대표적인 ‘과하주 전문 양조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양조장 술아원에서 강진희 대표를 만났다.

    2015년 농업회사법인 술아원 설립 전 활동 경력은?

    "양조장 설립 전인 2014년 3월에 ‘술아’라는 브랜드의 과하주 네 종류를 먼저 출시했다. 판매를 하면서 ‘자체 양조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5년 지금의 자리에 술아원 양조장을 설립했다.

    전통술 사업을 하기 전 그냥 평범한 주부였다.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경험도 없었다. 애들이 어느 정도 컸다고 보고, ‘내 일’을 하고 싶었다. ‘술 빚는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도 처음에는 없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배울 수 있는 것을 많이 배웠다. 처음에는 와인스쿨도 다니고, 10년전에 가양주연구소에서 술빚기 과정을 이수했다. 2010년 가양주연구소에서 기초반(3개월)을 거쳐 누룩, 식초반 같은 특강반도 했다. 지도자과정(6개월)까지 수료했다.

    지도자반 끝나고 바로 과하주 ‘술아’ 개발에 들어갔다. 과하주는 옛문헌을 참조, 레시피 그대로 빚었다. 술아 개발은 6개월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상당히 빨리 진행됐다. 가양주연구소에서 배운 레시피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좀 있었다. 그 레시피대로 여러번 빚어봤기 때문이다. ‘이걸로 상품화해도 되겠다'는 생각은 개발 전부터 갖고 있었다."

    처음에 와인부터 배웠는데, 전통술을 최종 선택한 이유는?

    "와인은 양조쪽을 배운게 아니라 맛과 향을 즐기는 수준의 교육을 받았을 뿐이다. 여러가지 와인 맛을 보면서 ‘술을 어떻게 빚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배운 내용이 ‘와인과 맥주는 레시피대로 빚으면 비슷비슷한 맛이 나오는 반면에, 전통주는 레시피대로 만들더라도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다르다'는 거였다. 아, 이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빵 만들기를 배울 때에도 사람마다 빵 모양이나 부풀기도 조금씩 달랐는데, 빵과 마찬가지로 전통술도 ‘발효에 따른 다양성’이라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전통술을 배워보자고 결심했다. 술의 향과 맛의 다양성 측면에서 와인이나 맥주보다 전통술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정형화되지 않은 느낌, 창의성이 돋보이는 여지가 있는 영역이 전통술인 것 같아 본격적으로 전통술을 배우기로 했다.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들쑥날쑥한 것이 어떻게 보면 단점일 수도 있지만, 다양성이나 개성있는 소비 측면에서 볼 때 큰 장점이겠다 싶었다. 어릴 적 외할머니가 가양주 빚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도 더 정감이 갔다."


    ‘술아원’ 강혁 본부장이 발효 중인 과하주를 설명하고 있다. 발효실은 항상 20도 내외로 유지된다. /박순욱 기자
    농업회사법인 술아원은 어떤 목표를 가진 양조장인가?

    "이런 질문의 대답이 제일 어렵다. 사실은, 지금도 내가 양조장을 하고 있다는 게 잘 실감이 가지 않는다. 술 관련 교육을 일년 이상 받을 때도 ‘내가 술사업을 직접 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느날 내가 술을 빚고 있었는데, 술 빚는 일이 육체적으로는 많이 힘든데도 그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조장을 하고나서 두번이나 허리 디스크에 큰 무리가 왔었다. 술을 빚다 보면 무거운 걸 들어올릴 일이 정말 많다. 가족들도 양조장 하기 전부터 말렸다. 나는 가족들의 뜻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술 양조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허리에 무리가 왔을 때도 ‘이제 술빚기를 그만둬야 하나'는 생각보다는 ‘술을 오랫동안 빚으려면 체력관리를 꾸준히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술 빚는 일과 연관이 되면,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효를 거쳐 나온 술을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에 힘들었던 순간들도 다 잊게 되더라. 내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술 빚기를 크게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완전 술빚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전통술 시장 내에서 아직 대중적인 술이 아닌 과하주를 선택한 이유는?

