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손바닥으로, 손등 위 혈관으로… 생체 인증의 진화

조선일보
  • 김성민 기자
    입력 2020.02.13 04:03

    신용카드 대신 손바닥 스치면 0.3초 만에 신원 파악해 결제
    손가락에 적외선 쏴 혈관만 찍어 신분 확인하는 '정맥 인식'도 나와
    첫 '3D 안면 인식' 도입한 아이폰, 점 3만개 투사해 얼굴 정보 수집
    4년 뒤 전 세계 시장 규모 17조원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손바닥을 생체 인식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신용카드 대신 사용자의 손바닥을 스캐너 위에 스치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비접촉식 스캔 시스템'이라고 하는 이 기술은 사용자의 손바닥 주름과 정맥의 세부 형태를 포착해 신원을 식별할 수 있다. 결제 속도도 기존 수단보다 빠르다. 모바일 결제는 평균 3~4초가 걸리지만, 아마존의 손바닥 인식 기술은 0.3초 만에 신원을 확인해 결제를 끝낸다. 아마존은 이 기술을 2017년 인수한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즈(Whole Foods)'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처럼 사람의 신체 일부를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는 생체 인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존 비밀번호 방식만으로 개인 식별과 보안을 100% 보장하지 못하면서, 분실 위험이 없고 위조가 불가능한 신체 일부를 아예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문 인식과 홍채 인식을 넘어 안면 인식, 손바닥 인식, 정맥 인식 등 다양한 생체 인증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러닝을 통해 인증 정확도가 꾸준히 높아지면서, 스마트폰이나 각종 보안 시스템에 적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생체 인증 폭발 성장… 선봉은 지문

    전 세계 생체 인증 시장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랙티카'에 따르면 2015년 20억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생체 인증 시장은 2021년 77억달러, 2024년 149억달러(약 17조8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표적 생체 인증 기술은 지문이다. 지문 인식은 2013년 9월 애플의 '아이폰 5S'에 적용되며 대중화됐다. 요즘에는 웬만한 저가 스마트폰에도 다 지문 인식 기능이 들어 있다. 지문이 같은 사람은 없다는 점, 손에 들고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는다.

    생체 인증 기술별 특징 그래픽
    그래픽=양인성

    지문 인식은 방식에 따라 광학식과 초음파식, 2가지로 나뉜다. 광학식 지문 인식은 카메라로 지문 사진을 찍어 저장된 지문과 대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진짜 지문과 지문을 찍어놓은 '사진'을 구별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초음파식은 이를 보완했다. 기계 안에 탑재된 초음파 센서가 지문의 굴곡을 감지하고 이를 입체적으로 종합해 지문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음파 지문 인식 센서는 별도 인식 카메라가 탑재돼야 하는 광학식과는 달리 디스플레이 화면 아래에 숨길 수 있다"며 "평소에는 화면을 크게 사용하다 필요할 때만 지문 인식을 할 수 있어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채 인식도 주목받고 있다. 사람 홍채가 같을 확률은 10억분의 1이다. 지문처럼 닳지도 않는다. 고유 패턴이 266개 있어 약 40개의 특징으로 식별하는 지문보다 훨씬 정교하다. 홍채는 사람 몸에서 떨어지거나 사람이 죽으면 4초 이내에 풀려버려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보안성이 그만큼 뛰어난 것이다.

    홍채를 확인하기 위해선 근적외선 LED가 필요하다. 홍채 인식기에서 적외선을 쏘면, 눈에 반사된 적외선이 카메라 렌즈로 돌아온다. 이 빛 속 홍채의 명암 패턴을 분석해 인식하는 원리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껴도 인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노트7'에 처음으로 홍채 인식을 선보였지만,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10에서는 이 기능을 뺐다. 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홍채 인식 기능을 쓰는 소비자가 적었다"며 "초음파 지문 인식 기능이 등장하면서 기존 홍채 인식을 너무 고집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홍채 인식이 뛰어난 보안성에도 불구하고 편의성 등에서 지문 인식이나 안면 인식에 뒤져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본다.

    ◇초음파로 얼굴·정맥 확인해

    전 세계 생체 인증 시장 규모 그래프
    최근에는 안면 인식이 재부상하고 있다. 안면 인식은 당초 홍채 인식보다 먼저 나온 기술이지만 인식 정확도, 보안 측면에서 뒤처져 있다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러닝 등을 바탕으로 부활했다. 안면 인식 기능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X를 출시하며 '페이스 ID'를 추가했다. 당시 애플 측은 "다른 사용자에 의해 지문 인식 잠금이 해제될 확률은 5만분의 1이지만 페이스 ID는 100만분의 1"이라고 자신했다.

    최근의 안면 인식은 3차원(3D) 인식을 기본으로 한다. 단순히 생김새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눈과 입, 콧구멍, 턱 사이의 각도와 거리, 광대뼈 등 돌출 정도를 파악해 신원을 확인한다.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혈관 내 피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열점을 인식하는 방법도 나왔다. 안면 인식 기술은 사용자가 모자나 안경, 콘택트 렌즈 등을 착용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정도로 고도화돼있다. 아이폰은 점 3만개가 투사돼 입체적으로 얼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얼굴의 심도 맵을 만든다. 얼굴의 적외선 이미지도 촬영해 등록된 얼굴 데이터와 비교 후 신원을 확인한다.

    안면 인식은 범죄·테러 예방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공공장소 등에 안면 인식 카메라만 설치하면 범죄자를 쉽게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13억 인구의 얼굴을 3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는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지문을 넘어 손등 위 혈관을 측정하는 생체 인증 기술도 등장했다. 바로 정맥 인식 기술이다. 적외선을 손가락에 쏘면 혈관만 카메라에 어둡게 찍히는 데 이를 바탕으로 신원을 확인한다. 적외선이 적혈구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도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맥 분기점의 각도와 개수를 일일이 파악해 빠르게 판독하는 스마트 기술"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손가락에 초음파를 쏘거나, 손가락의 체지방을 분석해 신원 확인에 이용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달 개인마다 다른 근육과 뼈, 지방, 혈관 등을 포착해 인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목소리의 패턴을 분석하는 음성 인식 기술도 최근 개발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100% 안전하진 않아"

    생체 인증은 위조 가능성이 낮아 비밀번호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다만 100% 안전하지는 않다. 역설적으로 이 점이 치명적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비밀번호가 유출되면 새 번호로 바꾸면 되지만, 생체 정보를 털리면 대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생체 인증 결함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갤럭시 S10과 갤럭시노트10 일부 제품 화면에 4000원짜리 실리콘 케이스를 씌우면 아무나 손가락을 갖다 대도 지문 잠금이 해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실리콘 케이스의 일부 돌기 패턴이 지문으로 인식돼 잠금이 풀리는 오류"라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보완했다. 하지만 지문 인식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되는 계기도 됐다. 구글 스마트폰 '픽셀4'도 사용자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안면 인식 잠금이 해제되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IT(정보 기술) 업체들은 생체 인증이 개인의 사생활 문제와 연결된 사안인 만큼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 기술이 좋다고 무턱대고 상용화를 추진했다가 자칫 개인 정보 침해 문제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안면 인식 관련 법규가 필요하다고 나서는 것도 이러한 측면이 있어서"라며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개인 식별을 안전하고 다양하게 할 것인지가 IT 업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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