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 줄서다 감염될 뻔"... '대구 마스크'는 왜 이마트에서만 팔았나?

조선비즈
  • 안상희 기자
    입력 2020.02.26 17:01

    [비즈톡톡]

    대구·경북 지역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는 지난 24~25일 마스크 141만장을 긴급 판매했습니다. 대구·경북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이 집중되고 있는 지역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대구 시민들은 구하기 어려웠던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반겼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사러 다녀온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 마스크를 사러갔다가 인파가 몰려 오히려 집단 감염되는 줄 알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24일 오전 경북 경산시 중산동에 있는 이마트 경산점 앞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마트가 이날부터 사흘간 대구·경북 매장 8곳에서 마스크 141만장을 특별 판매하기로 하자 매장 오픈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대기 행렬이 수백m 이어졌다. /대구는 지금 페이스북
    이마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스크 제조업체 '필트'와 협력해 24~25일 대구·경북 지역 이마트 7개점과 트레이더스 1개점에서 마스크를 팔기로 했습니다. 1인당 구매 가능 물량은 최대 30장으로 제한해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사도록 했습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가 마스크를 긴급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 24일. 개점 시간은 10시였지만, 아침 7시부터 점포 앞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줄은 수백m까지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며 "이러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첫날 준비했던 물량은 오후 1시가 되기 전에 동났고, 마스크를 못 사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에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는 25일 마스크를 교환권 배분 방식으로 팔았습니다. 회사는 이날 오전 7시부터 고객들에게 1인당 30장씩 구매할 수 있는 교환권을 선착순으로 지급했습니다. 교환권 배부로 고객들은 몇 시간씩 줄을 서는 불편은 피했지만, 한정된 물량을 구입하기 위해 여전히 새벽에 줄을 서야 했습니다.

    대구 시민들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 많은 곳을 피하라고 한 상황에서 식약처가 왜 이마트 한 곳을 통해서만 마스크를 판매했는지 불만과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대구 시민 B씨는 "마스크 공급은 환영할 일이지만 대형마트별로 나눠서 공급하든지 공공기관을 통해서 공급했어야 했다"라며 "대구 시민이 몇명인데 겨우 8개 매장에서만 파느냐"고 했습니다. 다른 시민들도 "차라리 가구별로 살 수 있게 동사무소에 풀어야하는 것 아니냐" "방역 마스크를 사려고 집단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줄을 서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표현했습니다.

    24일 오전 대구 북구 이마트 침산점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독자 제공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를 통해 판매된 마스크는 제조사 필트의 '에티카' 제품입니다. 등급은 KF94며 가격은 장당 820원입니다. 기존 에티카 KF94 상품이 1500원 이상에 팔리는 점을 고려하면 약 45% 저렴한 것이죠. 이마트가 식약처와 협력해 마스크를 팔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식약처, 필트, 이마트 측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최근 식약처의 매점매석 단속에서 필트의 협력사인 A사가 걸렸습니다. 단속 당시 A사 물류창고에는 524만개의 마스크가 있었고, 이 중 시중에 유통 가능한 마스크 221만개는 A사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만든 필트 제품이었습니다. 필트와 A사가 마스크 단가 합의에 실패해 A사 창고에 쌓여 있던 물량입니다.

    당시 식약처는 적발한 마스크를 매입할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식약처는 필트사에 이를 매입해 대구·경북 지역에 판매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필트 측은 빠른 공급을 위해 기존 거래업체인 트레이더스와 협의해 대구·경북 지역에 판매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A사가 매점매석으로 걸린 마스크 중 유통 가능한 221만개를 필트사가 구매하고, 이를 트레이더스를 운영하는 이마트가 직매입했습니다. 이마트는 이중 141만개를 자사가 긴급 판매하고, 10만장은 지역사회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70만장은 대구시가 구입했습니다.

    이마트 측은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릴 줄은 몰랐다"고 말합니다. 식약처는 26일 마스크와 손소독제에 대한 수출 제한, 공적 판매처 출고 의무화를 시행했습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앞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마스크의 50%가 우정사업본부, 농협중앙회, 공영홈쇼핑 등 공적 판매처로 출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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