    "과하주는 굉장히 매력적인 술이다. 일반 약주와는 완전히 다른 술이다. 와인스쿨 다닐 때 포트와인, 셰리와인도 맛봤는데, 이 술들은 일반 와인이나 브랜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술이었다. 그런데, 과하주는 포트와인, 셰리와인과도 완전히 다른 술이다. 탄생 시기도 과하주가 100년 정도 앞선다.

    독하면서도 단맛이 강한 과하주 특유의 향은 약주의 향도 아니고, 소주의 향도 아니다. 새로운 매력이 있는 향과 맛을 지닌 술이 과하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단순 블렌딩 술인 칵테일과도 전혀 다른 게, 과하주는 두가지 술이 섞인 다음에 발효와 저온숙성을 거치면서 섞기 전의 두 가지 술이 갖지 않은 섬세하면서 깊은 향과 맛이 새로 생겨난다. 과하주의 기본(베이스)는 약주다. 약주는 쌀과 누룩, 물을 배합해 발효를 거쳐 만든 술이다. 여기에 증류주, 혹은 희석시킨 주정을 약주 발효 도중에 넣어 만든다. 높은 도수의 술을 섞으면 약주의 알코올 발효가 억제돼 일반 약주보다 단맛이 더 도드라진다."

    술아원은 2014년 3월에 4종의 과하주 ‘술아’를 출시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특성을 살린 꽃잎을 넣어 맛을 다양화했다. 봄술인 ‘술아-매화주'는 약주에 매화꽃과 증류주정을 넣는다. 증류주정은 직접 내린 증류식소주가 아닌 대부분 수입산 원료로 만든 주정이다. 생산단가, 결국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95%의 주정을 40% 정도로 희석시켜 넣는다. 말린 매화꽃은 발효와 숙성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넣는다. 그래야 꽃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피는 연꽃을 넣은 ‘술아-연화주'는 매화 대신 연꽃을 넣는다. 가을꽃 국화를 넣은 ‘술아-국화주'도 같은 방법으로 빚는다. 겨울술은 꽃잎을 넣지 않은 순곡주 스타일로 만들었다. 작년 12월에 나온 프리미엄 과하주 ‘경성과하주’와 다른 점은 증류주정을 넣는다는 점. 경성과하주는 직접 내린 증류식소주를 넣는다. 옛날 문헌대로 제대로 만드는 과하주는 경성과하주인 셈이다.

    과하주 빚기 과정에서 주정(혹은 증류식 소주)는 어느 단계에서 넣나?

    "우리는 단맛을 내기 위해 약주 발효 초기에 주정을 넣는다. 과하주는, 냉장고가 없던 옛날, 여름철에 술을 시원하게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생긴 술이다. 알코올 발효는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토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발효가 진행되면 술의 단맛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운 여름철, 상온에 오래 두면 술맛이 계속 드라이해지면서 알코올 도수가 올라간다.

    그런데, 약주 발효 초기에 높은 도수의 술(증류주정)이 첨가되면, 효모가 더 이상 활동을 못하게 된다. 평기온 상태에 두더라도 알코올 발효는 사실상 중단된다. 그러면 당분이 많이 남아, 술의 단맛이 도드라진다. 일반 약주보다는 알코올 발효가 덜 되기 때문에 단맛이 일반약주보다 과하주가 더 강하다. 발효 초기에 들어가는 주정의 알코올 도수는 42도 정도 된다. 95% 주정을 희석시켜 만든다."

    ‘술아원’ 제품들. 사진 왼쪽부터 경성과하주, 술아 매화술, 술아 연화주, 술아 국화주, 술아 순곡주, 복단지, 필(고구마증류주), 술아 막걸리. /박순욱 기자
    과하주는 역사 속에 어떻게 소개돼 있나?

    "이순신 장군이 부하 장수들과 마신 술 중에 과하주가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자세히는 알 수는 없다.

