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한국 제조업 멈춰간다…자동차·석유화학·중공업 '흔들'

입력 2020.02.24 12:31 | 수정 2020.02.24 13:08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 중화학 공업 밀집
대규모 공장 특성에 확진자 1명이라도 발생하면 전면 폐쇄

경북 경주에서 프레임, 섀시 등 자동차 차체 부품을 생산하는 서진산업은 24일 방역을 위해 공장을 폐쇄했다. 지난 21일 경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으며,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41세 남성이 서진산업에서 근무하는 지게차 운전사였기 때문이다. 서진산업은 현대차에 차체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분간은 재고가 있어서 공장을 돌리는 덴 문제 없지만, 서진산업이 장기간 휴업에 들어가면 완성차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부산 동래구 메가마트 동래점에 부산시 동래구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코로나19가 영남 일대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연합뉴스
자동차는 2만개 가량의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품 납품업체의 가동도 관건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중국에서 일종의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조업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자동차 회사들은 "직원 1명만 감염되어도 생산 라인이 중단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각별히 방역에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르노삼성은 각각 울산과 부산에 조립 공장을 두고 있다.

대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예수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영남 지역에 밀집한 중화학 공업들이 가동 중단 위기에 몰리게 됐다. 대구는 경상북도의 교통 중심지로 일대에 흩어진 공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이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 급격히 세를 불린 코로나19가 구미, 경주, 포항, 울산, 부산 등으로 번지게 된 까닭이다. 방역에 실패할 경우 자동차, 기계,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까지도 점쳐지는 이유다.


그래픽=박길우
통계청 광업·제조업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은 전체 제조업 사업체, 즉 공장의 30.8%가 자리잡고 있다. 생산액 기준으로는 34.1%에 달한다. 전체 공장의 35.5%, 생산액의 26.9%를 차지하는 경기도와 맞먹는 제조업 밀집 지대다. 특히 산업 중분류 기준으로 ‘조선·항공 등 운송장비’의 84.7%, ‘1차 금속’의 48.8%, ‘석유 정제’의 48.5%, ‘금속 가공 제품’의 44.3%, ‘자동차 및 트레일러’의 42.9%가 영남 지역에서 생산된다. 자동차, 기계, 조선, 금속, 석유화학 등 중화학 공업 밀집지대라는 특성이 드러나는 숫자다.

대구에서 50km 떨어진 산업도시 구미는 초비상이다. 삼성전자는 구미공장을 24일 오전까지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키로 했다. 사업장에 근무하는 여직원(28)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확진 판정을 받은 또 다른 20대 여성과 동거하고 있던 남성이 도레이첨단소재 협력사 직원으로 밝혀지자 생산 시설 전체에 방역을 실시했다.

철강의 경우 현대체절 포항공장 직원 한 명이 23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현대제철은 확진자가 근무한 사무실 1개 층을 28일까지 폐쇄키로 했다. 또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12명은 집에서 근무하면서 검사 받도록 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올 상반기에 예정된 정기 보수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유 설비의 경우 2~3년에 한번, 화학설비는 3~4년에 한번 대규모 정기보수를 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설비가 그 시간만큼 가동하지 못하게 된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1~2달 정도 걸리는 대규모 정기 보수 작업을 하면 외부 인력이 수시로 드나들게 되는 데, 코로나19가 지금보다 확산되면 정기보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모두 중국 출장을 금지하고, 본사와 지사간 회의를 화상 회의로 대체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대전의 기술연구소를 21~23일 폐쇄했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의 가족(감염의심자)와 접촉했기 때문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구미공장 근로자 중 대구와 청도 지역 거주자와 방문자에 대해 재택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선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많게는 수만명이 함께 작업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특성 상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나타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소재한 거제시의 경우 23일 두 회사 관계자와 긴급 회의를 갖고 방역 대책을 논의했다. 삼성중공업은 직원들이 대구·경북지역에 방문 이력이 있는 지 파악해 방역관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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