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폴] 전문가 60% "2월 기준금리 동결"

입력 2020.02.23 08:00

이주열 발언 해석 엇갈려… "인하 선그었다 vs 원론적 발언"
동결 6명중 2명 '4월 인하' 전망… 연내 동결 전망은 유동적

코로나19 확산이 올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변수로 급부상한 가운데 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전문가 10명 중 6명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전망이 급부상했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시장의 기대감을 차단하는 발언을 하면서 동결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한은의 선제적 금리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도 4명으로 적지 않았다.

조선비즈가 23일 국내 증권사의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명은 이달 기준금리가 연 1.25%로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고, 이후 11월과 올해 1월 회의에서는 동결했다.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현재 기준금리를 두 번 만 더 내리면 0%대에 진입하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인하를 전망한 전문가 4명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3월 경제지표의 악화가 예고된 만큼 한은의 전격적인 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동결 전망 전문가 "한은, 인하시 시장 통제력 잃을지도"

이달 금리동결을 예상한 전문가 6명은 이 총재가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낸 메시지에 주목했다. 당시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는 부작용도 있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며 시장의 인하 기대감을 차단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자 시장금리가 일제히 내려가며 인하 방향으로 기대감이 쏠리는 데 대한 대응이었다. 한은 총재가 직접 나선 만큼 만약 금통위에서 인하 결정이 내려진다면 채권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2월 인하와 거리를 두는 발언을 한 이후 방향을 급선회한다면 2주 만에 경기여건이 그정도로 안 좋아진 거냐고 시장에서 되묻게 될 것"이라며 "한은이 채권시장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집값 잡기에 나선 것도 한은이 선제적 금리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1월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은 집값 상승 원인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여기에 이달 금통위를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정부는 수원, 안양, 의원 등 5곳을 조정대상으로 지정하는 추가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부동산 규제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경기부양과 부동산 가격 억제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목표를 이뤄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리인하 카드는 경기부양보다는 부동산 불안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리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00%로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 시장에서 기준금리의 하한선인 실효하한 금리를 암묵적으로 0.75~1.00%로 보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인하에는 신중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게 중론이다. 이에 이달 동결을 전망한 6명 중 4명은 연내 금리동결을 내다봤다. 다만 대부분은 코로나19의 확산 추이에 따라 향후 금리 관련 전망을 변경할 여지를 남겨뒀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금 상황만 보면 이달 인하를 단행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다만 통화정책의 신중성이 요구되고 경제적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일정기간 안에 수습이 된다는 가정 아래 연내 동결을 전망한다"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연내 금리인하 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느냐에 달렸다"며 "만약 2분기까지 영향을 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2분기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회복 동력이 강하지 않고, 코로나19가 명백한 경기 하방요인인 만큼 이달 동결을 전망한 6명 중 나머지 2명은 4월 인하를 예상했다. 한 해 8번 열리는 금통위는 이달 27일 이후 3월을 건너뛰고 4월 9일 개최되는 만큼 이 다음 회의에서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지표에서 코로나19 여파를 확인한 후 4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확진자가 늘어난 만큼 자가격리되는 사람의 수와 폐쇄되는 직장·기관이 늘어나 내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주열(왼쪽 두 번째) 한은 총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 총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연합뉴스
◇전문가 4명 "이달 인하 전망… 이 총재 발언 원론적이라 봐야"

이 총재의 발언에도 전문가 10명 중 4명은 이달 금통위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청와대가 '비상경제시국'을 선포하는 등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신증권은 20일 오전 내부적으로 기존 동결 전망을 인하로 변경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은 작년 11월과 올해 1월 금통위에서의 입장을 유지한 원론적 발언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표상 나타난 것은 아직 없지만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진 만큼 한은이 대응할 것으로 본다"며 "청와대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 행보라고 보고 만장일치 인하를 예상한다"고 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발언을 할 당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지금과 같지 않았고 발언 자체도 중립적이었다"며 "현 상황에서는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인하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가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상쇄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집값 급등을 막는데는 통화정책보다 거시건전성 정책이 우선해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에 주목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강력하게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한은까지 집값 잡기에 발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한은은 경기하방 요인을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통상적으로 추경과 금리인하는 정책공조로 진행되는데 이번에도 그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를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언급됐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추경을 추진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어 다시 한 번 정책공조 압력이 나올 수 있다"며 "미국 연준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연 1회 정도는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가나다순)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원,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 신얼 SK증권 연구원,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전문가들 "한은, 성장률 2.1%~2.2%로 내릴 것" 한목소리 조은임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