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교육 의무화' 청원 올린 존 리 대표 "금융문맹은 가난 전염병"

입력 2020.02.15 09:00

지난 1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사기 방지를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금융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정규 교육과정에 주 1시간씩 금융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청원을 올린 이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다. 리 대표는 미국 월가에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코리아 펀드'를 만들어 높은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다. 2014년 한국에 돌아온 뒤로는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는 동시에 주식투자 전도사로 뛰고 있다. 그런 리 대표가 최근 관심을 가진 분야가 바로 '금융교육'이다. 부동산에 쏠린 자산이 자본시장에 고르게 투입되고, 금융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으로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국민청원 마감일(2월 16일)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메리츠자산운용 사옥에서 리 대표를 만났다. 리 대표가 올린 금융교육 의무화 국민청원은 현재 1만4000여명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에는 못 미치고 있다.

◇"금융문맹은 대대로 가난하게 만드는 전염병이자 유전병"

리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주식투자와 관련한 대중강연을 1000여회 정도 소화했다. 주식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기 위해 거의 매일 대중강연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를 위험하다며 꺼리거나 부도덕하다며 색안경을 끼고 본다. 리 대표가 초·중·고 금융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메리츠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그는 "국·영·수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라고 부추기는 건 절대 좋은 교육이 아니다. 그 전에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해 가르치고 아이들이 돈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돈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돈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금을 돌처럼 여기라'고 가르치니 사람들이 돈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 대표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걱정했다. 세계적으로 금융문맹률이 높은 곳이 일본인데 그 이유는 금융교육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금융교육이 잘 되는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을 꼽았다. 미국은 어릴 때부터 돈과 자본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유태인의 돈에 대한 학습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워런 버핏은 여섯살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이런 차이가 미국과 일본의 국가경쟁력 격차로 이어졌다는 게 리 대표의 설명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성공을 말할 때 많은 이가 창업자의 창의성과 발전한 IT 인프라를 꼽는데, 리 대표는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금융교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하고 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 창업도 결국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바로 금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을 따라가야 하는데 금융문맹국인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돈에 대해 근원시하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와 교육 현장이 자연스럽게 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 자본시장과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리 대표는 "금융문맹은 온 집안을 대대로 가난하게 만드는 전염병이나 유전병"이라며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금융문맹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사회적인 병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훨씬 무섭다"고 말했다.

◇금융교육 혁신 위해선 부모와 교사가 바뀌어야

리 대표는 금융교육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선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늘리기 위한 시도가 없지는 않지만, 그럴 때마다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의 반대로 무산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가 계속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자녀들이 어릴 때 생일 선물로 늘 펀드를 사줬다면서 "지금은 아이들이 스스로 투자 종목을 정해서 주식에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부모들이 사교육에 대한 투자를 지금이라도 멈추고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국·영·수 위주의 교육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에는 아이들 스스로 동기부여를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돈에 대한 공부라는 것이다.

리 대표는 "초등학생들에게 주식투자와 자본에 대해 설명하면 아무런 편견 없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문제는 주식투자를 불로소득이라고 잘못된 생각을 하는 부모와 교사들"이라며 "한국 사회가 사교육에 쏟는 에너지와 열정을 금융교육으로 돌릴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늘어나고 국가 전체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욜로·소확행 버려야… 복리의 마술 믿고 투자해야"

리 대표는 한동안 한국 사회에서 유행한 욜로(YOLO)나 소확행 같은 용어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의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말로 지금 당장의 행복을 중요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다. 소확행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를 말한다. 리 대표는 이런 용어를 쓰는 기저에는 '나는 부자가 될 수 없어, 부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자' 같은 생각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흙수저론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에 나서면 누구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리의 마술'이 여기서 등장한다. 복리의 마술은 워런 버핏이 "복리는 언덕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작은 덩어리로 시작해 끝에 가서는 큰 눈덩이가 된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복리는 이자가 이자를 낳기 때문에 자산을 불리는 데 효과적이다. 한달에 100만원씩 모은다고 언제 큰 돈이 될까 싶지만 복리로 20년, 30년을 굴린다면 내가 넣은 자산의 몇 배로 돈이 불어나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리 대표는 "월급의 10%는 무조건 투자를 위한 자산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 돈이 모이고 모여서 큰 돈이 된다는 걸 복리를 배운 사람들은 잘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의 청년들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지금 당장 소비의 유혹에 굴복한다"며 "어릴 때부터 돈이 돈을 굴리는 법을 배우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 대표가 최근 관심을 가진 분야는 연금저축이다. 직장인이 연금저축에 가입해 연 400만원을 납입하면 연말정산 때 66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저금리 시대에 이보다 좋은 재테크 수단이 있을까 싶지만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3분의 1정도만 연금저축에 가입했다. 이렇게 확실한 투자 상품도 외면받는 현실 역시 금융교육의 부족 때문이라는 게 리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하루에 커피 두세 잔을 마신다고 치면 커피값만 아껴도 1년에 400만원이 생긴다. 이 돈만 연금저축에 넣어도 66만원을 돌려준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가입을 안 하고 있다"며 "올해는 전국에 있는 구청을 돌면서 연금저축을 알리고 가입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