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돈 많이 드는 인공지능은 가라"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20.02.13 04:10 | 수정 2020.02.14 18:07

    컴퓨터가 고차원 수학방정식으로 가장 이상적인 답 찾아내는 기술
    AI 보다 비용·시간 적게 들어

    내비·길찾기에도 수학 공식 적용… 보잉, 항공기 생산 라인에 도입
    구글·아마존은 물류 과정에 활용

    최근 구글 맵의 길찾기와 같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는 인공지능(AI) 외에도 '수학적 최적화'(Mathematical Optimization·MO)라는 새로운 컴퓨터 분석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수학적 최적화는 컴퓨터가 고차원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수학적 분석으로 서울과 부산 사이 고속도로·국도 중 최적 코스를 찾아내면, AI가 과거 서울~부산을 오간 차의 자료를 분석해 예상 소요 시간을 알려주는 식이다.

    MO는 고성능 컴퓨터에 기반해 복잡한 연산을 한다는 점에서 AI와 비슷하다. 하지만 과거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선의 답을 도출하는 AI와 달리 MO는 수학 공식으로 현재 주어진 한정된 조건에서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을 찾아준다. AI가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나은 방안을 제시한다면, MO는 수학 이론을 동원해 최적 답을 알려주는 것이다. MO는 AI처럼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시간·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최근에는 생산·교통·운송 현장 등에서 최적 해법을 제시하는 수학적 최적화(MO)가 새로운 경영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IT(정보 기술) 업계 관계자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최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MO는 모든 사업에 AI를 적용하려는 'AI 만능주의' 시대에 새로운 기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못 하는 최적의 해법 제시

    AI와 MO는 모두 고성능 컴퓨터의 연산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문제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AI는 여러 사례를 모아서 한 결론을 내는 '귀납 추론'이라면, MO는 대전제(수학 공식) 하나에 따라 각 사안을 논리적으로 검증하고 답을 이끌어내는 '연역 추론'에 가깝다.
    수학적 최적화 그래픽
    /그래픽=권혜인

    AI 는 과거의 무수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미래를 예상하는 '확률'의 기술이다. 그동안 나온 사례 중 가장 나은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정 공장의 전년도 자료를 토대로 최대 생산량을 예측하지만, 이는 정답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반면 MO는 빅데이터 없이도 수학 공식 몇 가지를 이용해 최적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주어진 조건에서 문제 해결 능력은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MO는 제조·운송·에너지 등 일정한 공정에 따라 움직이는 분야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는 최근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생산 라인에 'MO' 기술을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OLED 패널은 유리판 위의 소자 수백만 개에 유기물을 올리는 '증착' 공정이 핵심이다. 유기물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기 때문에 상당수가 유리판 위에 증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업체는 MO의 계산에 따라 유기물 증착이 가장 잘되는 유리판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수율(투입 원자재 대비 완제품 비율)을 종전보다 2%가량 높이는 데 성공했다. 비용도 수십억원을 절감했다.

    보잉·아마존 등 해외 기업 앞다퉈 도입

    해외에선 최근 4~5년 전부터 MO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미국 항공기 제조 업체 보잉은 항공기 생산 라인에 MO를 적용했다. 또 항공기 운영 스케줄 작성과 전 세계 승무원 배치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대한항공과 같은 항공사들에 공급하고 있다. 비행기 종류와 대수, 승무원 수, 기내식 공급 업체 같은 정보를 수학 공식에 대입해 항공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항할 수 있게 계산하는 것이다. 변수가 생겨도 바로 공식에 넣어 계산하면 되기 때문에 새로운 노선이 생겨도 바로 최적화된 항공 스케줄을 뽑을 수 있다.

    구글·아마존 등 IT 기업도 제품 판매·물류 등에 MO를 활용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최근 수학적 최적화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인 'OR센터'를 설립했다.

    다만 국내는 해외와 달리 MO 활용이 걸음마 수준이다. LG CNS, SK이노베이션 등 일부 기업이 별도 연구 조직을 운영하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전문적으로 MO를 교육하는 대학이나 학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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