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김부검’ 신조어 판치는 수도권… "분양권 전매 규제해야"

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입력 2020.02.27 06:00 | 수정 2020.02.27 09:47

    ‘안시성(안산·시흥·화성)’, ‘김부검(김포·부천·검단)’, ‘남산광(남양주·산본·광명)’, ‘오동평(오산·동탄·평택)’, ‘구광화(구리·광명·화성)’···. 정부가 2·2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부동산시장에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주춤해진 반면, 이런 신조어로 묶인 지역 중에서도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20 대책으로 수원·용인 등이 규제로 묶이자 집값 상승세가 주변 도시로 옮겨간 조짐도 나타난다.
    2020년 2월 5일 최근 규제지역 풍선효과로 집값이 급등한 수원 영통의 힐스테이트 영통. /조선DB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셋째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새 0.03% 올랐지만, 경기·인천 지역은 0.15% 상승했다. 특히 안산·시흥·화성·부천시와 동탄신도시의 주간 상승률은 최근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이거나 보합 수준이었지만, 정부가 추가 규제를 예고한 2월 들어 상승폭이 확대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된데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이끌던 ‘수용성(수원·용인·성남시)’을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자, 교통·개발 호재가 예정된 비규제지역으로 관심이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겨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대출이나 청약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옮아가고 집값이 뛰는 장세는 반복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집계를 봐도 수원·용인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2·20 대책 직전부터 이미 상승 조짐이 나타난 곳들이 여럿 있다.

    함께 묶인 지역이 일제히 높은 상승폭을 기록한 신조어는 ‘구광화’다. 구리(2.05%), 화성(2.01%), 광명(1.07%)은 이달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경기도 평균(1.03%)을 웃돌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집계를 보면, KTX 광명역 역세권인 ‘광명역 푸르지오’ 전용면적 59㎡형의 매매 가격은 최근 들어 4000만~8000만원 올랐다. 7억원 초중반에 실거래되던 구리 토평동 ‘토평마을 e편한세상’ 전용면적 85㎡형의 호가는 8억원까지 뛰었다.

    광명을 제외하면 주택담보대출이 집값의 최고 70%까지 가능한 비규제지역이면서 교통 호재가 예정됐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시흥의 아파트 매매가도 이달 들어서만 0.97% 올랐다. 시흥 E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제2경인선 연장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고, 일산을 지나서 대곡까지 연결되는 대곡소사선 등 교통 호재가 있기 때문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서 "오는 4~5월 입주를 앞둔 역세권 신축 아파트 분양권의 프리미엄은 1억원 중반에서 2억원 후반대에 형성됐고, 최근 들어 호가도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조어로 엮인 모든 지역의 집값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탄 것은 아니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안시성’과 ‘김부검’ 지역의 매매가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안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이달 들어 0.57% 올랐다. 김포(0.12%)와 부천(0.35%) 상승률도 그리 높지 않았다.

    ‘남산광’과 ‘오동평’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남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0.47%,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는 0.66%, 오산은 0.31% 상승했다. 평택은 오히려 집값이 평균 0.27% 떨어졌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수서고속철도(SRT) 노선 주변은 이미 집값이 오른 상태고, 평택의 경우에는 교통 호재가 있긴 하지만 공급 물량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풍선효과가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분양권 전매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에게는 숨통을 터주는 정책을 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위원은 "남아 있는 신도시 택지가 없기 때문에 서울과 접한 수도권 지역 중에서도 청약이나 분양권 전매 규제가 덜하고 교통 호재가 예정된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계속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수도권은 아파트 입주 물량 자체가 감소세이기 때문에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지 않은 지역이라면 어디든 투자자들이 치고빠지는 식으로 청약시장에 진입해 집값을 띄울 수 있다"면서 "전국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입주 때까지로 강화하고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에게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식으로 청약시장을 재편하지 않는 한 이 같은 풍선효과는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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