    과하주 레시피는 가장 오래된 한글 요리책인 ‘음식디미방’에 짧게 나와 있다. 그러나, 계량 단위가 지금과 달라,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최남선 선생의 책에는 경성과하주가 ‘조선의 명주'라고 소개하고 있다. 최남선 선생의 저서 ‘조선상식문답'에는 먼저 ‘조선의 3대 명주', 감홍로·죽력고·이강주가 소개되는데, 그 외에 ‘경성과하주, 면천두견주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기록이 그 책에 있다."

    음식디미방에는 과하주 맛이 ‘달고 독하다’고 기록돼 있는데?

    "음식디미방에 ‘(과하주는)달고 독하다’고 짧게 기록돼 있다. 우리 조상들이 냉장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더운 여름철에 술의 단맛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술을 만들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단맛을 계속 유지하는 기술, 사실 대단한 것이다.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스페인의 셰리와인 같은 주정강화와인보다 역사적으로 100년 정도 앞서는 게 우리 과하주다. 만드는 방법은 거의 같다. 포트와인은 단맛을 내기 위해 과하주처럼 와인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넣는 경우도 있다.

    포트와인, 셰리와인은 무역(배를 통해 해외에 수출)이라든가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술이라면, 과하주는 여름 철에 있는 가족 대소사(생일, 제사)를 위해 만든 술이기 때문에 훨씬 인간적이란 생각이 든다."

    여름 한철에 마시는 술인 과하주를 봄 매화술, 여름 연꽃술, 가을 국화술, 겨울 순곡주 등 사계절 술로 다양화한 이유는?

    "과하주가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고 설명하면, ‘과하주를 마시면 내가 여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생각들 한다. 술이 여름을 지난다는 뜻은, 이 술을 여름에만 마신다는 뜻이 아니라, 더운 여름철에 마실 수 있는 술이니까, 그만큼 오랜 기간 마실 수 있다는 의미다. 여름을 (상하지 않고)지날 수 있는 술이라면, 다른 계절은 얼마든지 지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과하주를 사계절 언제나 마시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과하주는 알코올 도수가 일반 약주보다 약간 높으니까 겨울에도 마시기 좋은 술이라고 여긴다."

    그럼, 술아원이 약주에 증류식 소주를 넣어 제대로 만든 ‘경성과하주'는 어떤 맛일까?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대형 박사는 다음과 같은 테이스팅 노트를 전해왔다.

    "경성과하주는 찹쌀을 이용한 순곡주로, 단맛이 높은 약주에 증류식소주를 넣어 만들었다. 단맛이 강해서 높은 알코올 도수(20도)를 잘 못느낀다. 풍부한 곡물향과 더불어 저온에서 오래 숙성하면서 만들어진 과일향(바나나와 배향)이 포도를 이용한 주정강화와인(포트와인)과는 다른 맛을 내는 술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성과하주를 마셔보니, ‘경성과하주는 한두잔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시는 술’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일반 약주보다 단맛이 살짝 강하지만, 20도의 알코올 도수 역시 무시할 수준은 아닌 듯했다. 술이 약한 여성분들에게는 알코올 도수가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반면에 ‘2년 숙성’ 고구마소주 ‘필’은 높은 도수(25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향과 맛이 담백했다.

    2017년에 막걸리 ‘술아 핸드메이드 막걸리’를 내놓았다. 이 술이 다른 막걸리와 다른 점은?

    "술아 막걸리는 여주쌀을 사용하고, 인공 감미료를 넣지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다. 대부분의 프리미엄 막걸리는 유리병에 담겨져 있는데, 우리는 페트병에 넣은 이유가 젊은 고객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또, 대부분의 고급 막걸리는 담금을 세번 한 삼양주가 많은데, 삼양주는 단맛도 도드라지지만 굉장히 묵직하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젊은층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술맛이 묵직하기보다는 맑고, 경쾌하고, 톡톡 튀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느낌의 누룩 막걸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한번 담금하는 단양주로 결정했다.

    그런데, 누룩으로 만드는 단양주 탁주는 굉장히 변화무쌍하고, 제품으로 만들기가 정말 쉽지 않다. 맛이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맛의 변화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오래 빚어본 사람들은 ‘단양주가 제일 어렵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술을 가볍게 만들려면, 단양주 스타일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단양주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생산 초기에는 다리 뻗고 자지도 못할 정도로 불안했다. ‘내가 만든 막걸리가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마실 즈음, 어떻게 변해있을까?’ 이런 걱정을 많이 했다. 맛의 변화가 엄청 다이나믹한 것이 단양주의 특징이다.

    미생물의 활동을 막기 위해 살균처리한 술이 아니기 때문에 병입 후에도 2차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산도(신맛)가 크게 올라올 수도 있다. 하지만, 좀더 맑고, 톡톡 튀는 느낌을 주려면 이양주, 삼양주가 아니라 단양주가 맞다고 생각했다. 특히, 여름에 나가는 술에는 좀 더 신맛이 도드라질 수 있다. 아직도 막걸리의 산미를 인정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막걸리에 신맛이 약간만 나도 ‘술이 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산미가 와인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우리 술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다."

    술아원은 2019년 5월에 고구마증류주 ‘필', 복분자를 넣은 약주 ‘복단지'를 새로 내놓았다. 품질 좋기로 유명한 여주산 고구마를 발효시켜, 상압식 증류기로 고구마 증류원액을 추출해 만든다. 증류 후 2년간 숙성해서 병입한다. 복단지는 쌀을 주원료로, 복분자를 부재료로 만든 약주다.

    고구마증류주 ‘필’은 증류 직후 알코올 도수가 42도인데, 25도로 낮춘 까닭은?

    "여주산 고구마 술을 발효한 뒤 증류해서 내리면 알코올 도수가 대략 42도 정도 된다. 우리는 여기에 물을 타서 25도 제품을 만들어 ‘필’이란 이름을 붙였다. 2019년 5월에 나왔다. 도수를 25도로 한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 고구마소주가 대중화되지 않았고, 내가 처음 접한 고구마소주도 일본 제품이었는데, 일본 고구마소주는 25도 제품이 많았다. 그래서 도수를 25도로 했다.

    필은 고구마 100%가 아니고, 쌀을 10% 넣었다. 고구마만으론 전분이 적기 때문에 발효 과정에서 당분, 그리고 알코올로 바뀌는 전분질이 많은 쌀을 일부 첨가한 것이다. 증류 전에 너무 도수가 낮으면 증류가 잘 안된다. 증류 전에, 적어도 알코올 도수가 10도는 넘어가야 한다. 필은 발효는 대략 7~8일밖에 걸리지 않지만, 증류 후 2년간 숙성을 해서 완성된다."

    고구마증류주 필 시장 반응은 어떤가?

    "필 출시 즈음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에서 ‘일본 고구마 소주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 고구마소주’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서, 필이 이자카야에서 반응이 좋았다. 필은 전통주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자카야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복분자술 복단지는 어떻게 만들었나?

    "필과 거의 같은 시기에 나왔다. 복분자가 많이 들어가서 과실주 같지만, 쌀이 주원료인 약주다. 고문헌에도 레시피가 나와 있지만, 과일이 들어간 약주를 만드는 방식이다. 쌀과 과일을 같이 넣어서 발효를 시켜 만든다. 복단지의 복분자는 부재료다."

    이름을 ‘복단지’로 한 이유가 있나?

    "복분자가 들어간 술이기 때문에 우선, 복분자의 ‘복’자를 넣었다. 복분자술을 만든 시기가, 새 양조장 부지를 알아보는 시기와 겹쳤다. 지금의 양조장은 공간이 협소해 술을 사러오는 사람이 와도 제대로 응대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거의 4년전부터 새 양조장 땅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복분자술이 완성될 즈음에 맘에 드는 부지를 찾았다. 그래서 양조장을 옮겨서 ‘복을 받자’는 뜻에서 술 이름을 ‘복단지’로 정했다. 우리 술을 드시는 소비자들도 복을 받고, 이 술을 만드는 우리도 복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두가지 의미를 담아 이름을 정했다.

    복단지 알코올 도수는 14도. 시중의 복분자술은 당도가 낮아 가당(설탕성분 첨가)를 한다. 그런데 복단지는 설탕을 추가하는 대신, 당분을 쌀로 낸다는 면에서 기존의 과실주 복분자술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런 단맛을 낸다고 생각한다."

    최근 술연구모임을 만들어 전국을 돌고 있다고 들었다?

    "내게 술빚기를 가르쳐 준 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 그리고 경기도 용인의 양조장 술샘 신인건 대표,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주류단’이란 이름의 술연구모임을 시작했다. 각종 전통술 술빚기 교육기관을 수료한 뒤 양조장을 새로 차린 분들도 많고, 전통주점을 차린 분들도 전국에 많다. 전국을 다니면서 그런 분들을 만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각종 정보를 공유하려고 주류단 모임을 시작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하자는 그런 의미다. 어려움이 있으면 소통을 통해 해결방안을 같이 모색해보고, 좋은 정보는 같이 나누자는 취지다."

    강진희 대표가 최근 만든 술연구모임 ‘주류단’ 회동 모습. 사진 왼쪽 첫째가 술샘 신인건 대표, 그 다음이 술아원 강진희 대표, 세번째가 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 /술샘 제공
    개발 중인 제품 있나?

    "고급 담금술을 준비 중이다. 과일이나 약재 등을 넣어 담그는 술의 베이스가 되는 담금술은 지금도 여럿 나와있지만 사실, 품질은 좋지 못하다. 그래서 담금술을 하기에 좋은 재료가 있어도 담금술이 마땅하지 않아 꺼리는 경우들도 있다고 안다. 그래서 이번에 개발 중인 담금술은 증류식소주로 만들어 그냥 마셔도 좋을 만큼 품질을 높였다."

    올해 주요 사업계획?

    "부지를 확보한 새 양조장 이전을 오는 7월까지는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럴 경우 술 생산량은 지금보다 5~10배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전시판매를 위한 쇼룸도 갖출 것이다. 현재 설계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곧 외관공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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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욱의 술기행] (17) “세종대왕께 진상한다는 정성으로 술을 빚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16) “전통누룩 제대로 쓰지 않은 술은 우리 술 아니죠"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⑮ “누룩 냄새 안나는 '한국형 사케' 새로 만들었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故배상면 회장의 마지막 역작… 딸이 이어받아 우리술 대상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⑬좋은술 이예령 대표 “조선시대 탁주는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 아니었다” 박순욱 기자
    세계 최고 와인 평론가에 '100점' 받은 와인의 정체 박순욱 선임기자
    감미료 없어 숙취 없는 이 막걸리… 목넘김도 비단결 같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⑩삼해소주가 김택상 명인 “10년 이상 숙성시킨 위스키보다 부드럽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⑨우리술 박성기 대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막걸리 만한게 있나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⑧바이올리니스트가 만든 '황매 매실주' 맛은 어떨까?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⑦정준하의 새로운 무한도전, ‘전통주 소믈리에’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⑥30대 청년 넷, 서울쌀로 '무감미료 막걸리' 만들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⑤전국 최대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전통술의 박물관 역할하고 싶어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④논산, 평택의 명품 막걸리 주조 현장을 가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③9년만에 매출 100배 키운 지평주조 박순욱 기자
    '카스:테라' 전쟁 시작… 테라, 39일만에 100만 상자 팔렸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① "佛에 수출한 한국 스파클링 와인 아세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33) “감미료 넣지 않은 프리미엄 장수막걸리, 곧 나옵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34) “쌀맥주 도담도담은 전통주와 섞어마셔도 좋아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35) “순향주는 여주쌀로 다섯번 담금으로 빚은 귀한 술입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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